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재판부의 마침내 풀어줄 결심

최정규 입력 2022. 8. 20. 0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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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사재판 재판부가 피고인 처벌의 수준을 결정하는 양형 판단은 존중받아야 한다.

그래서 항소심 재판부 또한 1심 재판부의 양형 판단을 존중해야 한다.

재판부의 양형 판단을 비판한다는 것은 매우 조심스러운 일이고, 나도 좀처럼 그런 비판을 하지 않으려 한다.

검찰 공소장에 기재된 피해자 19명 중 약 3분의 1에 해당하는 6명에 대한 추가 합의가 항소심에서 이루어진 새로운 양형 조건을 근거로, 항소심 재판부는 피고인들을 풀어주기로 결심한 것으로 해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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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이런 법이] "세상에 이런 법이 어딨어." 우리가 자주 하고 듣는 말. 네, 그런 법은 많습니다. 변호사들이 민형사 사건 등 법 세계를 통해 우리 사회 자화상을 담아냅니다.
대리 수술 혐의를 받는 인천 한 병원의 직원이 지난해 8월31일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인천지방법원에 들어서고 있다. ⓒ연합뉴스

형사재판 재판부가 피고인 처벌의 수준을 결정하는 양형 판단은 존중받아야 한다. 양형(量刑)은 법정형을 기초로 하여 법에서 정한 양형의 조건이 되는 사항을 두루 참작하여 합리적이고 적정한 범위 내에서 이루어지는 재량 판단이다. 그래서 항소심 재판부 또한 1심 재판부의 양형 판단을 존중해야 한다. 제1심과 비교하여 양형의 조건에 변화가 없고 제1심의 양형이 재량의 합리적인 범위를 벗어나지 아니하는 경우에는 이를 존중함이 타당하다는 것이 대법원 판례이기도 하다.

재판부의 양형 판단을 비판한다는 것은 매우 조심스러운 일이고, 나도 좀처럼 그런 비판을 하지 않으려 한다. 그러나 지난 7월14일 서울고등법원 제9형사부에서 선고된 집행유예 판결에 대해서는 오랜 고민 끝에 비판하기로 결심했다. 왜냐하면 나는 이 사건을 세상에 알린 공익제보자의 비실명 대리신고인으로 누구보다 사건에 대해 잘 알고 있으며, 제보자가 직접 나서 목소리를 내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 사건은 인천의 척추 전문병원에서 이루어진 유령·대리 수술 가해자들에 대한 형사재판이다. 병원 수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비의료진에게 수술행위를 직접 가르치고 그 행위를 지시한 병원 운영자인 의사 3명은 구속되어 재판을 받았다. 1심 재판부는 징역 2년 실형을 선고했다. 그러나 항소심 재판부는 1심 실형 선고를 뒤집고 의사 3명을 모두 집행유예로 풀어주었다.

대리 수술 피해자가 수천 명으로 예상되는데…

항소심 재판부는 왜 그들을 풀어줄 결심을 했을까? 항소심 재판부는 그 이유를 아래와 같이 판결문에 기재했다. “사기 피해자 6명과 추가로 합의하여 환자 사기 피해자 전원(19명)은 피고인들에 대한 형사처벌을 원하지 않고 있고, 그중 상당수는 피고인들에 대한 선처를 구하고 있다. (중략) 피고인들에 대한 원심의 형은 너무 무거워서 부당하다고 판단된다.”

검찰 공소장에 기재된 피해자 19명 중 약 3분의 1에 해당하는 6명에 대한 추가 합의가 항소심에서 이루어진 새로운 양형 조건을 근거로, 항소심 재판부는 피고인들을 풀어주기로 결심한 것으로 해석된다. 항소심 재판부의 결심에 아쉬움이 남는 건 유령·대리 수술을 목격한 간호사들의 증언이 항소심 판결문에 담겨 있기 때문이다.

2~3년 전부터 대리 수술이 있었고 최근 1~2년간 대리 수술이 많아졌다는 수술실 책임간호사의 증언, 피고인이 능수능란했고 간호사들의 보조업무도 자연스러워 비의료진이라고 생각하지 못했다는 2019년 입사 간호사의 증언에 따르면 유령·대리 수술 피해자는 수백 명을 넘어 수천 명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공익제보자 촬영 동영상을 통해 확인되어 기소된 이들이 19명 피해자 전원과 합의한 사실은 항소심 재판부의 풀어줄 결심의 사유로 작동되지 않아야 했다.

공교롭게도 이 사건 판결이 선고되기 이틀 전 경기도의 한 대형 종합병원에서 비의료진이 환자의 피부를 꿰매는 수술을 오랫동안 해온 사실이 언론 보도를 통해 세상에 알려졌다. 환자의 생명과 안전은 뒷전으로 미룬 채 오직 수익 극대화에 혈안이 되어 있는 병원 운영자들이 이번 항소심 판결 소식을 듣고 또다시 유령·대리 수술을 감행하겠다고 결심하는 건 아닌지 걱정이 앞선다.

최정규 (변호사·<불량 판결문> 저자)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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