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새 10% 이상 오른 환율, 어떻게 봐야 할까?

김학균 2022. 8. 20. 0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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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 만에 원·달러 환율이 10% 이상 올랐다. 기업의 수출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분석도, 인플레이션을 심화한다는 우려도 있다. 환율의 이모저모를 2회에 걸쳐 살펴본다.[경제가 어려운 당신에게]
8월2일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0.7원 올라, 1304.7원으로 장이 마감됐다. ⓒ연합뉴스

얼마 전부터 원·달러 환율이 1300원대에서 움직이고 있습니다. 작년 이맘때 환율이 1150원 내외였으니 1년 사이 10% 넘게 오른 셈입니다. 환율 상승을 바라보는 시각은 다양합니다. 한국 기업들의 해외 가격경쟁력을 높여 수출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 있는 반면 수입물가를 상승시켜 인플레이션을 심화한다는 우려도 존재합니다. 또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고치까지 오른 원·달러 환율이 한국 경제의 취약성을 보여주고 있다는 해석과 달러 대비 자국 통화 약세는 한국뿐 아니라 세계 대부분의 나라에서 나타나는 국제적 현상이니 걱정할 필요 없다는 시각이 공존합니다. 경험적으로 봐도 환율은 올라도 걱정, 떨어져도 걱정인 경우가 많습니다. 환율에 대해 알아두면 좋을 몇 가지 포인트를 2회에 걸쳐 살펴보겠습니다.

■ 환율이란 무엇인가?

환율은 두 국가의 통화 간 교환비율을 의미합니다. 8월2일 기준 원·달러 환율은 1304원이었습니다. 미국 돈 1달러를 얻기 위해 한국 돈 1304원이 필요하다는 뜻입니다. 2021년 8월2일 원·달러 환율은 1147원이었습니다. 1년 동안 157원 상승했네요. 1년 전에는 1147원만 있으면 1달러를 얻을 수 있었는데, 요즘에는 1304원이 있어야 하니 원화 가치가 떨어졌다고 말할 수 있겠습니다. 원·달러 환율 상승은 원화 가치 하락, 또는 달러 가치 상승을 의미합니다.

다른 국가의 비교통화 한 단위당 자국 통화 금액을 나타내는 환율 표기법을 ‘자국통화표시법’이라고 부릅니다. 우리가 통상적으로 쓰는 원·달러 환율이 그렇습니다. 원·달러 환율은 비교통화 한 단위(1달러)당 자국 통화 금액(8월2일 기준 1304원)으로 표시됩니다. 한국 원과 일본 엔, 중국 위안, 브라질 헤알 등 대부분의 통화가 자국통화표시법을 따릅니다.

반대로 자국 통화 한 단위당 다른 비교 국가의 통화 금액을 나타내는 환율 표기법도 있는데 이를 ‘외국통화표시법’이라고 부릅니다. 예컨대 유로존의 유로화와 영국의 파운드화가 그렇습니다. 8월2일 기준 달러와 비교한 유로화 환율과 파운드화 환율은 각각 1.02달러와 1.22달러였습니다. 1달러당 유로화와 파운드화로 표시하는 게 아니라, 1유로와 1파운드당 달러 단위로 표시됩니다. 외국통화표시법 아래서는 환율 상승이 자국 통화 가치 상승, 환율 하락이 자국 통화 가치 하락을 의미합니다. 유로와 파운드화 환율의 움직임은 원·달러와 반대로 해석해야 합니다.

두 가지의 환율 표기법은 관습에 따른 차이일 뿐 어느 방법이 더 낫다고 평가할 수는 없습니다. 다만 대부분 통화는 달러를 기준으로 환율이 표시되는데, 유로존과 영국, 영국의 유산이 많이 남아 있는 오스트레일리아와 뉴질랜드 등 영연방 국가들은 자국 통화를 기준으로 달러 환율이 표시된다는 점을 알아둘 필요는 있습니다.

