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우크라, 포화 속 자포리자 원전 '비무장' 합의..러시아 수용은 장담 못해
시설 파괴 땐 방사능 유출 대재앙
우크라 군의 공격 어려운 점 노려
러, 3월 점령 후 군사 요새로 활용
러시아가 장악한 우크라이나 자포리자 원전을 둘러싸고 포격이 잇따르는 등 사고 위험이 커지는 가운데 유엔과 우크라이나가 자포리자 원전의 비무장화에 합의했다. 러시아가 이를 받아들일지는 미지수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18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서부 르비우에서 만나 자포리자 원전에 국제원자력기구(IAEA) 시찰단을 조속히 파견하기로 합의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원전 일대의 비무장화를 비롯해 IAEA의 시찰 안전을 보장할 수 있는 조치를 요청했다. 구테흐스 총장도 “원전 시설은 군사 작전 일부로 사용돼선 안 된다”면서 “순수 민간 인프라로 다시 조성하고 안전을 보장하기 위한 합의가 시급하다”고 말했다.
자포리자 원전은 우크라이나 남부 자포리자주 에네르호다르에 위치한 유럽 최대 원전이다. 원자로 6기를 보유하고 있으며 현재 2기가 가동 중이다. 우크라이나 전력의 20%를 담당한다. 러시아군은 자포리자를 점령한 지난 3월 초 이후 원전은 러시아군의 통제 속에 우크라이나 국영 원전기업 에네르고아톰이 운영해오고 있다.
점령 당시 러시아군의 포격으로 자포리자 원전 주변 건물에 화재가 발생하면서 핵사고에 대한 우려가 제기됐다. 러시아군은 우크라이나군의 다연장 로켓 공격을 방어한다는 명분으로 원전 인근에 지대공 미사일 방어시스템을 구축했다. 방사능 유출 우려 때문에 우크라이나군이 쉽게 공격할 수 없는 점을 이용해 군사 요새를 구축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특히 이달 들어 원전 주변에 포격과 화재가 잇따르는 등 원전을 겨냥한 군사 활동이 계속되며 원전 안전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자포리자 원전은 내부에 원자로 6기와 외부 저장시설에 174개의 사용후 핵연료를 보관하고 있다. 군사 충돌 과정에서 원전 시설이 공격받아 방사성물질이 유출되면 체르노빌 사태와 같은 대재앙이 벌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우크라이나와 유엔이 IAEA의 현지 시찰 방안에 합의했지만 러시아가 이를 받아들이고 시찰단 활동에 응할지는 불확실하다. 자포리자 원전을 장악한 러시아는 우크라이나가 공격했다고 주장하고 있고 우크라이나 역시 정반대의 주장을 내놓으면서 책임 공방을 이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러시아는 우크라이나군의 포격이 계속되면 원전을 폐쇄할 수 있다며 공세 수위를 높이고 있다. 이고르 키릴로프 러시아 국방부 화생방 방어사령관은 18일 브리핑에서 “만일 원전에서 사고가 발생하면 방사성물질이 독일과 폴란드, 슬로바키아를 덮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우크라이나와 러시아는 원전에서 상대방의 의도적인 ‘도발 행위’가 있을 수 있다며 만약의 경우 책임을 떠넘길 태세다.
노정연 기자 dana_f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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