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마트 치킨 6000원∼1만원인데 배달비 포함 3만원 육박한 프랜차이즈는 엄두도 못내는 이유
홈플러스에서 시작된 '반값 치킨' 경쟁이 확대되면서 치킨 가격 결정 구조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배달비까지 포함하면 프랜차이즈 치킨 가격이 3만원에 육박하는 상황에서 대형마트에선 6천∼1만원 정도의 치킨을 선보이고 있다.
연합뉴스 등에 따르면 '넘 비싸다', '폭리를 취하는 것 아니냐'는 등의 불만의 목소리도 있는 가운데 소비자들은 대형마트의 저렴한 치킨을 환영하는 입장이지만 프랜차이즈 치킨 가맹점에서는 불만의 목소리와 함께 현실적 고충도 토로하고 있다.
6990원짜리 '당당치킨'을 판매하는 홈플러스는 이 상품에 대해 자세한 원가 구조는 밝힐 수 없지만 "역마진 상품은 아니다"는 입장이다.
기존 인력과 시설, 매장을 이용하는 만큼 인건비, 임대료 등이 따로 들지 않고 닭도 대량 구매가 가능하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19일 대형마트업계에 따르면 대형마트 델리(즉석조리식품) 코너에서 판매하는 치킨과 프랜차이즈 전문점의 원가는 개념 자체가 다른 만큼 단순 비교는 어렵다.
대형마트의 델리 코너에서는 치킨 외에도 새우튀김 등 다양한 품목을 판매한다. 튀김기 등은 다른 품목 제조에도 사용되는 만큼 원가에는 설비 비용이 따로 반영되지 않는다. 여기에다 기존 델리코너에서 근무하는 직원들이 치킨도 조리하기 때문에 인건비도 원가 계산에서 제외된다.
가장 중요한 재료인 닭 역시 대형마트는 '규모의 경제'를 활용한 대량 구매가 가능한데다 직접 매입하기 때문에 프랜차이즈처럼 납품 단계별 마진이 붙지 않는다.
닭만 별도로 운반하는 것이 아니라 매장별로 다른 제품이 들어갈 때 함께 움직이기 때문에 물류비용도 절감된다.
프랜차이즈 치킨과는 달리 절임무나 소스, 음료가 함께 제공되지 않아 이에 따른 비용도 아낄 수 있고 별도의 가맹비나 임대료, 배달비도 들지 않는다.
마케팅 비용에서도 차이가 난다.
프랜차이즈 치킨의 경우 유명 광고모델을 기용하고 이 비용이 최종 상품 가격에도 반영되지만, 마트 치킨은 별도 광고를 하지 않는다.
더욱이 대형마트로서는 치킨을 사러 왔다가 다른 상품도 함께 사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어 일종의 '미끼 상품' 역할도 한다.
이런 점을 고려해 볼 때 프랜차이즈 본사에 내는 비용과 가맹점 자체 인건비 등이 모두 반영되는 프랜차이즈 치킨과 대형마트 치킨은 원가 개념 자체가 다른 것으로 볼 수 있다.
프랜차이즈 치킨 업계 역시 자사의 상품과 대형마트의 치킨은 출발선부터 다르다고 설명한다.
한 치킨 전문점 관계자는 "마트 치킨에는 인건비, 임대료 등 매장 운영비용이 들어가지 않는다"며 "한마디로 마트니까 가능한 가격 구조"라고 강조했다.
또 다른 업체 관계자는 "프랜차이즈 치킨과 마트 치킨은 사실상 다른 제품이라고 봐야 한다"며 "프랜차이즈 치킨집이 쓰는 생닭은 '10호' 크기로 마트가 주로 쓰는 8, 9호 닭보다 크다"고 설명했다.
이어 "기름과 양념도 마트보다 프랜차이즈 제품의 품질이 좋다"며 "프랜차이즈 치킨과 마트 치킨의 품질 차이는 소비자들도 인정하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치킨 가격 논쟁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롯데마트는 2010년 12월 5천원짜리 '통큰 치킨'을 내놔 소비자들의 호응을 얻었다. 그러나 당시 치킨 전문점 업주들의 반발이 거세지면서 일주일 만에 판매를 접었다. 판매는 중단됐지만, 당시에도 치킨 가격 원가에 대한 논쟁이 벌어졌다.
이후 대형마트 델리코너에서는 1만원 안팎 가격으로 치킨을 판매해 왔지만 최근 먹거리 물가가 고공행진하는 상황에서 홈플러스가 6월 말에 6천980원이라는 '파격적'인 가격을 제시하면서 관심이 커지기 시작했다.
대형마트의 초저가 치킨 할인 판매는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일단 홈플러스에서는 당당치킨 판매를 계속한다. 이마트[139480]는 일주일간 5천980원에 치킨을 '이벤트성'으로 선보인 뒤 이후에는 다시 9천980원에 치킨을 판매한다.
이마트 관계자는 "휴가철이 끝나는 시점에 치킨과 초밥 등 먹거리 할인행사로 치킨을 할인판매 하는 것"이라면서 "이후 할인 판매 계획 등은 정해진 게 없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치킨 프랜차이즈 bhc는 지난 16일부터 닭 구매비용을 약 1% 인상했다.
bhc 관계자는 "당사에 일부 닭 순살 품목을 공급하는 도계사에서 가격을 올려 인상분의 60%는 본사가, 40%는 가맹점에서 부담키로 했다"며 "소비자 판매 가격은 변동 없다"고 전했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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