8월1일 부산 남구 신선대부두에 컨테이너가 가득 쌓여 있다. ⓒ연합뉴스

■ 수요와 공급에 따라 결정되는 ‘달러값’

외환시장은 환율이 결정되는 시장입니다. 서울 외환시장에서는 원·달러 환율이 결정됩니다. 달러에 대한 수요가 많을 때 원·달러 환율이 상승합니다. 다른 말로 달러가 강해지거나, 원화가 약해진다고 표현할 수도 있겠네요. 기업의 수입 수요가 늘어나거나, 한국인들의 해외투자가 활성화하면 달러 수요가 늘어나게 됩니다. 지난 수년 동안 한국의 개인투자자들이 미국 주식을 많이 매수했습니다. 이들을 ‘서학개미’라 부르기도 하는데요, 미국 주식을 사려면 한국 돈인 원화를 미국 돈인 달러로 바꿔야 합니다. 미국 주식 투자 증가는 외환시장에서 달러에 대한 수요를 늘리는 요인입니다. 한국을 대표하는 연기금인 국민연금의 해외투자도 마찬가지입니다.

반대로 달러 공급이 늘면 원·달러 환율이 하락합니다. 달리 말하면 원화가 강해지고, 달러는 약해지는 셈이지요. 한국의 수출이 호조세를 보이거나, 외국인들의 한국 금융시장에 대한 투자가 늘어날 때 달러 공급은 늘어나게 됩니다.

달러에 대한 수요와 공급에 따라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이 결정됩니다. 그럼 한국 원화와 일본 엔화 간 환율은 어떻게 결정될까요? 달러와 달리 원화와 엔화가 거래되는 시장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서울 외환시장에서 한국 원화는 미국 달러화와 중국 위안화 단 두 개의 통화와만 ‘직접’ 거래됩니다.

달러화와 위안화를 제외한 다른 통화들과 원화의 교환비율은 재정환율(cross rate)로 표시됩니다.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화가 거래되는 것처럼 기축통화인 달러는 거의 모든 나라에서 해당 국가의 통화와 직접 거래되는 외환시장이 존재합니다. 도쿄 외환시장에서는 당연히 엔화와 달러화가 거래되겠지요. 서울 외환시장에서 결정되는 원·달러 환율과 도쿄 외환시장에서 결정되는 엔·달러 환율을 기준으로 원·엔 환율을 계산할 수 있습니다. 달러화가 기준통화가 되는 것이지요. 이렇게 결정되는 환율을 재정환율이라고 부릅니다. 한국 원화의 경우 달러와 위안화를 제외한 다른 모든 통화와의 환율은 재정환율로 측정됩니다.

7월5일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환전소 앞을 시민들이 지나다니고 있다. ⓒTASS

■ ‘강달러’는 세계적 추세

올 들어 원·달러 환율이 크게 상승했습니다. 달러 대비 원화가 약세를 나타냈다는 점은 이해하시겠지요. 2021년 말 대비 8월2일까지 원화는 달러 대비 8.9%의 약세를 보였습니다. 달러 대비 자국 통화 약세는 한국에서만 나타나는 현상이 아닙니다. 같은 기간 엔화와 유로화는 달러화 대비 각각 13.5%와 10.5%의 약세를 보였습니다. 요즘 나타나고 있는 원·달러 환율 상승은 한국 고유의 요인에 기인한 ‘원화 약세’라기보다 글로벌한 ‘강달러’ 현상의 하나로 해석하는 게 더 타당할 것 같습니다.

그렇지만 세상의 모든 통화가 달러에 대해 약세를 나타내는 것은 아닙니다. 역시 8월2일까지의 2022년 통화가치 변동 기준으로 보면 러시아 루블화는 달러 대비 24.2%나 강해졌고, 브라질 헤알화 가치도 5.6% 절상됐습니다.

늘 달러 대비 강한 통화와 약한 통화가 공존합니다. 원·달러 환율로 보면 당연히 강달러이지만, 글로벌 전체적으로도 강달러일까요. 이런 궁금증에 답하기 위해 만들어진 지표가 달러화 지수(dollar index)입니다. 많은 기관이 달러화 지수를 산출하는데, 가장 대표적인 것은 미국의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가 만드는 달러화 지수입니다.

