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덜 낸 건보재정 30조 넘어.."국가 책임 강화를"

정진용 입력 2022. 8. 20. 06:32 수정 2022. 8. 22. 0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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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보 국고 지원 규정, 올 12월31일 일몰
예상 수입액 20% 국고 지원 규정했지만 매해 미달
"국고지원 확대되지 않으면 피해는 국민에게"
쿠키뉴스 자료사진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 유행이 이어지며 국민건강보험 재정에 빨간불이 켜졌다. 정부가 지금까지 미납한 국고 지원금은 약 30조에 달한다. 건보 재정에 대한 국고 지원율을 높이고 한시적인 일몰 조항을 폐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대한의사협회(의협)는 18일 “건보에 대한 국고 지원 일몰 시한이 오는 12월31일로 다가왔다”면서 “건보제도는 국민의 건강과 생명에 직결되는 가장 중요한 사회보장제도이다. 지속가능한 국고지원 대책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노동계와 시민단체에서도 지난달 13일부터 건보 정부지원법 개정 100만 서명운동에 돌입했다. 민주노총 부산본부, 보건의료노조 부산본부, 국민건강보험노조 부산본부 등은 같은날 부산시의회에서 공동기자회견을 열고 “윤석열 정부는 건강보험법 정부지원 조항 및 건강증진기금 부칙 일몰제를 즉각 폐지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건보 재정건전성을 위한 정부지원은 지난 2007년부터 시작됐다. 정부는 건강보험료 예상 수입액 20%를 지원해야 한다. 국고에서 14%, 국민건강증진기금에서 6%를 지원하는 방식이다. 이를 명시한 국민건강보험법 제108조 1항은 앞서 3차례 연장됐고 오는 12월31일 일몰을 앞두고 있다.

문제는 매년 실제 국고지원은 법에서 규정한 기준에 미치지 못한다는 점이다. 일반회계를 통한 국고지원은 매년 법정지원율인 14%에 미달하고 있다. 지난해 지원액 7조 6423억 원은 보험료 예상수입액 66조 4901억 원의 11.5%다. 2020년 11.5%, 2019년 10.3%, 2018년 9.7%, 2017년 11%에 그쳤다. 

6%를 지원해야 하는 국민건강증진기금 지원 현황은 상황이 더욱 심각하다. 지난해 국민건강증진기금에서 건보재정에 지원된 금액은 약 1조 9167억 원으로, 건강보험료 수입의 2.8%에 불과하다. 2017년 3.8%, 2018년 3.5%, 2019년 3.1%, 2020년 3.0%로 매년 감소 추세다.

시민단체들은 국민건강보험법 제108조에서 ‘예상수입액의 100분의 14에 상당하는 금액’이라고 모호하게 규정한 것을 문제 삼고 있다. 또 건강보험법 정부지원 조항이 연장되지 않을 시, 국민 보험료가 18% 가량 인상될 수도 있다는 계산도 내놨다. 

건보 재정수지는 올해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지난 5월 건보공단에 따르면, 올해 1~4월 건보 재정은 1조7017억원의 당기수지 적자를 기록했다. 총 수입은 25조2997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8.3% 증가했다. 하지만 같은 기간 총 지출은 27조14억원으로 전년 대비 11.7% 증가했다. 지난해에는 2조8229억원의 흑자를 기록했다. 

올해 갑자기 적자로 돌아선 이유는 무엇일까. 동네병원 신속항원검사(RAT)가 원인이다. 지난 2월 오미크론 변이가 확산했다. 건보 가입자를 대상으로 동네 의원급에서 받는 RAT 1건당 5만5920원을 건보 재정으로 지원한 영향이 컸다. 앞으로의 전망도 낙관적이지 않다. 올해 하반기 예정된 건강보험료 부과 체계 2단계 개편, 코로나19 확산 가능성으로 의료비 지출이 늘면서 약 20조원에 달하는 건보 누적 적립금이 향후 수년 안에 소진될 수 있다는 관측까지 나온다.

정부는 당장 올해 말 국고 지원이 중단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입장이다. 현수엽 보건복지부 보험정책과장은 지난달 국회에서 열린 토론회에 참석해 “얼마 전 기획재정부 장관도 국회에서 국고 지원을 중단하지는 않는다고 발언했다”면서 “다만 복지부 입장에서는 지원규정 모호성과 한시지원 문제가 답답한 부분”이라고 말했다.

의료계와 노동계, 시민단체들은 지속적으로 건보 국고 지원 일몰제를 폐지하고 국고지원 비율을 높여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국회에도 이같은 내용이 담긴 개정안이 총 4건 발의됐으나 보건복지위원회에 2년 가까이 계류된 상태다.

백형곤 민주노총 국민건강보험노동조합 정책기획실장은 “정부가 2007년부터 지난해까지 과소 지급한 돈이 30조가 넘는다. 건보 국고 지원 20%를 규정한 정부지원법이 사실상 해도 되고, 안해도 그만인 유명무실한 조항으로 전락한 것”이라며 “일몰제 폐지를 주장하는 이유는 국가 재난 사태를 최일선에서 저지하고 있는 건보 제도를 운영하는 데 국가 책임성을 강화하는 데 그 목적이 있다”고 말했다.

백 정책기획실장은 “오는 9월 시행되는 건보 부과 체계 2단계 개편 이후에는 보험료 수입이 더 줄어들 수밖에 없다”면서 “현재 건보 보장수준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국고지원은 필연적이다. 국고지원이 확대되지 않으면 결국 피해는 환자, 환자 가족, 그리고 국민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정진용 기자 jjy4791@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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