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돋보기]⑥ 화교 정착 140년·수교 30년..한중문화관

강종구 2022. 8. 20.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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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차이나타운에 위치..화교史·한중 수교 정보 풍성
인천 차이나타운에 있는 한중문화관 [촬영 강종구]

(인천=연합뉴스) 강종구 기자 = "대한민국과 중화인민공화국은 오늘을 기해 오랜 비정상적 관계를 청산하고 대사급 외교관계를 수립하기로 합의했습니다."

1992년 8월 24일, 노태우 당시 대통령은 담화문을 통해 역사적인 한중 수교 사실을 천명했다.

6·25 전쟁에서 서로 총구를 겨눴던 양국이 한국 북방정책과 중국 개혁개방 기조를 기반으로 적대관계를 청산하고 국교수립이라는 이정표를 세운 것이다.

한중 양국은 북핵 대응과 사드 현안 등 정치·안보 영역에서는 때때로 현실 인식을 달리할 때도 있지만, 수교 이후 30년간 비약적인 경제·인적 교류를 이루며 전략적 협력관계를 이어가고 있다.

인천 청관거리 (인천=연합뉴스) 20세기 초 인천 개항장 청관거리. [인천시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140년 전 임오군란, 중국인 첫 집단거주

우리나라에 중국인들이 집단으로 들어와 살기 시작한 것은 14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882년 임오군란 때 조선 정부의 개입 요청에 따라 청나라 군인 3천명이 국내에 주둔하게 되면서 군수품 보급을 위해 함께 입국한 상인 40명이 한국 화교(華僑)의 시초로 간주한다.

이듬해인 1883년 인천항 개항 후 인천∼상하이 항로가 개설되고, 1884년 지금의 차이나타운 자리인 중구 선린동에 전국 최초로 청나라 조계지가 설정되면서 화교들의 이주가 늘어나기 시작했다.

화교들은 주로 무역업에 종사하며 중국에서 식료품·잡화·비단 등을 수입해 팔고 조선의 사금 등을 중국에 수출했다.

개항기에 정착한 화교 중에는 이발사·요리사·재단사도 많았다. 이들 직업은 모두 칼을 다룬다는 공통점이 있다고 해서 '싼바다오(삼파도·三杷刀)'라고 불렸다.

이외에도 농업·항만노동 등 다양한 업종에서 일하며 인천의 화교 인구는 1920년대 들어 1천800여명으로 증가했고, 중국 무역액의 80%를 차지할 정도로 역할이 커졌다.

이후 화교 사회는 1930년대 만주사변과 중일전쟁, 1950년 한국전쟁, 1960년대 우리 정부의 화교 경제권 확장 제한 정책 등으로 시련을 겪기도 했다.

하지만 1990년대 토지 소유 제한이 풀리고 2006년 장기체류 외국인에게 지방선거 참정권이 부여된 이후에는 국내 화교 사회도 활력을 되찾고 있다.

국내에서 화교는 대만의 정체성을 지키는 '노(老)화교'를 지칭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한중 수교 이후에는 중국 국적의 '신화교'의 유입도 늘고 있다.

차이나타운 야경 [인천관광공사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한국 속 중국' 인천 차이나타운…중국 거리 걷는 듯

인천 차이나타운은 한국 속 중국을 느낄 수 있는 공간이다.

전국적으로 차이나타운이라는 이름을 내건 구역들은 여럿 있지만, 지방자치단체 주도가 아닌 화교 사회의 정착과 함께 자연 발생적으로 형성된 차이나타운은 인천이 유일하다.

청나라 조계지 설정 이후 약 140년의 역사를 지닌 인천 차이나타운에는 차이나타운의 상징과도 같은 대문 '패루'가 4개 있다. 인천역 앞 '1호 패루'는 중국 웨이하이(威海)시가 기증한 것으로, 중국 정부 기관이 해외에 최초로 기증한 패루다.

또 1910년에 건립된 청나라 영사관의 부속 건물인 회의청, 걸출한 영웅들의 서사를 담은 150m 길이의 삼국지 벽화 거리, 화교들의 정신적 안식처 역할을 한 의선당 등을 돌다 보면 중국 거리를 걷는듯한 느낌을 받게 된다.

차이나타운 내 30여개 중국요릿집에서는 백년짜장·하얀짜장 등 수많은 짜장면과 정통 중화요리를 맛볼 수 있고, 거리에서는 화덕만두·홍두병·공갈빵·탕후루 등 군것질 간식도 방문객의 입맛을 사로잡는다.

한중문화관 포토존 (인천=연합뉴스) 강종구 기자 = 한중문화관에서는 중국 전통의상을 무료로 입고 사진을 찍을 수 있다.(사진 위) 야외 진시황릉 청동마차 모형도 인기 포토존이다.(사진 아래) 2022.8.20 inyon@yna.co.kr

한중문화관·인천화교역사관, 양국 교류 정보 '한눈에'

차이나타운에 갔다면 꼭 들러볼 만한 곳이 한중문화관과 인천화교역사관이다.

3층 중국 전통의상 체험장에서 무료로 빌려주는 치파오를 입고 사진을 찍거나, 야외 데크에 있는 진시황릉 1호 청동마차를 배경으로 인증샷을 찍으면 관람료 1천원으로 중국 여행을 다녀온 듯한 느낌을 받을 수 있다.

2005년 4월 개관한 한중문화관(중구 제물량로 238)에는 중국의 역사와 문화, 생활상에 관한 유물들이 다양하게 전시돼 있어 중국 문화를 느끼고 체험할 수 있다.

웨이하이·칭다오(靑島) 등 인천의 우호 도시들로부터 기증받은 지역 특산품과 예술품은 한중 지방정부 간의 활발한 교류를 상징한다.

중구문화재단이 운영하는 화교역사관은 한중문화관과 연결돼 있다. 한국 근대사와 함께 한 화교의 역사를 이해할 수 있는 국내 최초 화교 전시관이다.

인천화교협회가 운영하는 화교역사문화관 [인천화교협회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인천화교협회가 운영하는 인천화교역사문화관(차이나타운로 55번길 21)에서도 화교 문화의 정수를 느낄 수 있다.

옛 한성전보총국 인천분국에 자리 잡은 문화관에는 관우를 기리는 제신상과 화교의 이주사와 생활상을 관람할 수 있는 유물들이 전시돼 있다.

주희풍 인천화교협회 외무부회장은 "우리 화교는 140년 가까이 인천에 뿌리내리고 4대∼5대째 살고 있다"며 "차이나타운에 오신다면 화교역사문화관에도 들러 화교의 문화를 이해하고 체험해 보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한중문화관과 인천화교역사관 운영시간은 오전 9시∼오후 6시(월요일 휴관). 관람료는 2개 전시관 합쳐서 성인 1천원, 청소년 700원, 어린이 무료다. 인천화교역사문화관 운영시간은 오전 9시∼오후 5시(토·일요일 휴관), 관람료는 무료다.

iny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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