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정부 청와대 겨냥 하루 두 번 압수수색

허정원 입력 2022. 8. 20. 0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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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이 19일 ‘탈북 선원 강제 북송’과 ‘월성 원전 조기 폐쇄’ 의혹과 관련해 세종시 대통령기록관을 전격 압수수색했다. 이날 오후 서울중앙지검 관계자들이 2019년 탈북 선원 강제 북송 관련 자료를 확보하기 위해 대통령기록관으로 들어가고 있다. 김성태 객원기자
검찰이 19일 하루에만 서로 다른 두 사건에 대해 대통령기록관을 압수수색 했다. ‘탈북 선원 강제 북송’, ‘월성 원전 조기 폐쇄’ 의혹에 대해서다. 두 사건 모두 문재인 정부 청와대가 핵심 컨트롤타워 역할을 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그런만큼 검찰이 문재인 정부 청와대를 본격적으로 겨냥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게다가 요건이 더 까다로운 대통령기록관 압수수색 영장이 발부됐다는 점에서 ‘윗선’을 향한 수사에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이날 서울중앙지검은 2019년 탈북 선원 강제 북송 관련 자료를 확보하기 위해 세종시에 위치한 대통령기록관을 압수수색했다. 검찰은 대통령 기록물 중 당시 정부의 의사 결정 과정이 담긴 문서를 선별해 열람했다. 이를 통해 노영민 전 청와대 비서실장, 정의용 전 국가안보실장 등 청와대 핵심 관계자들이 북송을 주도했는지를 확인하려 한 것으로 보인다. 이미 정치권 등에서는 청와대가 탈북 선원을 나포하기 전부터 중대범죄 탈북자 추방 사례를 국정원에 미리 문의해 “이미 북송 결론을 내려놓고 (상황을) 꿰어맞춘 것 아니냐”는 의혹이 나왔다. 여기에 나포 이틀 후인 2019년 11월 4일 노 전 비서실장 주재로 열린 회의에서 북송 방침이 결정됐으며, 북송 당일인 같은 달 7일엔 청와대가 법무부에 북송과 관련한 법리 검토를 요청해 ‘법적 근거가 없다’는 판단까지 받았다는 정황이 나온 상태다. 이번 압수수색을 통해 청와대가 얼마나 해당 사건에 연관됐는지 밝혀질지가 주목된다.

월성1호기 원전 경제성 조작 사건을 수사하고 있는 대전지검 형사4부(김영남 부장검사) 역시 이날 오전부터 대통령 기록관에 수사관 등 10여 명을 투입해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지난 5월 탈원전 국정농단 국민고발단을 비롯해 탈원전을 반대하는 5개 시민단체가 문 전 대통령을 고발하는 등 청와대 관계자들에 대한 고발이 연속된 데 따른 것이다. 이 사건 역시 문재인 정부 청와대 내부의 의사결정 과정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월성원전 조기 폐쇄로 한수원에 총 1481억원의 손해를 끼친 데 청와대 핵심 인사가 관여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다. 이미 이 사건에 걸려있는 일부 혐의와 관련해선 채희봉 전 청와대 산업정책비서관, 백운규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정재훈 한국수력원자력사장 등이 직권남용으로 대전지법에서 재판을 받고 있다.

검찰이 대통령기록관 압수수색을 단행한 것은 법원이 대통령지정기록물이 중요한 증거에 해당한다고 예외적으로 인정해서다. 더불어민주당은 거세게 반발했다. 신현영 민주당 대변인은 “먼지가 나올 때까지 터는 먼지떨이 수사가 막장으로 치닫고 있다”며 “이 모든 수사의 목적은 문재인 전 대통령”이라고 말했다. 이어 “윤석열 사단이 만든 정치 보복에 대한 책임은 윤 대통령이 고스란히 지게 될 것을 경고한다”고 덧붙였다.

월성 원전·강제 북송 수사, 핵심은 문 정부 청와대 개입 여부

한기호(가운데) 국민의힘 국가안보문란 실태조사 TF 위원장은 19일 대검찰청에 탈북 선원 강제 북송 등 3건에 대한 고발장을 제출했다. [사진 국회사진기자단]
역대 대통령기록관 압수수색은 7번 이뤄졌다. 2008년 노무현 전 대통령의 ‘대통령기록물 무단 반출한 의혹사건’, 2013년 남북정상회담 회의록 폐기 의혹, 2017년 세월호 7시간 기록 조작 의혹, 2018년 국가정보원과 군(軍) 기무사령부의 댓글조작 의혹 사건 등이다. 남북정상회담 회의록 폐기 의혹과 관련해선 백종천 전 청와대 외교안보실장, 조명균 전 안보비서관 등이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받았다. 19일 ‘탈북 선원 강제 북송’과 ‘월성 원전 조기 폐쇄’ 의혹에 대해 압수수색이 이뤄지면서 총 9번으로 늘어났다.

