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핵은 국체, 흥정못해".. 대통령실 "유감"
북한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은 19일 윤석열 대통령이 광복절 경축사에 밝힌 대북(對北) ‘담대한 구상’에 대해 “어리석음의 극치”라며 “우리는 절대로 상대해주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윤 대통령의 실명을 거론하며 “인간 자체가 싫다”는 막말도 했다. 대통령실은 이날 “대통령에게 무례한 언사를 하고 핵 개발 의사를 지속 표명한 것을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핵은 국체(국가 근본), 비핵화는 잘못된 전제”
김여정은 이날 북한 노동신문 등을 통해 발표한 담화에서 “우리의 국체(국가 근간)인 핵을 경제 협력 같은 물건짝과 바꿔 보겠다는 발상이 윤석열의 꿈이고 구상이라고 하니 정말 천진스럽고 어리구나 하는 것을 느꼈다”고 했다. 또 “가장 역겨운 것은 핵 개발을 중단하고 실질적인 비핵화로 전환한다면 그 무슨 경제와 민생을 획기적으로 개선할 수 있는 담대한 구상을 제안한다는 황당무계한 말을 읽어댄 것”이라며 " ‘북이 비핵화 조처를 한다면’이라는 가정부터가 잘못된 전제”라고 했다. ‘담대한 구상’의 전제인 ‘비핵화 의지’가 없다는 것이다. 윤 대통령을 ‘개’와 ‘바보’에 빗대기도 했다.
김여정이 직접 나서 윤 대통령의 ‘담대한 구상’을 거부한 것은 당분간 남북 대결 국면을 이어가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북은 17일 윤 대통령 취임 100일을 맞아 순항미사일 2발을 쐈다. 내달 1일까지 한미 연합 훈련도 진행된다. 김여정은 지난 10일엔 북 코로나 창궐을 한국 탓으로 돌리며 “남조선 박멸”이라고 했었다. 이런 도발은 윤 정부를 상대로 기선을 제압해 향후 협상에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겠다는 의도로 해석된다. 대북 소식통은 “지금 북한은 식량난 악화로 아사자가 발생하고 있다”며 “주민 결속을 위해서도 대남 공세 수위를 높일 필요가 있다”고 했다. 유성옥 전 국가안보전략연구원장은 “김여정이 핵은 ‘협상 불가’라는 입장을 다시 밝힌 것”이라며 “북핵 협상을 ‘핵보유국 간 군축 협상’으로 이끌어 가고 싶을 것”이라고 했다. 북이 7차 핵실험까지 강행할 경우 남북 관계는 더 얼어붙게 된다.
◇미 국무부 “담대한 계획 강력 지지”
이날 김여정의 ‘막말 담화’에 대해 대통령실은 “매우 유감”이라며 “담대한 구상을 통해 북한 비핵화와 남북 관계 발전을 추구한다는 우리의 입장에는 변화가 없으며, 북한이 자중하고 심사숙고하기를 촉구한다”고 했다. 권영세 통일부 장관은 이날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에서 “북한의 이런 반응은 충분히 예상 가능한 범위 내에 있었던 것”이라며 “인내심을 가지고 북한을 계속 설득, 압박해서 대화로 유도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박진 외교부 장관과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은 이날 통화를 하고 북한의 ‘담대한 구상’ 거부에 유감을 표명했다. 블링컨 장관은 ‘담대한 구상’에 대한 미국 측의 강력한 지지를 재확인했다.
◇김여정 “미사일 ‘안주’서 발사”, 군 당국 “’온천’ 발사”
한편 김여정은 지난 17일 순항미사일 발사 장소가 우리 군 발표처럼 평남 온천이 아니라 평남 안주시였다고 주장했다. 두 곳은 직선거리로 90km 이상 떨어져 있다. 한미 군 당국의 미사일 탐지와 추적 능력에 허점이 있다는 것이다. “(미사일) 제원과 비행 거리가 알려지면 (한미가) 어떻게 변명할지 볼거리가 될 것”이라며 비아냥대기도 했다. 그러나 우리 군 당국은 이날 “한미의 과학적 감시 능력을 토대로 분석한 것인 만큼 ‘온천 발사’라는 기존 평가를 유지한다”고 했다. 군 소식통은 “한미 정보 자산이 잘못 분석했을 가능성보다는 북 주민에게 한미 능력을 깔아뭉개려는 선전술과 우리 군을 혼란스럽게 만들려는 기만술일 수 있다”고 했다. 우리 군은 정보 자산 노출을 우려해 분석 내용의 추가 공개 계획은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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