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 나온 책] 공정 얘기가 지겨워진 당신에게

시사IN 편집국 입력 2022. 8. 20. 0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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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 이후의 세계 김정희원 지음, 창비 펴냄

“모든 평가에 시험을 도입하면 우리는 정말 공정한 보상을 받게 되는 걸까?”

공정은 최근 한국 사회를 흔들었던 가장 뜨거운 이슈다. 젊은 세대가 원하는 ‘최우선 가치’인 것처럼 여겨졌지만 그 실상은 소모적이었다. ‘인국공’ 사태, ‘고시’ 부활론 등 시험주의가 만들어낸 풍경은 어떻게 구조적 불평등을 가리게 되었나. 저자는 “나의 노력의 양, 질, 효과가 구조적 불평등의 영향을 받는다”라며 능력주의 담론을 격파해간다. 이 책은 공정이 아니라면 새로운 세계는 어때야 하는가에 대한 나름의 대답이다. 가려져 있지만 관계와 일상을 유지해왔던 돌봄, 좀 더 정의로운 일터를 위한 대안 담론들이 구체화된다. ‘공정 담론’과 결별하고 새로운 이야기를 찾고 싶은 이들에게 추천한다.

 

 

 

 

 

거짓말들 미깡 글·그림, 문학동네 펴냄

“나는 좀 다친 것 같아. 혜경아.”

〈술꾼도시처녀들〉의 미깡 작가가 거짓말을 주제로 아홉 편의 단편을 묶었다. 보통의 거짓말과 선의의 거짓말이 사람과 사건 사이를 관통한다. 그중 ‘A의 거짓말’이 인상적이다. 서로서로 거짓말을 만들어내기 바빴던 열 살 시절의 일이다. 어느 날 기운 없이 등장한 A의 거짓말은 급이 달랐다. 사촌 오빠 둘이 자신의 성기를 입에 물라며 칼을 들고 협박했다는 것. 거짓말이라 생각한 친구들은 그 사실을 모른 척했다. 어른이 된 뒤 문득 친구는 생각한다. A가 거짓말쟁이가 아니었다면? 오직 출판을 위해 그린 만화 9편에는 작가가 사회를 바라보는 시선, 인간 군상에 대한 특별한 응시가 담겼다.

 

 

 

 

 

서랍에서 꺼낸 미술관 이소영 지음, 창비 펴냄

“영원히 등단하지 않는 소설가로 남겨두는 것. 어떤 화가는 그렇게 대해야만 한다.”

저자는 유명하지 않은 화가, 사라진 화가들에 마음이 끌린다고 고백한다. 이 책은 그들의 흥미로운 삶과 의미 있는 작품이 소멸할까 두려웠던 저자가 소중히 붙들고 남겨온 기록이다. 저자도 자료 찾기가 힘들었던 화가와 작품들이라고 하니 마음이 편하다. 미술관에 가서 교과서에 나오던 명작을 볼 때면 옆에 놓인 그림 설명, 소책자에 적힌 글귀에 집착할 때가 있다. 남들은 다 알고 있을 것만 같은 작품의 의미를 나만 놓칠까 봐서다. 이 책에 등장하는 작품들은 그런 압박에서 비교적 자유롭다. 책에 소개된 아웃사이더 작가, 독특하고 불가해한 작품을 따뜻하게 그려내는 저자의 시선을 따라가다 보면 내 삶도 하찮지 않은 무언가로 느껴진다.

 

 

 

 

 

연대의 밥상 이종건 지음, 곰리 그림, 롤러코스터 펴냄

“남아 있는 우리가 달콤한 세상을 만들자고 그렇게 다짐했던 것 같다.”

이종건을 떠올리면 “내가 사랑했던 자리마다 모두 폐허”라던 시구절이 떠오른다. 을지OB베어, 아현포차, 궁중족발, 노량진수산시장. 젠트리피케이션의 최전선을 지키며 폐허가 되려는 것들을 온몸으로 막아온 옥바라지선교센터 이종건 사무국장. 그가 차린 연대의 밥상에는 김치전도 있고, 잔치국수도 있고, 회 한 접시도 있고, 빠다코코낫도 있다. 단맛과 짠맛, 눈물 맛, 그리고 이별의 맛이 있다. 책을 덮고는 그가 고단하게 방에 앉아 혼자 국을 떠먹는 장면을 상상했다. 고독하고 저렴한 그 한 끼를 꿀떡 넘길 때, 그가 지키려 한 아름다운 폐허들이 저자의 마음속에 작은 마을을 이루었기를 바라본다.

 

 

 

 

 

아주 조용한 치료 사이쇼 하즈키 지음, 전화윤 옮김, 글항아리 펴냄

“비밀 유지 의무라는 우산 아래 사람과 사람 사이에 오가는 마음과 침묵에 대하여.”

저자는 긴 침묵이 동반되는 심층 심리치료의 세계로 독자를 안내한다. 저자가 특히 주목하는 분야는 언어를 쓰지 않는 모래놀이 치료다. ‘클라이언트(환자)’와 ‘테라피스트(카운슬러·치료사)’ 사이에 굳건한 신뢰가 쌓여가는 과정에서 침묵과 기다림은 일종의 태도이자 중요한 방법론으로 작동한다. 마음을 회복하는 과정에서 어떤 감정을 느끼는지, 일본 사회에서 마음치료가 어떻게 자리 잡게 되었는지, 긴 침묵을 통해 마음을 들여다보는 사람들은 어떻게 훈련받고 성장하는지 보여준다. 사람 사이의 마음을 다루는 책이지만, 동시에 시대와 사회 속에서 고군분투하는 마음치료 종사자들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소비단식 일기 서박하 지음, 휴머니스트 펴냄

“다 필요해서 산 건데. 내가 뭘 얼마나 산 거지?”

카드빚 1600만원을 소비단식을 통해 0원으로 만든 경험담과 노하우를 담은 에세이다. ‘쇼핑 신봉자’였던 저자의 소비단식은 당연히 좌충우돌이다. 요요처럼 들이닥친 지름신에 몇 달간 좌절하기도 하고 조급한 마음에 ‘빚투’를 시작했다가 카드값 청산의 길이 아득하게 멀어지기도 한다. 하지만 노력 만큼, 착실하게 쌓이는 통장 잔고를 확인하며 그는 자신이 회복되고 있음을 알게 된다. 저자는 네 가지 소비단식 원칙을 제안한다. 가장 중요한 원칙 하나를 고르라면? 역시 ‘절대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밥상 물가로 허리가 휘는 요즘이다. ‘안 사면 100% 할인’이라고 했던가. 통장 잔고를 지켜줄 가장 안전한 투자로 소비단식을 추천한다.

시사IN 편집국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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