일반적으로 대통령기록물은 법에 따라 최장 15년 동안, 사생활 관련 자료는 최장 30년간 열람이 제한된다. 일반적인 압수수색 영장은 관할 지방법원에서 발부하지만, 대통령기록관 압수수색 영장은 고등법원에서 발부한다. 그럼만큼 일반 영장보다 탄탄한 혐의 입증이 필요하다. 두 사건 수사에서 대통령기록물이 중요 증거라는 점이 상당 부분 소명됐다고 해석할 수 있는 부분이다.

강제 북송 사건의 경우 이미 한동훈 법무부 장관과 검찰이 북송 행위가 위법이라는 데 대해선 공감대를 이룬 상태기 때문에 누가 북송 결정을 내렸는지 규명하는데 수사의 초점이 모여있다. 한 장관은 지난달 28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강제 북송의 법적 근거는) 그때도 없고 지금도 없다”고 말했다. 검찰 관계자 역시 앞서 “귀순 목적과 귀순 의사, 귀북 의사는 구별돼야 한다”며 선원들이 귀북 의사를 명확히 하지 않았다면 강제 북송은 위법이라는 취지의 언급을 하기도 했다.

지난달 12일 북한인권정보센터(NKDB)가 해당 사건으로 고발한 핵심 인물에는 정의용 전 국가안보실장을 비롯해 김유근 전 국가안보실 1차장, 김현종 2차장 등이 문재인 정부 주요 인사가 대거 포함돼 있다. 북송 일주일여 후인 2019년 11월 15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긴급현안보고 자리에선 김연철 전 통일부 장관이 “이번 탈북주민 북송 처분을 누가 했나”라는 천정배 전 의원의 질문에 “컨트롤타워는 (청와대) 안보실에서”라고 답했다. 이들 청와대 인사가 받는 주요 혐의는 형법상 직권남용 등이다. 북한 주민은 헌법 제3조등에 따른 우리 국민인데, 이들을 의사에 반해 북한으로 보낸 것은 직권남용에 해당한다는 내용이다.

또 청와대가 선원들의 귀순 의사를 묵살하는 데 관여했는지도 관심사다. 정 전 실장 등이 북송의 합법성을 주장한 핵심 근거가 선원들의 ‘귀순 진정성 결여’다. 국정원은 사건 당시 합동조사 관련 보고서를 통일부에 전달하며 ‘귀순’ 등 표현을 빼고 ‘대공 혐의점 없음’이라는 문구를 추가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서훈 전 국가정보원장 등 국정원 임직원이 당시 합동조사를 강제로 조기 종료시킨 혐의로 국정원에 의해 고발(국정원법상 직권남용)된 것과 관련해서도 청와대의 지시가 있었는지 여부가 쟁점이 되고 있다.

한편 국민의힘은 강제 북송 사건 등과 관련해 노영민 전 청와대 비서실장 등 문재인 정부 관련 인사 10명을 이날 무더기로 검찰에 고발했다. 다만 문 전 대통령은 고발 대상에서 제외했다. TF는 기무사령부 해체 과정에서 역할을 한 송영무 전 국방부 장관, 이석구 전 기무사령관, 임태훈 군인권센터 소장을 고발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탈원전 국정농단 국민고발단 등 탈원전 반대 5개 시민단체가 지난 5월 문재인 전 대통령을 직권남용 혐의로 고발했다. 김성태 객원기자
월성 원전 관련 의혹 역시 조기 폐쇄를 누가 결정했는지 밝혀내는 것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검찰에 따르면 2018년 4월 2일 문미옥 전 청와대 과학기술보좌관이 ‘월성 1호기 외벽 철근이 노출돼 정비 기간을 연장한다’는 취지의 보고서를 청와대 내부 결제시스템에 올렸고, 문 대통령은 당일 ‘월성 1호기의 영구 가동 중단은 언제 결정할 계획인가요’라는 댓글을 달았다. 이를 계기로 청와대 산업정책비서관실→산업부→한수원으로 ‘월성원전 1호기의 계속 가동이 즉시 가동중단보다 경제적으로 손해라는 결론을 내라’는 취지의 지시가 내려갔다. 이 때문에 검찰은 이번 압수수색을 통해 주요 피고발인인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 김수현 전 사회수석, 문미옥 전 과학기술보좌관, 박원주 전 경제수석 등이 의사결정에 관여했는지 등을 확인할 것으로 보인다.

앞서 검찰은 북한의 해양수산부 공무원 피격 사망사건과 관련해서도 지난 16일 국방부 예하 부대와 해양경찰청, 박지원 전 국정원장의 자택 등 10여곳을 동시 압수수색했다. 이에 따라 김 전 장관, 정 전 실장, 서 전 원장 등에 대한 소환조사도 임박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허정원 기자 heo.jeong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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