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과 미래] 자연의 언어를 배우고 싶다

2022. 8. 20. 0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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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여름은 강원도 양양군에서 휴가를 보냈다. 지인이 마련한 세컨드하우스 '윤슬'로, 아기자기 꾸며놓은 집이었다. 텔레비전도, 컴퓨터도 없는 아날로그 공간이라 세상 소음에서 멀어져 오랜만에 가족 간 대화에 집중할 수 있어 더 좋았다. 낮에는 느리게 해변을 거닐면서 아름다운 바다 풍경을 마음에 데려오거나, 때때로 해수욕을 즐기면서 파라솔 아래에서 천천히 책을 읽었다.

미국의 시인 스튜어트 케스텐바움의 '경이로운 자연에 기대어'(작가정신 펴냄)는 인간과 자연의 관계를 성찰하는 에세이 스무 편을 모은 책이다. 일찍이 에머슨은 말했다. "자연은 하나의 언어이다. 나는 가장 중요하고 보편적인 의미를 담은 이 언어를 배우고 싶다. 그 언어로 쓰인 위대한 책을 읽기 위해서다." 자연은 부동산이 아니다. 영적 경이의 뿌리요, 지적 각성의 근원이며, 정신적 건강의 원천이다. 자연의 언어를 배우고 쓰는 사람은 즉 자신이 우주적 질서의 작은 한 부분임을 깨달을 수 있다.

지혜란 무엇인가. 범상한 눈으로는 좀처럼 보이지 않는 이 연결을 깨달아 아는 일이다. 반대로 어리석음은 편협하고 무책임한 탓에 단기적 이득에 홀려서 자연과 인간의 깊은 연결을 무시하는 것이다. 그 대가가 현재 우리를 괴롭히는 잦은 기후 재앙이다. 자연의 심오한 언어를 읽지 못하고 천박한 욕망을 통제하지 못하는 무능력이 우리의 미래를 절망으로 물들이고, 인류의 운명을 파멸로 이끌고 있다.

인류는 감히 자연을 가르치려 드는 오만한 스승이 아니라 자연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겸손한 제자가 되어 훈련받아야 한다. 흐드러지게 핀 꽃들, 드넓고 잔잔한 바다, 우뚝 솟은 태고의 산들을 정신적 각성의 촉매로, 보편적 존재와 만나는 의미의 장으로 만나지 못하는 사람은 불행하다. 가장 큰 희열은 "물질과 정신의 유사성"을 깨달을 때 찾아온다. 미국 시인 뮤리얼 루카이저는 이를 "경험을 들이쉬고, 시를 내쉰다"고 표현했다. 풍경이 주는 깊은 울림에서 정신의 어휘를 취하지 못하는 사람은 끝내 무의미와 공허에 시달릴 뿐이다.

페르시아 시인 루미의 시처럼, 인간은 "대양의 물 한 방울" 같은 작고 약한 존재인 동시에 "한 방울의 물속 대양"이기도 하다. 우리 마음이 바다와 닮았음을 아는 순간, 우리는 궁극의 기쁨을 느낀다. 비유는 인간을 구원한다. 인간은 눈앞의 욕심에 휘둘려 아등바등하는 벌레일 수도 있고, 하늘에서 빛나는 눈부신 별일 수도 있다. "모든 영혼은 스스로 집을 짓는다." 에머슨의 말이다. 지금, 당신은 어떤 집을 짓고 있는가. 망망대해, 눈앞에 펼쳐진 짙푸른 바다가 철썩철썩 마음을 건드리면서 우리에게 묻는다.

[장은수 편집문화실험실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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