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물상] 공급 달리는 필수 의료

김철중 논설위원·의학전문기자 2022. 8. 20. 03:08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의사면허를 따면 대학병원서 숙식하며 배우는 인턴을 하는데, 이들 숙소에 가면 전문의별 월급 랭킹이 걸려 있다. 특정 분야 전문의가 되는 레지던트를 지원할 때 참고하라는 뜻이다. 거기서 피안성(피부과, 안과, 성형외과), 정재영(정신건강의학과, 재활의학과, 영상의학과)이 인기라는 말이 나온다. 대개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분야거나, 제도적으로 의무 채용이 많은 과이거나, 검사로 먹고사는 한국 병원 구조와 관련 있다.

▶미국 전문의 소득 랭킹을 보면 우리와 좀 다르다. 거기도 성형외과가 1등이지만, 그다음이 정형외과, 심장내과, 비뇨기과, 이비인후과, 영상의학과, 소화기내과, 종양내과 순이다. 한국서 인기 적은 외과, 호흡기내과, 병리과, 산부인과 등도 평균 위에 놓여 있다. 미국은 생명을 다루는 분야에 보상을 충분히 해주고, 외과의사별 수술 사망률을 공개하는 식으로 의료 질 관리를 철저히 한다.

▶피부 미용, 비만 치료 간판의 클리닉 의사 대다수는 가정의학과 전문의다. 주치의 제도도 없는데 가정의학과 의사가 한 해 250~300명 나온다. 신규 전문의의 약 10%로, 외과보다 많다. 전국 보건소 의사의 2% 정도가 가정의이고, 서울 지역 가정의 다섯 중 하나는 강남구에 있다. 가정의학과가 미용 의료 진출 루트라는 말이 나온다. 필수의료 분야 의사가 모자란다고 하면서, 왜 가정의학과 전공의는 한 해 300명을 뽑는지, 설명이 안 된다.

▶국내 의사 양성 운용 체계를 보면, 이해 가지 않는 게 한둘 아니다.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고령화되고 있는데, 노인의학 전문의 제도는 없다. 지방은 점점 무의촌이 돼가고 있는데, 지역 근무 의료인에 대한 지원 제도가 없다. 뇌종양, 뇌혈관, 어깨, 팔, 발, 무릎, 위장, 대장, 췌장 수술 의사가 다 따로따로 배출된다. 이러다 엄지 수술 의사, 약지 수술 의사가 나올 판이다. 자기 세부 전공이 아니면 생명이 위태로운 상황의 환자 수술도 못 하는 분위기다.

▶응급 수술이 많아서 삶의 질이 나쁘거나, 분만사고처럼 의료분쟁이 나면 거액 배상을 해야 하거나, 중환자의학처럼 스트레스 받으며 한 일에 비해 보상이 적은 분야에 의사가 없다. 진료에 반드시 필요하나 경제성이 없어 생산 또는 수입을 기피하는 약제를 정부가 별도 지원하는 퇴장 방지 의약품 제도가 있다. 분야별로 충분히 공급되어야 할 의료 행위도 정부가 정해서 지원하는 퇴장 방지 의사 제도가 필요하다.

/김철중 논설위원, 의학전문기자

Copyright © 조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