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목현미경] 현대모비스, 물적분할 '트라우마'에 주가 휘청

강은성 기자 2022. 8. 20. 0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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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그룹 지배구조 개편과 관련없다" 설명에도 의구심 커져
"분할 '상장' 문제 아냐..대주주 이익 위해 주주 '패싱' 우려"
10일 오후 현대자동차 울산공장 명촌정문에서 1조 근로자들이 퇴근하고 있다. 2021.6.10/뉴스1 ⓒ News1 윤일지 기자

(서울=뉴스1) 강은성 기자 = 현대모비스가 모듈과 부품 제조부문 자회사 2개를 신설하기로 했다고 공식 발표하면서 주가가 휘청이고 있다. 3일간 8% 이상 하락하며 시가총액이 7000억원 이상 증발하기도 했다. 투자자들은 현대모비스 사업분할이 현대차그룹 대주주의 지배력 강화에 이용되고 주주들은 그 과정에서 외면받는 '물적분할 트라우마'에 시달리는 모습이다.

지난 16일, 현대모비스가 주요 사업부문인 모듈과 부품 부문을 분할해 자회사로 설립한다는 내용이 전해졌다. 전날 22만6000원이었던 주가는 이날 장중 21만2500원까지 밀리며 6.18% 급락했다.

주가 하락은 18일까지 3일 연속 이어졌다. 장중 하락폭이 심화되고 장 막판 저가매수세가 유입되면서 낙폭을 회복하는 방식이었다.

18일 회사측이 생산전문 협력사를 통해 운영해오던 국내 모듈공장과 핵심부품공장을 2개의 생산전문 통합계열사로 통합하기로 결정했다고 공식발표하면서 19일엔 주가가 일부 반등했다. 한주간 현대모비스의 주가는 등락을 거듭한 끝에 1만2000원(-5.3%) 하락한 21만4500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현대모비스는 울산과 화성·광주의 모듈공장 생산조직은 모듈통합계열사(가칭)로, △에어백△램프△제동△조향△전동화 등 핵심부품공장 생산조직은 부품통합계열사(가칭)로 재배치한다는 방침이다. 9월 중 해당 안건을 이사회에 상정한 뒤 11월 공식 출범할 계획이다. 법인설립 후 현대모비스가 100% 지분을 보유하게 된다.

회사측은 이번 자회사 신설로 그간 생산 전문사 위탁 방식 운영에서 제기됐던 '불법 파견 리스크'를 해소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투자자들은 이번 조치가 현대차그룹 대주주의 '지배력 강화'를 위한 포석이 아니냐는 시각을 거두지 않고 있다. 추후 분할한 자회사를 현대글로비스에 넘겨 지배력을 강화할 가능성이 없지 않기 때문이다.

현대차그룹은 현대모비스와 현대차, 기아, 현대제철, 현대글로비스가 서로의 주식을 보유하고 있는 순환 출자 구조를 갖고 있다.

현대모비스는 현대차의 최대 주주로 지분 21.4%를 갖고 있다. 현대차는 기아 지분 33.9%, 현대제철과 현대글로비스 지분 6.9%와 4.9%를, 기아는 현대모비스 지분 17.4%, 현대제철 17.3%를 보유하고 있다. 현대제철과 현대글로비스는 각각 현대모비스 지분 5.8%, 0.7%를 갖고 있다.

정몽구 명예회장은 현대차 지분 5.3%, 현대모비스 지분 7.2%를, 정의선 회장은 현대글로비스 지분 20%, 현대차와 기아, 현대모비스 지분을 각각 2.6%, 1.7%, 0,3%를 보유하고 있다.

전적도 있다. 현대차그룹은 2018년 현대모비스 주력 사업부인 모듈과 AS 부품 사업을 분할해 현대글로비스와 합병, 당시 정몽구 회장과 정의선 부회장이 글로비스 지분을 기아에 매각한 뒤 각 계열사의 현대모비스 주식을 매입하는 내용의 지배구조 개편안을 공식 추진했다. 그러나 주주들 반대로 무산됐다.

이상헌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2018년 지배구조 개편안 실패 요인은 분할 및 합병시 어떤 시너지 효과가 나타날 수 있는지에 대한 명분이 부족했기 때문"이라며 "(이번 현대모비스의 자회사 신설은) 2018년 실패를 반면교사 삼아 향후 지배구조 개편 시 분할비율 또는 합병비율 산정의 적정성을 선제적으로 마련하는 동시에 향후 분할 및 합병에 대한 시너지효과 등 명분을 쌓기 위한 작업의 일환으로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앞서 LG화학은 핵심사업부인 배터리부문을 분할한 뒤 LG에너지솔루션을 설립, 100% 자회사로 편입한 사실이 있다. 이는 LG그룹 대주주의 배터리 사업 지배력을 크게 강화시키고 기존 LG화학 모회사 주주들의 주주가치는 크게 훼손됐다는 강한 비판이 일었었다.

실제 LG화학은 LG에너지솔루션을 코스피 시장에 상장 시키면서 모자회사 동시상장으로 모회사 주가가 사실상 반토막이 나는 등 기존 주주들의 주주가치 훼손이 현실화 됐다.

이번 현대모비스의 사업분할 및 자회사 설립도 이같은 우려가 반영된 셈이다.

한 금투업계 관계자는 "현대모비스에 대한 투자자들의 불안은 분할한 자회사를 (LG에너지솔루션처럼) 상장시킬 것이라는 것보다 대주주의 지배력 강화를 위해 회사를 마음대로 쪼개고 넘기고 합병시키는 등 일련의 과정에서 주주들을 '패싱'하는 일이 또 다시 벌어질까 우려하는 것"이라면서 "앞서 LG화학의 사례에서 경험한 일로 인해 투자자들이 사업분할에 대해 일종의 '트라우마'가 생긴 셈"이라고 말했다.

김진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도 "향후 재개될 지배구조 개편을 위한 장기 포석 측면에서 이번 현대모비스의 자회사 신설을 해석 할 수 있다. 지배구조 개편은 명분과 효과를 극대화 하기 위해 사업구조 개편을 수반하기 때문"이라며 "목적지는 동일하지만 경로가 다양해진 셈"이라고 내다봤다.

이에 대해 현대모비스 측은 사업분할 공시를 통해 "자회사 설립으로 모비스의 기본적 사업구조 변화는 없다"며 현대차그룹의 지배구조 개편과의 관련성에 대해 선을 그었다.

esther@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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