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춘추] 진정성, ESG를 지속시키는 힘

2022. 8. 20. 0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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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광역시 대인시장에 있는 '해 뜨는 식당'은 2010년 개업한 이래 12년째 1000원짜리 백반을 팔고 있다. 물론 적자다. 이 작은 식당이 지속적인 적자에도 계속 운영될 수 있는 힘은 바로 '연대 의식'에 숨어 있다. 곤란한 이웃이 적어도 밥은 굶지 않길 바랐던 고(故) 김선자 씨와 김윤경 씨 모녀의 따뜻한 마음, 그리고 이에 공감한 사람들의 후원과 보탬이 함께 만들어낸 결과다.

작은 식당이든 거대한 기업이든 지속가능한 경영은 고객, 지역사회 등 모든 이해관계자가 그 뜻을 함께할 때만 가능하다. 뜻이 일치하면 적자만 내는 작은 식당이 십여 년간 운영되기도 하고, 그러지 못하면 거대한 기업이 쇠락의 길로 들어서기도 한다. 흔히 '이해관계자 자본주의'라 알려진 경영의 원리가 작은 식당인 '해 뜨는 식당'에서도 확인되는 것이다.

최근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을 채택하는 기업이 늘고 있다. ESG 경영이 이해관계자 자본주의의 징검다리가 될 것이라는 기대가 크다. 기후위기 시대에 탄소중립을 실천해야 한다는 요구가 커지면서 ESG 경영은 더욱 주목받고 있다. 그러나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기업에서 ESG에 대한 요구를 그럴싸한 말과 글로 포장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린워싱(Green Washing)'이 대표적이다. 친환경을 마케팅에 활용하기 위해, 실제로는 탄소 감축 노력을 하지 않으면서 마치 성과가 있는 것처럼 꾸미는 것이다.

이를 막기 위해서는 기업 스스로 ESG 경영에 진정성을 갖도록, 근시안적으로 단기 이윤만 추구하는 기업은 퇴출되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시민 각자가 탄소배출을 줄이지 않으면서 그린워싱을 획책하는 기업을 엄단하고 배척해야 한다. 그래야 ESG 경영이 자리 잡을 수 있다.

기업들도 ESG 경영의 가치를 내재화해야 한다. ESG 경영이 유행처럼 번지니, 외부의 시선이나 평가를 의식해서 단지 흉내만 내려 한다면 진정성을 의심받게 된다. ESG 경영은 기업이 '선한 영향력'을 행사해야 한다는 시대적인 요청에 따른 것이다. '선한 영향력'은 진정성이 있어야 발휘될 수 있다.

'해 뜨는 식당'의 김윤경 사장은 손해가 나는데도 식당을 계속 운영하는 이유에 대해 "막상 문 닫으면 그 많은 분들이 진짜 어디 (식사하러) 갈 데가 없어요. 주위에서도, 친구들도 그만해도 누가 너 욕 안 하니까 그만하라고 하는데, 누가 욕을 하고 안 하고를 떠나서 그냥 이게 습관이 된 것 같아요"라고 답했다. 이웃을 생각하는 마음에 진정성이 담겨 있다. '선한 영향력'을 전하고자 하는 기업이라면 반드시 되새겨야 할 대목이다. 기업은 혼자 많이 벌면 좋겠다는 생각으로는 오래가지 못한다. 우리 사회의 구성원 모두를 행복하게 해준다는 따뜻한 철학이 필요하다. 그래야 오래갈 수 있다.

[박광석 전 기상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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