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해야 산다" 최태원표 '딥체인지' 7년..SK 업(業)이 달라진다
SK, 친환경 에너지 사업에 5000억 '통 큰' 투자
[더팩트 | 서재근 기자] "변화하지 않는 기업은 뒤처지는 게 아니라 갑작스러운 죽음(Sudden Death)을 당할 수 있다."
지난 2016년 최태원 회장이 최우선 실행 과제로 '딥체인지(근본적인 변화)'를 제시한 지 올해로 7년째를 맞은 가운데 SK그룹의 변화는 속도는 매년 빨라지고, 폭은 넓어지고 있다. 특히, 올해는 △배터리(Battery) △바이오(Bio) △반도체(Chip) 등 이른바 'BBC'와 그린(친환경) 에너지 분야에 공격적인 투자를 단행하며 체질개선 작업에 고삐를 죄고 있다 .
20일 업계에 따르면 SK그룹의 투자전문 지주회사 SK㈜와 에너지부문 핵심 계열사 SK에너지는 최근 잇달아 글로벌 그린에너지 선도 기업들에 수천억 규모의 투자를 단행했다.
양사는 먼저 지난 15일 미국 마이크로소프트(MS) 창업자 빌 게이츠가 2008년 설립한 소형모듈원자로(Small Modular Reactor, SMR) 설계 기업 테라파워에 미국 외국인투자심의위원회(CFIUS) 승인을 받아 2억5000만 달러(약 3000억 원) 규모의 지분 투자를 단행했다고 밝혔다.
이어 지난 18일에는 미국 에너지솔루션 기업 아톰파워 경영권을 1억5000만 달러(약 2000억 원)에 인수하는 내용으로 협약식을 체결했다. 2014년 설립된 아톰파워는 '솔리드스테이트 서킷브레이커(SSCB, 전력반도체로 제어되는 회로차단기)' 기술을 개발해 미국에서 에너지솔루션 사업과 전기차(EV) 충전 사업을 벌이고 있다.
SK가 단행한 5000억 원 규모의 투자는 최태원 회장이 추진하는 '그린에너지 포트폴리오 구축'과 '넷 제로' 조기 달성 전략의 일환이다. 실제로 SK의 테라파워 투자의 경우 10월 최태원 회장 주도로 '2030년까지 전 세계 탄소 감축 목표량의 1% 감축에 이바지한다'는 목표를 제시한 이후 지속해서 관련 분야 투자 방안을 검토해 결정된 사안이다.
그린 에너지 분야를 선도하겠다는 최태원 회장의 의지는 지난달 조 바이든 대통령과 화상면담에서 밝힌 220억 달러(약 28조8400억 원) 규모의 대미 투자 계획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났다. 최근 발표한 전기차 배터리 분야 70억 달러 투자에 첨단 소형 원자로 등 그린 에너지 분야에 50억 달러의 신규 투자까지 더하면 전체 투자의 절반 수준을 차지한다.
SK그룹의 변화는 'BBC'의 한 축인 바이오 분야에서도 두드러진다. SK그룹은 지난 6월 국내 대기업 가운데 최초로 코로나19 백신 국산화에 성공하면서 업계 새 역사를 썼다. 그룹 계열사인 SK바이오사이언스가 개발한 '스카이코비원멀티주'가 한국 최초 코로나19 백신으로 이름을 올린 것이다.
선대 때부터 이어져 온 SK의 바이오 육성 전략은 지난 2002년 최태원 회장이 "바이오 사업을 육성해 2030년 이후에는 그룹의 핵심 성장 동력으로 삼겠다"며 중장기 계획을 세운 이후 가속도가 붙었다. SK바이오팜, SK바이오사이언스, SK플라즈마, SK팜테코 등을 잇달아 설립한 SK는 이들 4개사의 매출을 '조 단위'(2021년 기준 2조4022억 원)로 확장하는 데 성공하며 영향력을 넓혀가고 있다.
이후 최태원 회장은 2017년 글로벌 제약사 BMS의 아일랜드 생산시설(CMO)과 2018년 미국의 위탁개발·생산업체(CDMO) 앰팩, 2021년 프랑스 세포·유전자치료제 기업 이포스케시를 인수한 데 이어 지난 1월 미국 세포·유전자치료제 기업 CBM에 투자를 단행하는 등 공격적인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그린 에너지, 바이오 등 미래 핵심 사업 분야에서 글로벌 네트워크를 공고히 하려는 글로벌 경영 행보도 진행형이다. 최태원 회장은 지난 16일 서울 여의도에서 빌 게이츠 '빌앤멀린다게이츠재단' 공동 이사장과 만나 저개발국에 코로나19 백신을 공급하는 방안을 비롯해 새로운 백신·치료제 개발을 위한 협력 방안 등을 논의했다.
한 재계 관계자는 "지난 2016년 최태원 회장이 넥타이를 풀고, TED(기술·Technology, 오락·Entertainment, 디자인·Design) 방식으로 '딥체인지'를 강조한 이후 지금까지 보여준 다양한 변화 시도는 재계에서도 전례를 찾아보기 어려울 만큼 빠르고, 파격적"이라며 "그룹 최고의사결정권자로서 통신(SKT)과 반도체 제조(SK하이닉스) 분야에 한정되지 않고, 전기차 배터리와 바이오, 그린 에너지 등 잠재력 있는 신사업 중심의 체질개선을 줄곧 강조해 온 만큼 SK의 변화 속도는 앞으로도 더욱 빨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likehyo85@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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