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극심한 두통 "못 참아"..극단 선택 충동까지 '무섭네'[군발두통을 바로 알자]

박효순 기자 입력 2022. 8. 19. 2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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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역학·증세 및 현안 과제
뇌 이상 없으면서 눈물·콧물 유발
경제활동 왕성한 20~40대서 많아
산소치료 등 질병 부담 감소 효과
갈카네쥬맙 외 급여 승인약 없어

<환자 사례>

30대 후반의 A씨는 아직도 군대 시절만 생각하면 무섭기 짝이 없다. 20대 초반부터 매년 겨울마다 한두 달 동안 찾아왔던 극심한 두통은 군 입대 후 얼마 지나지 않아 하필이면 악명 높은 혹한기 훈련시기와 겹쳐서 찾아왔다. 극심한 두통에 안절부절 못하고 온종일 초조하고 불안해하며 어떠한 군생활의 임무도 거의 수행할 수 없는 A씨에게 고참들은 신병 “주제에 혹한기 훈련을 열외하고 싶어 ‘농땡이’를 부린다”며 ‘갈구기’ 일쑤였다. 혹한기 훈련 참가기간 동안 잦은 밤샘 보초를 서면서 어김없이 극심한 두통이 찾아와 안절부절 못하게 될 때면, 순간의 자살충동을 느낄 때가 한두 번이 아니었다.

전역 이후 대기업 경리팀에 입사해서도 고생은 마찬가지였다. 겨울마다 찾아오는 회사 연말정산 업무를 비롯, 가장 업무 부담이 큰 시기마다 어김없이 짠 것처럼 찾아오는 극심한 두통에 A씨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그런 A씨에게 팀원들은 동정과 격려보다는 눈총을 보내기에 바빴다. 여러 병원을 전전한 끝에 가까스로 군발두통으로 진단되었다. 자신의 병을 결국 알았다는 ‘기쁨 반, 슬픔 반’의 감정으로 이를 회사에 알렸지만, 누군가는 그런 두통은 처음 듣는다며 수군거리고, 누군가는 그런 드문 두통을 앓고 있다는 것 자체에 의심을 품고, 또 다른 누군가는 희귀병을 앓고 있다며 이상한 환자인 양 낙인찍었다.

군발두통에 산소치료가 매우 효과적임을 알게 되었지만, 일본이나 중국을 포함한 다른 나라들처럼 집이나 회사에서 재택용 산소치료를 국민건강보험으로 받을 수 없고, 군발두통이 발생할 때마다 산소치료를 위해 응급실을 거의 매일같이 방문해야 했기에 회사의 비아냥은 여전히 없어지지 않았다.

<역학 및 증세>

우리나라 군발두통 환자의 경우 두통이 거의 매일 발생하는 군발기는 평균 1.8개월(약 50일) 정도이며, 두통의 횟수는 하루 0.5~8회, 두통 강도는 가장 고통스러운 상태가 10이라고 할 때 9.4이며, 평균 100분 지속되고, 첫 발생 이후 기간은 7년이며, 총 3번의 군발기를 겪는다. 특별한 뇌의 구조적인 이상이 발견되지 않으면서도 눈물이나 콧물 등의 자율신경증상을 동반한다. 두통 자체뿐만 아니라, 다음 두통 발작에 대한 두려움도 매우 커서 많은 환자들이 일상생활에 지장을 받게 된다.

국내 조사에서는 조기은퇴 비율이 편두통 환자의 1.5배이고, 두통으로 인한 병가(상병휴가)는 두통이 없는 사람이나 편두통에 비하여 3~10배 높은 39%였다. 이렇게 심한 두통으로 인해 우울증상, 자살 생각 그리고 경우에 따라서는 실질적인 자살까지 이어진다. 국내의 많은 군발두통 환자가 군발기에는 적극적인 자살 생각, 중등도 이상의 불안이나 우울을 호소하고, 호전시기에는 대다수가 개선된다. 군발두통을 악화시키는 요인으로 음주가 있는데, 두통의 강도가 얼마나 극심한지 군발기가 시작되면 거의 모든 환자는 스스로 음주를 중단할 정도이다.

