[여심야심] "대화 녹음하다 감옥 갈 수도?"..與 녹음 금지법에 '술렁'

최유경 입력 2022. 8. 20. 08:01 수정 2022. 8. 20. 1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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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화(통화)를 녹음하려는데 허락해 주시겠습니까?"

국민의힘 4선 중진인 윤상현 의원이 최근 대표 발의한 '통신비밀보호법 일부개정법률안'이 논란입니다.

법안은 상대방 동의 없이 통화 등을 녹음하지 못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이를 어기면 1년 이상, 10년 이하의 징역에 처해집니다.

현행 통신비밀보호법은 제3자가 공개되지 않은 타인 간 대화를 녹음이나 청취할 수 없도록 제한하고 있는데, 윤 의원은 한발 더 나아가 대화 참여자의 녹음도 사실상 '원천봉쇄'하자는 것입니다.


■ 강자 보호법?…"범죄 행위 어떻게 증명하나?"

그런데 법안 발의 소식 이후 설왕설래가 한창입니다.

우선 법안 부작용으로는 범죄 피해를 증명하기가 어려워지는 건 아니냐는 우려가 꼽힙니다. 그동안 통화나 대화 녹음은 성 범죄나 직장 상사의 폭언·욕설·갑질 등에 노출됐을 때 '약자'들의 방어 수단으로 요긴하게 쓰여왔기 때문입니다.

같은 당인 국민의힘 문성호 대변인조차 SNS에 "범죄자는 증거를 인멸하려 하고, 피해자는 증거를 확보하려 한다""증거 확보 수단을 봉쇄하는 이 법안은 피해자를 위한 법이냐, 범죄자를 위한 법이냐?"라고 따졌습니다.

"녹음 내용으로 협박을 당하거나, 녹음이 유출돼 피해를 봤을 때는 '협박죄'나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 등으로 이미 처벌할 수 있다"고도 강조했습니다.

반발은 뜻밖에 곳에서도 터져 나왔습니다.

회원 114만여 명을 둔 '삼성 스마트폰' 이용자 카페에는 법안 반대 글이 연이어 올라오고 있습니다. 업무상 이유로 '통화 녹음'이 꼭 필요한 이용자들은 녹음 기능이 없는 아이폰 대신, 삼성 스마트폰을 택해왔는데요.

"어이가 없다", "자기 좋으려고 만든 법안이다", "이거 막으면 업무 차질이 많이 생기는 건 모르느냐?", "대체 어떻게 범죄 행위를 증명하라는 건가?" 등등의 부정적인 반응이 대다수입니다.


■ 배경에 김건희 여사?…'욕설 녹취 파문'도 소환

법안 발의 배경을 두고도 여러 추측이 나옵니다.

정치권은 이미 여러 차례 '몰래 녹취록 파문'을 경험했죠. 우선 지난 1월 윤석열 대통령이 대선 후보이던 시절, 부인 김건희 여사가 '서울의 소리' 기자와 통화한 내용이 담긴 녹취가 방송에 공개되면서 파문이 일었던 사건이 거론됩니다. 당시 국민의힘은 권언유착, 선거개입이라며 강하게 반발했었죠.

[연관 기사] ‘김건희 7시간 통화’ 방송…野 파장 촉각 (2022.01.16. KBS 뉴스9)
https://news.kbs.co.kr/news/view.do?ncd=5373793

또 법안을 발의한 윤 의원이 2016년 20대 총선을 앞두고 김무성 당시 새누리당 대표를 원색적으로 비난하는 내용의 통화 녹취가 공개되면서 곤욕을 치렀던 인물이라는 점도 눈길을 끕니다.

이 사건으로 윤 의원은 탈당계를 제출하고 당을 떠났는데요. 당시 윤 의원은 "제가 지역 분들하고 술을 많이 마신 상태에서 하소연한 것"이라며 "취중 사적 대화까지 녹음해 언론에 전달하는 행위는 의도적인 음모"라고 억울함을 토로한 바 있습니다.


■ 윤상현 "외국은 불법 多…범죄 수단 악용 가능"

윤상현 의원은 법안 제안 이유로 "동의받지 않은 녹음으로 인해 협박 등 불이익을 당하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어 당사자 간의 대화도 동의를 구한 후 녹음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고 밝혔습니다.

윤 의원에게 이 개정안이 가진 부작용 등 여러 우려의 목소리에 대해 추가로 물었습니다. 아래는 윤 의원이 KBS에 보내온 입장입니다.

1. 이제는 우리도 선진국처럼 사생활 보호, 인격권에 대해 좀 더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외국에서는 통화 녹음이 불법인 경우가 많다.

2. 통화 녹음이 약자의 방어 수단인 경우도 있지만, 반대로 협박 수단 등으로 범죄에 악용되는 경우도 많다.

3. 개인의 프라이버시권, 인격권을 침해할 소지가 높은 통화 녹음을 무분별하게 허용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4. 따라서 통화 녹음은 규제하되 약자의 증거 수집 방안 등에 대하여는 형사사법체계 전반과 조화되는 방향으로 다각도로 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실제 윤 의원 주장대로 미국 일부 주(州)에선 상대방의 동의 없는 통화 녹음이 불법이고, 프랑스에서는 대화 녹음 자체가 불법입니다.

미국에 본사를 둔 애플 역시 통화 녹음에 부정적이라 아이폰에 해당 기능을 넣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한 국민의힘 관계자는 다른 입장을 내놨습니다.

그는 "무고죄 대응이나 업무 등에서 주요 증거로 쓰이는 녹음이 상시적이고, 상식화한 세상에 이런 법안을 낸 것은 이해가 안 된다""정치인이 언행을 스스로 삼가고 조심할 생각을 해야지, 법 제정으로 국민의 행위에 인위적인 제재를 가하겠다는 건 문제"라고 비판했습니다.

"김건희 여사나 이준석 전 대표의 녹취록 사건이 겹쳐지는 만큼 우리 당(국민의힘)에서 발의할 법안은 아닌 것 같다"고도 덧붙였습니다.

발의된 법안은 통상 해당 상임위원회 심사와 체계·자구 심사(법사위), 본회의 심의, 정부 이송을 거쳐 공포·발효됩니다. 아니면 중간 단계에서 '철회'나 '폐기'가 되기도 합니다.

윤 의원이 발의한 법안은 어떤 운명을 맞게 될까요?

대문사진 : 원소민
인포그래픽 : 권세라

최유경 기자 (60@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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