연방준비제도는 세 가지 달러화 지수를 발표합니다. 먼저 주요 통화 7개(Major)와 달러의 종합적 통화가치를 비교해 산출하는 달러화 지수가 있습니다. 여기 들어가는 통화는 유로존 유로, 일본 엔, 영국 파운드, 캐나다 달러, 스위스 프랑, 스웨덴 크로네, 오스트레일리아 달러 등입니다. 이들 7개 통화와 미국 달러화 간 각각의 환율에 미국과의 무역 가중치를 감안해 달러화 지수가 산정됩니다. 예를 들어 유로화는 주요 7개국 환율로 만들어지는 달러화 지수에서 57%의 가중치를 가집니다. 미국과 교역을 가장 많이 하기 때문입니다. 그다음은 일본 엔화의 가중치로 13%입니다.

다음으로 주요 7개국 이외 다른 19개 주요 무역 파트너국의 통화와 달러 관계를 보여주는 ‘OITP’ 지수가 있습니다. OITP는 ‘주요 7개국 이외 다른 주요 무역 파트너(Other Important Trading Partners)’를 뜻합니다. 한국 원화도 여기에 속하고 유로존 다음으로 미국과 교역을 많이 하는 중국 위안화도 OITP 달러화 지수에 들어갑니다. 이 지표도 역시 무역 가중치에 따라서 각 통화의 구성비가 결정됩니다.

마지막으로 주요 7개국 통화와 기타 무역국 19개 통화를 모두 고려한 종합적인(Broad) 달러화 지수가 있습니다. 이 지수 내에서 한국 원화가 차지하는 비중은 3.5%로 상위 일곱 번째 통화에 해당됩니다.

여러 종류의 달러화 지수가 있습니다만, 미국과의 무역 가중치가 고려된다는 점은 같습니다. 그래서 가중치가 가장 높은 유로화의 가치 변화가 어떤 종류건 달러화 지수의 향방에 결정적 영향을 주게 됩니다. 올 들어 달러 가치는 주요 7개(Major) 통화 대비 8.8% 상승했고, 7개국 제외 중요한 19개(OITP) 통화 대비로는 3.5% 강해졌고, 전체 26개국(Broad) 통화와 비교해서는 6.0% 절상됐습니다.

연방준비제도에서 정한 주요 26개국 통화보다 범위를 넓혀봐도 마찬가지입니다. 전 세계 149개 통화 중 올 들어 달러 대비 강세를 보이는 통화는 23개에 그치니 광범위한 달러 강세가 나타나고 있다고 평가해도 무리가 없을 것입니다.

최근 강달러는 미국의 공격적 금리인상에 영향을 받은 바가 큽니다. 이론적으로 금리가 높은 국가의 통화가치는 강해집니다. 금리가 높은 나라에 투자하면 높은 이자를 받을 수 있어 해당 통화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게 되기 때문입니다.

인플레이션에 대응하기 위해 각국 중앙은행이 금리를 올리고 있지만 실제 편차는 매우 큽니다. 한국은행은 지난해 8월부터 기준금리를 올리며 선제적 긴축을 단행했지만 미국 연준이 빅스텝(기준금리 0.50%포인트 인상)과 자이언트스텝(기준금리 0.75%포인트 인상)으로 따라오면서 지난 7월 말에는 미국 금리가 한국보다 높아졌습니다. 유럽중앙은행(ECB)은 7월에야 기준금리를 처음 인상했습니다. 다만 ECB는 이탈리아 같은 역내 재정 부실 국가에 대한 고려도 필요해 공격적으로 금리를 올리기 힘든 형편입니다. 일본은행은 아예 금리를 올릴 엄두도 못 내고 있습니다. 미국만 파격적으로 금리를 올리니 달러가 강해지고 있는 것입니다. 

김학균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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