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공격했나... ‘핵재앙 공포’ 자포리자 원전, 끝없는 진실 게임

파리/정철환 특파원 2022. 8. 19. 2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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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1일(현지시간) 러시아군이 점령하고 있는 우크라이나 자포리자 원자력발전소 구내에서 러시아군 병사가 경비를 서고 있다. 단일시설로는 유럽 최대 원전인 자포리자 원전이 최근 잇따라 포격을 당한 가운데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포격 책임을 놓고 공방을 벌였다./AP 연합뉴스

우크라이나 자포리자 원전을 둘러싼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의 대립이 극단으로 치달으면서 이 원전의 안전이 국제적 문제로 비화하고 있다. 유럽 최대 규모의 이 원전은 지난 3월 러시아군이 완전 장악한 이후 지속적으로 ‘피격 논란’에 휩싸이면서 1986년 체르노빌 원전 폭발 사고와 유사한 사태가 발생할지 모른다는 우려가 커진 상황이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서로를 공격 주체로 비난하는 ‘진실 게임’을 벌이는 와중에 ‘핵 테러 위협설’까지 나오고 있다.

러시아 국방부는 18일(현지 시각) “우크라이나군이 19일 자포리자 원전을 공격해 의도적 ‘핵 재앙’을 일으키려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방사능 유출 사고를 일으킨 뒤 이를 러시아 소행으로 몰아 국제사회의 개입을 정당화하려 한다는 것이다. 러시아 외무부도 “원전 주변 약 30㎞를 (방사능 유출에 의한) 출입 금지 구역으로 만든 다음, 외국 군대와 사찰단을 끌어들이려 하는 것이 우크라이나의 목적”이라고 했다. 이들은 우크라이나군이 자포리자 일대에 방사능 측정 장비를 설치하고, 제독 훈련을 하는 것을 “원전에 대한 도발 준비”라고 주장했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왼쪽부터) 튀르키예 대통령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UN) 사무총장이 18일(현지 시각) 우크라이나 서부 르비우에서 만나 손을 맞잡고 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날“최근 러시아의 포격이 계속되는 자포리자 원전에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찰단을 파견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AFP 연합뉴스

우크라이나 국방부는 이에 “원전을 이용한 ‘핵 테러’를 시도하는 것은 우리가 아닌 러시아”라고 반박했다. 안드리 유소우 국방부 정보국 대변인은 18일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 직원 대다수에게 ‘19일 출근하지 말라’는 지침을 내렸다”며 “이는 러시아가 원전에서 모종의 도발을 계획하려는 증거”라고 말했다. 우크라이나는 “러시아군이 원전을 방패 삼아 주변에 장거리 미사일 발사대 등 중화기들을 대거 배치해 우크라이나 후방 공격 기지로 쓰고 있다”고 보고 있다. 또 “러시아군이 원전을 스스로 공격해 놓고 이를 우크라이나 소행으로 떠넘기는 ‘자작극’을 벌여 ‘원전을 보호한다’는 점령 명분을 만들고 있다”고 주장해왔다.

자포리자주 에네르호다르에 위치한 자포리자 원전은 기당 950MW(메가와트)의 원자로 6기에서 최대 5700MW의 전력을 생산할 수 있는 유럽 최대 원전이다. 러시아군의 점령 이후 끊임없이 안전 문제 및 사고 위험이 제기되면서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사찰을 요구해 왔으나, 러시아는 소극적 입장이다. 미국 CNN은 이날 “자포리자 발전소 원자로 인근에 러시아군의 트럭과 장비가 대거 발견됐다”며 러시아군이 원전 내에 상당한 양의 병력과 무기를 집결시켰을 가능성을 시사했다.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이날 우크라이나 르비우에서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을 만나 자포리자 원전의 안전 보장을 위한 국제적 해결 방안을 논의했다. AFP 통신에 따르면 젤렌스키 대통령은 “유엔이 원전의 안전 보장과 비무장화, IAEA의 사찰을 보장할 수 있는 조치를 해달라”고 요청했다. 구테흐스 총장은 이에 “원전 일대를 순수 민간 인프라로 다시 조성하고 안전을 보장하기 위한 합의가 시급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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