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K] 기후 위기에 위협받는 현대판 ‘노아의 방주’
[앵커]
밤하늘에 푸른빛으로 반짝이는 고래 한마리가 등장했습니다.
환경단체 그린피스의 드론쇼입니다.
검푸른 하늘을 헤엄치는 고래와 또 기후위기로 사라져가는 바다거북, 펭귄 뒤로 새겨진 건 "구해줘 바다".
귀 기울여야 할 외침입니다.
위기에 처한 건 바다 동물만이 아닙니다.
북극엔 미래 생존을 위해 전 세계 식물종자들을 보관하고 있는 '국제종자저장고'가 있는데요.
현대판 '노아의 방주'로 불리는 이곳 역시, 지구온난화로 위기를 맞았습니다.
연속기획 <북극을 가다> 마지막 순서, 기후위기대응팀 신방실 기상전문기자가 현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하얀 설산 중턱에 자리 잡은 건물 출입구, 세계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스발바르 국제 종자 저장고입니다.
입구는 지상이지만, 120미터에 이르는 지하 암반 터널을 통과해야 저장 시설이 나옵니다.
지난 2008년부터 전 세계에서 위탁한 종자는 6만여 종, 110만 개.
내부 온도를 영하 18도로 유지해 전기가 끊겨도 종자를 지킬 수 있게 설계돼 있습니다.
스발바르 국제 종자 저장고는 인류 생존을 위한 최후의 보루로 불립니다.
지금은 여름이라 하얀 눈이 녹고 흙이 드러나 있는데요.
이 금고의 문은 1년에 3번 종자가 들어올 때만 열립니다.
올해는 2월과 6월에 이어, 10월을 마지막으로 종자 입고가 끝납니다.
[루카스 슈체첼/폴란드 관광객 : "이곳은 우리의 미래입니다. 우리는 미래에 어떤 일이 생길지 모르잖아요. 전쟁이 날 수도 있고. 이런 시설은 우리 모두에게 도움이 될 겁니다."]
우리나라도 이 저장고에 3만여 개의 토종 종자를 보관하고 있습니다.
국내 저장시설까지 4중으로 종자를 보관하고 있는 겁니다.
[이주희/농업유전자원센터장 : "가뭄이 들었다고 할 때는 가뭄 저항성인 품종들을 재배해야 되고 종자 한 톨도 소중하고 안전하게 보존하는 역할을 하는 것이 바로 종자 은행이라고 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그러나 세상에서 가장 안전해 보이는 스발바르 저장고도 최근 위기를 맞았습니다.
북극을 덮친 이상 고온현상에 빙하가 급속히 녹아내리면서 터널 입구가 침수됐습니다.
[스테판 슈미츠/세계작물다양성재단 이사 : "국제 식량 안보를 위협하는 많은 요인이 있습니다. 우리가 지금 목격하고 있는 전쟁과 분쟁일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한 가지 확실한 것은 기후변화가 명백히 큰 위협이자 도전이라는 겁니다."]
우크라이나 전쟁에, 세계 2위 밀 생산국 인도에 닥친 121년 만의 폭염으로 인한 곡물 가격 폭등.
영원할 것 같던 북극의 빙하와 동토가 녹아내리며 인류의 미래를 책임질 현대판 노아의 방주가 침몰 위기를 맞고 있습니다.
KBS 뉴스 신방실입니다.
신방실 기자 (weezer@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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