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가 이렇게 재미있네" 우승팀 방출 포수, 포수왕국 2인자로 거듭나다 [오!쎈 인터뷰]
[OSEN=이후광 기자] 작년 우승팀에서 방출된 포수가 포수왕국의 2인자가 될 거라고 예상한 이가 과연 몇이나 됐을까. 우여곡절 끝에 두산맨이 된 안승한(30)이 무명의 서러움을 딛고 뒤늦게 자신의 이름 석 자를 조금씩 알리고 있다.
지난 19일 기준 두산 1군 엔트리에 등록된 포수는 2명. 주전 포수 박세혁과 함께 기존의 익숙한 이름인 장승현, 최용제, 박유연이 아닌 안승한이라는 조금은 낯선 선수가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두산 첫해인 올 시즌 안정적인 수비와 함께 12경기 타율 2할5푼 6타점 득점권타율 5할을 기록하며 제2의 포수 역할을 훌륭히 수행 중이다.
안승한은 프로 입단 당시 미래가 촉망되는 유망주였다. 충암고-동아대를 나와 2014 프로야구 신인드래프트서 신생팀 특별지명으로 KT 유니폼을 입은 것. 그러나 첫해부터 부상 불운을 겪으며 날개를 펴지 못했다. 퓨처스리그서 2루 송구 도중 어깨 상부 관절와순 손상인 슬랩 진단을 받았고, 재활 끝 이듬해 일본 스프링캠프에 합류했지만 어깨 통증이 재발하며 결국 군으로 향해 사회복무요원으로 병역 의무를 이행했다.
2017년 10월 소집해제된 안승한은 여전히 KT의 전력 외 선수였다. 그리고 이강철 감독 부임 첫해인 2019년 6월 14일 대구 삼성전에서 감격의 1군 데뷔전을 가졌지만 36경기 1할3푼6리 5타점으로 크게 두각을 드러내지 못했다. 이후 2년 동안 2군을 전전하다가 2021시즌을 마치고 충격의 방출 통보를 당하며 8년간의 KT 생활을 마무리했다.
안승한은 지난해 말 개최된 두산 입단테스트에 참가해 합격점을 받고 극적으로 현역을 연장했다. 연봉 3700만원에 정식선수 계약하며 당당히 포수왕국 두산의 일원이 됐다. 컨디션이 더디게 올라온 탓에 올해도 2군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았지만 지난달 10일 1군 콜업 이후 40일 넘게 생존에 성공하고 있다. 박세혁의 체력 안배와 함께 7월 28일 잠실 롯데전(1안타 2타점), 8월 14일 잠실 SSG전(1안타 2타점), 17일 사직 롯데전(2안타 1타점)에서 강렬한 임팩트를 남겼다.
최근 현장에서 만난 안승한의 표정은 행복 그 자체였다. 그는 “원래 두산 입단 당시 ‘마지막이니까 정말 재미있게 야구를 한 번 해보자’는 마음을 먹었다. 2군 생활이 길어지며 다시 마음이 조급해지기도 했지만 코치님들과 동료들의 도움 속에 편해졌다”라며 “아직 많이 보여드린 건 없지만 그래도 조금씩 결과가 나오니까 재미있고 기쁘다”라고 전했다.
사령탑 또한 안승한의 마인드와 경기력을 높게 평가하고 있다. 포수 출신인 김태형 감독은 “조경택 코치가 박세혁 다음으로 수비가 좋다고 자신 있게 추천했다”라며 “현재 자기 역할을 잘해주고 있다. 뭔가 하나라도 악착같이 하려는 모습이 눈에 보인다. 애절함이 느껴진다. 수비가 좋고, 공격에서도 하나씩 해준다”라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이를 들은 안승한은 “공 하나하나에 최선을 다하려고 한다. 모든 걸 쏟아붓자는 생각으로 야구를 한다”라며 “사실 그래서 한 경기 끝나면 정말 죽을 것 같이 힘들지만 그래도 1군에서 야구하는 게 너무 재미있다. 도루도 잡고, 안타도 치고, 타점도 올리면서 ‘이래서 야구를 하는구나’라고 다시 한 번 느끼게 된다”라고 절박한 마음을 전했다.
안승한은 과거 무명 시절이었던 2018년 1월 인터뷰에서 “1군에 올라가면 팬들의 함성을 이끌 수 있는 선수가 되고 싶다. 찬스에 나가 한 방을 치고 도루 저지에 성공하는 그런 포수 말이다”라는 핑크빛 미래를 그린 적이 있다. 그리고 30세가 된 안승한은 뒤늦게 두산 팬들의 뜨거운 함성 속에 타점을 올리고 도루를 저지하고 있다.
꿈을 이룬 안승한에게 다음 목표를 물었다. 그는 “야구를 오래하고 싶다. 요즘 야구가 재미있으니까 더 그렇다”라며 “조금 더 큰 목표는 가을야구를 해보고 싶다. 더 나아가서 팀 우승도 함께 해보고 싶다. 그냥 함께 있는 자리에서 함께 뭔가를 같이 해보고 싶다”라고 또 다른 미래를 그렸다.
특별 지명에도 어깨 부상의 연속으로 꿈을 접어야 했던 안승한. 그러나 인고의 시간을 거쳐 두산이라는 포수 명가에 새 둥지를 텄고, 그 안에서 경쟁을 이겨내며 마침내 다시 1군 무대에 서는 그날이 찾아왔다. ‘늦게 핀 꽃’ 안승한의 야구 인생은 지금부터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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