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정부 50조 도시재생도 외면한 반지하, 이번엔 저렴주택 임대대란?

차학봉 부동산전문기자 2022. 8. 20.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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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학봉 기자의 부동산 봉다방>
문 정부, 주거지 정비 등 도시재생사업에 50조 투자
반지하에 전시장, 사랑방 만들면서 안전문제는 외면
신통기획 등 재건축 재개발 본격화로 저렴주택 대량 멸실 위기
학교부지, 공영차고지 활용한 임대주택공급 고려해야

반지하 주택에서 침수로 갇힌 일가족 3명이 사망하는 참극이 발생하자 정부와 서울시가 대책을 잇따라 발표하고 있다. 재해에 취약한 반지하 주택이 서울에서만 20만 가구, 전국적으로 32만7000 가구가 있다고 한다. 서울시는 10~20년에 걸쳐 단계적으로 반지하 주택을 금지하는 정책을 추진한다. 반지하에서 지상으로 주거를 옮기는 서민들에게 임대료도 일부 지원한다. 반지하를 사들여 커뮤니티 시설로 활용하는 방안도 검토중이다.

열악한 주거환경에도 반지하 주택이 존재하는 이유는 저렴한 임대료 탓이다. ‘반지하 일몰제’로 대체 주거지의 임대료가 큰 폭으로 오르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정부가 최근 재개발, 재건축을 통한 주택공급 확대 정책을 발표했는데, 이 정책은 저렴 주택의 대량 멸실을 전제로 한다. 정교한 대책이 없으면 저렴주택 임대료 대란이 발생할 수 있다.

◇반지하 도시재생은 벽화, 전시장, 사랑방 만들기?

문재인 정부에서 도시재생 사업에 50조원이 투자됐다. 도시재생사업이 벽화그리기, 전시실 만들기 등에 그쳤다는 비판이 나온다. 서울 관악구 난곡동 담벼락에 빛 바랜 벽화들이 남아 있다. /전현희 기자

이번 참극을 계기로 역대 정부와 서울시가 추구해온 주택 정책에 대한 성찰이 필요하다. 문재인 정부는 50조원을 들여 도시재생사업을 벌였다. 도시재생사업의 중요 목적 중 하나가 거주환경이 열악한 노후 주거지를 정비하여 기초 생활 인프라를 확충하는 것이다. 박원순 전 서울 시장은 주거복지를 외치며 낡은 동네를 개보수하는 등 도시재생 사업에 많은 예산을 투입했다. 낡은 동네에 벽화 그리고, 노후 건물들을 문화재처럼 개보수해서 보전했다. 도시재생사업 대상에 반지하 주택도 포함됐다. 하지만 빈공간으로 방치된 반지하를 개조해 주민들의 사랑방, 마을 자료실, 시민단체 활동공간으로 제공했다. 반지하 주택의 안전문제나 반지하를 대체할 수 있는 주택공급에 대한 관심은 부족했다.

◇타팰급 임대주택 정책, 지속될까?

이번 재해로 오세훈 서울 시장의 임대주택 정책도 전환이 불가피해졌다. 오시장은 기회가 있을 때마다 ‘타워팰리스 같은 고급 임대주택’의 공급을 강조했다. 오시장은 집권 1기부터 중산층도 거주하는 장기전세 임대(시프트) 정책을 역점사업으로 추진했다. 오 시장은 중산층도 입주하는 고품질 임대주택 공급확대를 집값 문제 해결의 수단으로 본 것이다. 시세보다 저렴한 고품질 임대주택이 자가 소유 욕구를 줄여서 집값 안정에 기여할 것이라는 발상이다. 오 시장은 최근 싱가포르를 방문, 3세대 공존형 주택 등 이른바 고품질 임대주택 구상을 밝혔다. 최저 주거수준도 충족하지 못하는 반지하주택이 20만가구 존재하는 상황에서 오 시장이 추진하는 고품질 임대주택 공급확대론은 공허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민섭 서울벤처대학원대학교 부동산학과 교수는 “반지하 주택 참사로 중산층에 치우친 서울시 임대주택정책의 우선순위 조정이 불가피해졌다”면서 “가장 효율적인 임대주택 정책이 무엇인지 논의가 활발하게 벌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도심공급확대는 저렴주택 대량멸실 초래 우려

서울 관악구 신림동 주택가에 위치한 반지하 가구들. 정부는 최근 집중호우로 침수 사태가 발생한 반지하 등 재해 취약주택과 거주자에 대한 실태조사를 통해 근본적인 대책 마련에 나선다는 내용을 포함한 '국민 주거안정 실현방안'을 발표했다. /연합뉴스

오 시장은 이번 참사를 계기로 반지하 주택의 단계적 금지를 추진한다. 20만 가구의 반지하 주택을 10~20년에 걸쳐 일몰제를 적용한다는 계획이다. 자칫 ‘저렴 주택’ 임대대란이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는 최근 270만가구 공급을 골자로 한 8.16대책을 발표했다. 서울시가 추진하는 ‘신속통합기획’ 을 전국으로 확대한다. 문제는 신통기획의 대상이 되는 재건축 재개발 대상에는 반지하 등 저렴주택이 상당수 포함돼 있다. 도심 주택의 대량 공급은 저렴주택의 멸실을 전제로 한다. 김우진 주거환경연구원장은 “ 재개발, 재건축이 논의되고 있는 주택단지에 가보면, 약 70%는 저렴한 임대”라며 “모아주택, 신속통합기획이 활성화 된다는 것은 임대주택의 대규모 멸실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재개발 재건축 활성화가 저렴주택 대량 멸실과 임대주택 부족사태로 이어지지 않으려면 정교한 보완대책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서울시 임대주택 공급 특단의 대책 필요?

김 원장은 “규제완화를 통한 주택공급 확대를 위해서는 반값 임대료 아파트와 같은 임대주택 공급에 정책의 우선순위를 두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활용도가 낮은 차량 정비창, 유수지, 공영 차고지 등을 상부 데크화하는 등의 입체 복합 개발하거나 도시개발사업과 택지개발사업에서 학교부지로 책정되었으나 공터로 남아 있는 부지 등에 저렴한 임대 아파트를 공급하자는 제안이다. 김 원장은 “사전에 벽체 등을 제작해서 현장에서 조립하는 공법을 활용하면서 임대주택을 신속하게 대량 공급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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