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석훈의 달달하게 책읽기] 청년 남성이 바라보는 페미니즘은..
처음 한국 경제를 본격적으로 분석하기 시작한 것은 한국에너지공단을 그만두고 난 다음이다. 그 시절, 한국 경제의 특이점이 지역, 젠더 그리고 세대 문제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2003년 일이다. 20년 가까이 시간이 흐르면서 많은 문제가 현실로 나타났는데, 그중에서 가장 극적인 것은 젠더 문제 같다. 지난 대선의 마지막 순간에 젠더는 홍해를 가르듯 유권자를 갈랐다. 정의당에서는 비례 국회의원 즉 심상정을 제외한 나머지 모든 국회의원에게 그만두라고 하는 당원 투표가 진행 중이다. 용어야 복잡하지만, 결국 류호정과 장혜영더러 그만두라고 하는 것 아닌가 싶다. 자본주의 역사에서 이렇게 젠더 문제가 정치 최전선에 선 적이 있던가? 한국 자본주의의 특징이라고 본다.
각종 사회문제에 대해 비판적 글쓰기를 해온 박가분의 ‘포비아 페미니즘’(인간사랑)을 읽은 것은 남성들, 특히 청년 남성들이 페미니즘에 대해서 어떤 불만을 가지고 있고, 뭐를 문제라고 보는지 근본적으로 살펴보기 위해서다. 박가분은 흔히 ‘일베’라고 하는 극우파 성향 근본주의자들과는 입장이 반대라고 알고 있다. 진보 버전의 페미니즘에 대한 비판 정도로 이해하면 대체적으로 무난한 것 같다.
많은 진보 계열 책이 개념이 난무해서 읽기가 쉽지 않은 것처럼 이 책도 앞부분에 용어가 좀 많이 나와서 쉽게 읽히지는 않았다. 메갈리아 신드롬에 대해서 일종의 혐오라고 분석하는 것에 대해서는 그렇게 보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동안 내가 피해자 집단에 속했으므로 이번에는 내가 가해자 집단이 되겠다는 멘탈이다.” 전작인 ‘혐오의 미러링’에서 연결되는 분석이다. 일베와 메갈리아가 서로 싸우면서 결국 동일한 수준의 혐오 정치에 들어갔다는 얘기이다. 과연 이렇게 단순하게만 볼 수 있을지, 좀 의문이 들기는 했다. 식민지 시절에 독립을 요구하던 쪽에서도 근본주의가 등장했었다. 제국의 식민주의자와 식민지의 민족주의자가 혐오 정치를 한다고 같은 차원에 놓을 수 있을까, 그런 의문이 들었다.
가깝게는 여의도 정치, 멀게는 저출산 문제의 배경에 젠더 갈등이 존재한다. 좋든 싫든, 우리 시대의 문제다. 다양한 여성의 시선과 남성의 시선이 테이블에 올라가는 수밖에 없다. 남성, 특히 젊은 남성들의 페미니즘에 대한 분석을 살펴보기에 박가분의 책은 좋은 출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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