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석주의인문정원] 달리기의 경이로움
존재까지 바꾸는 마법 같은 운동
내 어린 시절의 꿈은 마라톤 선수가 되는 것이었다. 마라톤 경주를 볼 때 내 심장은 뛰었다. “커서 무엇이 될래?”라고 물으면 나는 “마라톤 선수요”라고 대답했다. 중학교 시절엔 운동장이 어두워질 때까지 달렸다. 달리다 보면 심장 박동 수가 올라가고 심장이 파열할 듯한 통증이 덮친다. 그동안 몸과 내〔자아〕가 합일하는 느낌, 몰입, 고통을 초극하려고 분투하는 것이 좋았다. 마라톤은 아름다운 운동이다. 그 아름다움을 향한 내 욕망은 가당치 않았다. 러너로서의 내 능력치는 그저 교내 운동회에서나 뛸 만한 수준이었다.
인간은 왜 달리는가? 오늘날 뛰는 사람은 달리기에 매혹당한 사람들이다. 몸의 생체역학적인 구조는 인간이 먼 거리를 달리기 위해 진화해 왔음을 말한다. 사람들은 저마다 다른 이유로 달린다. 마라톤은 격렬한 활동의 지속이고, 몸 안의 체력이 고갈되고 에너지가 방전될 때까지 달리는 운동이다. 극한에 도달할 때까지 달리는 동안 몸에서 일어나는 변화를 관조할 기회를 부여한다. 마라톤은 항상 달리는 것 그 이상이다. 그것은 육체 근력을 단련하는 수련이자 동시에 정신적이고 영적인 존재를 위한 수행이다.
내게 달리기는 무력감을 떨치고 자존감을 키우는 계기를 주었다. 누군가에겐 인생을 바꾸는 계기였을지도 모르는데, 조지 쉬언은 ‘달리기와 존재하기’에서 이렇게 말한다. “내면의 풍경을 새롭게 바라볼 수 있게 했다. 나는 내 안의 아래 위, 안과 밖, 내 불안한 존재와 변화 과정을 받아들였다. 나는 최선을 다했다.” 달리기의 효과를 건강 증진이나 수명 연장에 두는 것은 그 가능성을 좁히는 것이다. 최선을 다한 달리기가 즐거움을 주고, 우리 존재를 바꾸는 마법을 품은 운동이지만, 이것이 수명을 연장한다는 어떤 증거도 없다.
자연에서 이동성과 속도는 생존 능력과 연관된다. 자연에서 인간의 달리기 능력은 보통이지만 인간은 자동차와 비행기 같은 동력 도구를 이용해 이동성과 속도를 경이로울 만큼 높였다. 피로 골절과 부상의 위험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여전히 몸을 쓰는 달리기 운동을 멈추지 않는다. 나는 왜 그토록 달리기를 좋아했을까? 처음엔 단순함과 순수함이 좋았지만, 그다음엔 달릴 때 살아 있음을 실감하면서 더 빠져들었다. 어쩌면 달리기는 내 안에 각인된 타고난 욕망, 미처 알지 못한 정체성이었을지도 모른다. 달리기에서 많은 것들을 얻고 배웠다. 한계를 초극하는 용기, 인생이란 여정을 견디기 위한 집중력과 지구력, 평균적 인간보다 더 나은 윤리 감각 등이 달리기가 내게 준 선물이다.
장석주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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