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 무시하는 우유가격, 이러다 외국산에 시장 다 뺏길 판 [사설]

2022. 8. 20. 0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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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대형마트에서 소비자가 우유를 고르고 있다. [이승환 기자]
국내에서 생산한 우유가 남아도는데 그나마 국내 업체가 점유하던 우유 시장마저 외국 제품에 빼앗길 위기다. 어이없는 가격 정책 탓이다. 국내 업체들이 주로 생산하는 살균우유는 보관 기간이 짧아 수입이 불가능하다는 것만 믿고 가격을 계속 올려왔다. 그래도 소비자들이 계속 사줄 것으로 생각했는데 착각이다. 비싼 값에 뿔난 소비자들은 보관 기관이 길어 수입이 가능한 멸균우유로 빠르게 돌아서고 있다.

폴란드산 멸균우유 가격은 ℓ당 1300원이다. 국산 살균우유 가격 2700원의 절반도 안된다. 게다가 외국 현지 가격은 폴란드산 480원, 뉴질랜드산은 540원이라고 하니, 가격만 놓고 본다면 국산 우유는 풍전등화 처지다. 실제로 올해 상반기 멸균우유 수입이 1년 전에 비해 57%나 늘었다. 2026년부터는 관세도 면제될 것이라고 하니 더 밀려올 게 뻔하다.

우유 가격이 오른 건 축산농가에서 생산한 원유 가격을 인상한 탓이 크다. 2001년 이후 20년간 원유 가격이 미국에선 12%, 유럽연합에선 19% 올랐는데 우리는 72%나 올랐다. 우유 소비가 줄어 해마다 10만t씩 원유가 남아도는데도 그랬다. 소비자들은 배제한 채 생산자들이 주도하는 낙농진흥회에서 원유 가격을 결정하기 때문이다.

정부도 원유 가격이 너무 높아 경쟁력을 가질 수 없다는 걸 안다. 그래서 유가공 제품용 원유만이라도 ℓ당 가격을 1100원에서 800원으로 낮추자고 했다. 그러나 낙농 업체들이 강력 반발한 탓에 올해 원유 가격은 결정조차 못하고 있다. 소비자들의 수요를 반영해 가격이 결정되는 상식이 지금 원유 시장에서는 통하지 않고 있다. 우유 생산업체들도 불만이라고 한다. 쿼터제에 묶여 필요 이상의 원유를 사들이는 처지라고 했다. 흰 우유를 100원어치 팔면 5.7원 적자라고 한다.

낙농 업계 주장대로 국내 낙농 환경에서는 미국·유럽에 비해 생산원가가 많이 드는 게 사실이다. 그러나 지금은 외국산 우유를 인터넷으로 직접 구입하는 세상이다. 경쟁력 없이 가격만 높게 받겠다고 고집하면 시장을 수입 제품에 빼앗긴 치즈 꼴이 되고 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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