<현안 과제>

군발두통은 약 0.1% 유병률이 보고되는 상대적으로 드문 질환이다. 군발두통의 예방치료제인 칼시토닌 유전자 관련 펩티드 단클론항체주사(갈카네쥬맙, 상품명 앰겔러티)는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승인을 받았고, 국내도 희귀의약품으로 예방치료가 승인되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에 따르면 병원을 찾는 군발두통 환자 수는 매년 약 2만여명 정도로 추산된다. 진단이 늦게 되거나 진단되지 않는 경우도 흔하기에 아직 제대로 치료받지 못하는 환자까지 감안하면, 약 5만여명 정도의 환자가 있을 것으로 추산된다.

사회적으로 왕성한 경제활동을 하는 20~40대에서 대부분 발생한다. 남자가 여자보다 3~10배 흔하다고 알려졌으나, 최근에는 이러한 남녀 차이가 줄어드는 경향을 나타내고 있다. 군발두통에 의한 경제적인 문제도 매우 크다. 즉 극심한 군발두통으로 인해 병원 또는 응급실 방문, 그리고 자주 발생하는 극심한 두통으로 인해 결근, 결석, 업무 능률 저하 등을 유발하여 커다란 경제적인 문제 또한 유발한다.

군발두통은 두통 교과서와 두통지침에 실린 표준치료가 있고, 산소치료 등은 질병 부담을 효과적으로 감소시킬 수 있다. 하지만 갈카네쥬맙 외에 국내에 군발두통으로 급여가 승인된 약제가 거의 없다. 다른 두통 질환에 비하여 환자가 적어서 치료에 대한 임상연구가 어렵고, 보건복지 관련 여러 정부부처의 급여화 사업의 관심 대상에서 상대적으로 밀려나 있는 것 또한 불행한 사실이다.

대한두통학회는 2018년부터 매년 보건복지부, 건강보험심사평가원과 국민건강보험공단에 군발두통에 대한 재택 산소치료 관련, 신경과 의사의 처방권 부여와 건강보험 급여 적용을 줄기차게 요구하고 있으나 아직 환자들의 고통을 덜어줄 답변이나 진전안은 요원한 실정이다.

공동 기고 | 주민경 세브란스병원 신경과 교수, 배대웅 가톨릭대 성빈센트병원 신경과 교수

주민경 교수, 배대웅 교수

■환자 3분의 1이 우울·불안 정서 동반 호소

중장년 남성·건장한 사람 많아
수면무호흡 증상도 발병률 4배

군발두통만으로도 고통스러운데, 군발두통 환자에게 흔히 동반되는 질환이 있다, 우선 군발기에 우울, 불안한 정서가 약 3분의 1의 환자에서 동반되고(우울 38%, 불안 35%), 편두통이 동반되면 더 흔하여 약 반 정도에서 호소한다. 군발기가 지나고 두통이 안 오면 불안이나 우울한 정서가 개선되지만, 일부 환자는 자살 생각을 하고 자살를 시도한다.

군발두통은 중장년 남성에서 흔하고, 사자 모습이라는 별칭이 있을 만큼 건장한 환자들이 많다. 따라서 고혈압, 고지혈증, 심장병, 폐쇄성수면무호흡의 위험이 증가한다. 환자들의 기억에 의하면 군대나 유학 등 특별히 힘든 상황에서 발병한 경우가 드물지 않다. 흡연이나 과도한 음주 등의 생활습관도 중요하고 군발두통 환자 중 과거 혹은 현재 흡연인 비율이 남성은 70%, 여성은 12%로 인구집단보다 높다.

덴마크 자료에 의하면 군발두통 환자는 여러 위험인자를 같이 고려하더라도 고혈압은 2.4배, 위궤양은 3.5배, 협심증은 5.3배, 뇌경색은 3.8배, 고지혈증은 1.6배 위험도가 높았다.

군발두통은 야간 두통, 주기성 두통의 특징을 보이는 환자도 흔한다. 군발두통 환자에서 수면무호흡이 대조군에 비하여 4배 더 흔하다고 보고된다. 수면무호흡은 저산소증 및 수면질 악화 등에 의하여 비만, 고혈압, 심장병의 위험을 증가시킨다. 군발두통은 군발기에는 너무 아파서 병원에 올 엄두를 내지 못하고, 안 아픈 관해기(완화 상태를 유지하고 있는 기간)에는 잊고 지내기 쉽다.

군발두통 환자는 기저질환이 있다면, 꾸준한 관리와 치료를 통하여 심각한 질환의 예방과 함께 군발두통의 개선을 도모해야 한다.

도움말 | 박홍균 인제대 일산백병원 신경과 교수

<대한두통학회 공동기획>

박효순 기자 anytoc@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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