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란 프라이 하나에도 '통찰'이 있다[책과 삶]
인생
하창수 지음
청색종이 | 280쪽 | 1만5000원
“35년 동안 소설을 써오면서, 소설이 아니었으므로 크게 중요하게 여기지는 않았으나 애정의 심도만큼은 소설에 못지않은 산문들”이라고 하창수는 이 에세이집을 소개한다. “인생이란 종종 소금 치는 걸 잊어먹은 계란프라이를 먹는 것과 같다”와 같은 삶과 생활에서 건져낸 통찰을 실었기 때문일 터다.
문학, 철학, 법, 지혜, 분노, 절망, 고독, 꿈, 소통 등을 주제어로 한 단편들이 이어진다.
“눈물 젖은 빵을 먹어보지 않는 자와는 인생을 이야기하지 말라”는 말을 인생이 뭔지도 모르던 나이에 들었다. 인생에 관한 생각은 바뀌기 마련이다. 이제 “(누구도 타인에게) 고통으로부터 교훈을 얻을 수 있다는 가능성조차 강요해서는 안 된다”고 여긴다.
하창수가 35년 동안 읽은 책에 관한 이야기로도 이어진다. “탈역사시대 예술과 철학은 사라질 것”이라는 장 보드리야르의 전망을 두고 “오늘, 여전히 예술을 붙들고 있는 수많은 고집쟁이와 미련퉁이들”이 “어떻게든 살아남아주기”를 기도한다.
이 응원의 기도는 자신의 글쓰기와 연결된다. ‘왜 글을 쓰느냐’는 물음에 “글이란 게 우리에게 중요한지를 알기 위해”라고 답한다.
하창수는 이 산문을 정리하며 스물다섯 살 이후 서른다섯 번 읽은 스피노자의 <에티카>를 늘 떠올렸다고 한다. 책머리에 “대중의 속된 생각들에서 명예를 찾는 자는 명성을 보호하기 위해 매일 걱정하고 불안해하면서 애쓰고 행동하며 시도하게 된다. (…) 이런 명예나 만족은 진정한 명예나 만족이 아니기 때문에 실로 공허하다”는 말을 실었다. “가난하고 소외된 인생에서도 끝없이 우주와 신을 명상”한 그에게 책을 바친다고도 했다.
김종목 기자 jom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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