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연의 미술소환] 탄하무. 춤의 시간들
균사체의 성장사를 축약해본다면, 그들은 “비결정론적으로 성장”해왔다. 긴 세월을 유연하게 타고 넘은 균사체가 “축적했을 지혜는 이 땅에 인류가 등장하기 전부터 주변의 생명과 공생할 수 있는” 동력이 되었다. 유기체와 기술의 유기적 관계, 그들이 구축할 수 있는 새로운 연결망의 에너지와 가능성에 관심을 기울여온 작가 황선정은 균사체의 생존방식, 우드와이드웹의 공생관계에 대한 리서치를 기반으로 지표 아래와 지표 위의 세계를 포괄하는 지구 에코시스템의 확장판을 그린다.
그는 뉴럴렌더링 AI 분야의 전문가들과 협업하여 다양한 형태의 종들이 공존하는 세계를 상상했다. AI는 웹을 떠도는 정보를 연산하여 이미지를 추출하고 조합한다. 있을 법한 형상, 있을 수 없어도 눈앞에 보이는 형상, 낯선 감각을 만든다. 그 세계의 구성자들은 짐작을 뛰어넘는 방식으로 연결될 수 있고 섞여 들어갈 수 있으며 함께 살아남을 수 있다.
잎이 없어 광합성을 할 수 없는 나무 그루터기가 고사하지 않을 수 있는 이유는, 이웃의 나무와 뿌리로 연결되어 물과 양분을 주고받기 때문이다. 균류가 연결하고 지지하는 생명의 그물 안에서는 누가 누구에게 기생한다기보다 건강하게 공존한다.
신체나 마음의 욕구, 목마름을 의미하는 고대 산스크리트어 ‘탄하’와 춤의 한자어 ‘무(舞)’를 합성하여 고유명사 ‘탄하무’를 탄생시킨 황선정은 포스트휴먼을 ‘자연-지구-행성적 관점’에서 바라보고자 했다. 인간의 움직임과 감각이 비인간과 연결되는 지점을 추적하는 ‘탄하무’는 리듬을 싣는 ‘춤’을 매개로 비인격적 소통을 구현한다. 소리 없이 생태계를 이끄는 균류의 치밀한 연결망이, 대체 가능한 존재일지라도 절대적인 존재로 각성하며 살 수 있게 독려한다.
김지연 전시기획자·광주비엔날레 전시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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