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소득층 의료비 최대 5000만원 지원.. 적용대상도 6대중증→모든 질환

최경운 기자 2022. 8. 19. 2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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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대통령 "정치복지서 약자복지로"
윤석열 대통령이 19일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조규홍 보건복지부 1차관으로부터 업무 보고를 받고 있다./대통령실 제공

윤석열 대통령은 19일 복지 정책 방향에 대해 “집단적으로 단일한 목소리를 내기 어려워 잘 드러나지 않았던 진정한 사회적 약자와 취약 계층을 제대로 찾아서 두텁게 지원해 달라”고 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보건복지부 업무 보고에서 “표(票)를 얻기 위한 ‘정치 복지’에서 ‘약자 복지’를 중심으로 (가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윤 대통령은 “복지와 성장의 선순환과 양질의 일자리 창출을 위해 사회 서비스를 확대하고 질적 고도화에 힘써 달라”고 했다.

윤 대통령 언급은 문재인 정부 5년간의 보편 복지를 선별적 복지로 전환하겠다는 것이다. 또 제도 혁신의 개념으로 이른바 ‘복지 투자’를 크게 늘려 성장의 마중물로 삼겠다는 것이다. 윤 대통령은 후보 시절부터 “모든 국민이 질병·실업·장애·빈곤 등에서 벗어나 인간다운 삶을 살게 해 주는 복지는 지속 가능한 성장의 기초가 되고 성장은 복지의 재원이 된다”고 했다. 여권 관계자는 “불특정 다수의 표를 얻기 위한 현금성 복지는 막대한 재정 낭비에 비해 저소득층과 서민에 대한 실질적인 지원 효과가 낮다”며 “정부는 미래를 대비하는 복지 투자의 혁신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그래픽=박상훈 기자

이날 복지부는 과도한 의료비 지출로 어려움을 겪는 저소득층에 대한 국가의 의료비 지원 제도(재난적 의료비 지원) 상한액을 내년부터 연간 3000만원에서 5000만원으로 대폭 늘리고, 지원 대상도 6대 중증 질환에서 모든 질환으로 확대하겠다고 보고했다. 재난적 의료비 지원 정책은 소득 하위 50% 국민 등의 본인 부담 의료비를 소득 수준에 따라 일정 비율(50~80%)로 지원해주는 제도다. 지금까지는 본인 부담 의료비가 연 소득의 15%를 초과할 때 지원했지만 앞으로는 10% 초과 시 지원해 수혜층을 확대키로 했다. 예컨대 연간 6250만원을 자기 부담 의료비로 지출한 기초생활수급자의 경우 현재는 기초수급자 지원 비율 80%를 곱한 5000만원 중 한도 3000만원까지만 받았지만 제도 개편 후에는 5000만원까지 지원받을 수 있다.

또 기초생활보장 생계급여 선정 기준을 중위소득의 30%에서 35%로 2023~2027년 단계적으로 올려 저소득층과 서민을 위한 선별 복지를 강화하기로 했다. 예컨대 올해 기준 1인 가구의 경우, 소득이 중위소득의 30%인 월 58만3444원이 되지 않을 경우, 그 부족분만큼 생계급여를 지급했는데, 기준액이 중위소득의 35%(68만684원)로 올라가면 수급액이 10만원 가까이 늘어날 수 있다. 가구 구성원 수가 많을 경우 혜택은 더 커진다.

기초생보 생계급여 기준은 박근혜 정부 시절인 2015년 기준 중위소득의 28%로 시작, 2016년 29%, 2017년 30%로 소폭 오른 이후, 5년여 만에 대대적인 인상이 추진되는 것이다. 또한 그동안 복지 소외층으로 지적돼온 보호 종료 아동과 가족 돌봄, 고립 은둔 청년을 비롯해 장애인·아동·노인 등 맞춤형 지원도 강화된다.

보건 분야에서는 초음파와 MRI(자기 공명 영상) 등에 건강보험을 적용해온 ‘문재인 케어’에 대한 타당성을 재평가해 이를 폐기할지 여부를 추후 결정키로 했다. 문 정부는 건강보험 보장률을 임기 내에 60% 초반에서 70%로 올리기로 하고 환자가 전액 부담하던 3800여 가지 비급여 항목에 순차적으로 건강보험을 적용하기 시작했다. 당시 의료계에선 “과다한 의료 쇼핑과 과잉 검사를 걸러내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왔지만 강행했다. 그 결과 초음파·MRI 진료비는 건보 적용 첫해였던 2018년 1891억원에서 2021년 1조8476억원으로 3년 새 10배로 늘어났다. 건보 당기 수지는 2018년 적자로 돌아선 후 3년 연속 적자를 냈다.

의료계에선 “문재인 케어가 전면적인 ‘수술’에 들어갔다”는 관측이 나온다. 대신 심장·뇌수술 수가를 인상하는 등 필수 의료에 대한 국가 지원이 대폭 강화된다. 윤 대통령은 “방만한 건보 재정 지출을 정밀 점검해 필수 의료 기반과 중증 치료 강화에 중점을 두기 바란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코로나 대응과 관련해서는 “감염병 대응도 정치 방역에서 전문가 의견과 데이터에 근거한 표적 방역, 과학 방역으로 전환하기 바란다”고 했다.

보건사회연구원장을 지낸 최병호 서울시립대 도시보건대학원장은 “문재인 정부는 재원이 뒷받침되지 않은 상태에서 보편적 복지와 건보 보장성 강화를 지향했고, 실제 성과는 크게 부족했다”며 “윤 정부는 이를 선별적 복지로 전환하겠다는 방향”이라고 했다. 그는 “지난 정부 시절 대거 늘어난 각종 센터와 공공 일자리 등 방만함에 대한 정확한 평가를 통해 복지 비효율 제거에도 함께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는 대통령 공약인 부모 급여를 내년에 만 0세 월 70만원, 만 1세 35만원 지급하며, 후년에는 50만원(만 1세)~100만원(만 0세) 지급하기로 했다. 복지부는 또 기초연금을 30만원에서 40만원으로 인상하는 방안 등 연금 개혁도 추진키로 했다. 정부는 이날 강화되는 복지에 소요되는 비용은 별도로 언급하지 않았다.

윤 정부로서는 갈수록 늘어나는 복지 지출을 관리하는 것이 과제다. 국회 예산정책처에 따르면 복지 분야 의무 지출은 올해 141조원에서 2030년 200조원, 2040년 282조원으로 증가하게 된다. GDP(국내총생산) 대비 지출 비율이 현재 6.5%에서 2040년 9.7%까지 늘어나는 것이다.

한편, 복지부는 이날 0~5세를 위한 어린이집과 유치원의 ‘유·보 통합’을 추진하는 동시에 교사 자격과 처우를 개선하는 등 지원을 늘리겠다고 보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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