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적자금으로 회생해 놓고..저축은행, 코로나 지원 '시큰둥'
30조원 ‘새출발기금’·8조5000억원 ‘저금리 대환’ 프로그램 출범에 난색
캐피털사도 대출채권 싼값 매각·자체 채무 조정으로 수익성 감소 우려
코로나19·저금리 환경 속 특수 누리고도 취약계층 지원에 인색 ‘비판’
코로나19 사태로 피해를 본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를 지원하는 새출발기금(30조원)과 저금리 대환 프로그램(8조5000억원) 출범을 앞두고 2금융권이 수익성 감소 등을 우려하며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새출발기금 지원 대상의 상당수가 2금융권 고객인데, 금융사들이 이들의 대출채권을 싼값에 기금에 넘기거나 자체적으로 채무를 조정해줘야 하기 때문이다. 과거 공적자금으로 회생한 저축은행 등이 코로나 저금리 환경에서 특수를 누리고도 취약계층 지원에는 인색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19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와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는 오는 22일 서울 공덕동 저축은행중앙회에서 저축은행 여신·자금 담당자를 대상으로 새출발기금 세부안을 설명할 예정이다. 저축은행 업계는 이 제도 도입으로 수익성 감소와 고객 이탈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2금융권은 자영업자·소상공인 대상 정책금융 상품인 저금리 대환 프로그램도 업계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 있다.
저금리 대환 프로그램은 새출발기금 지원 대상보다 상대적으로 상환능력이 있는 차주의 연 7% 이상 고금리 대출을 최대 연 6.5%로 바꿔주는 상품이다. 한도는 개인사업자가 5000만원, 법인소기업이 1억원이다.
개인사업자와 법인소기업이 비은행권에서 보유 중인 연 7% 이상 대출은 올 2월 말 기준 17조6154억원, 41만1564건으로 은행권(4조2901억원, 7만6684건)과 비교해 잔액 기준으로 4배가 넘는다.
한 2금융권 관계자는 지난 18일 열린 새출발기금 금융권 설명회에서 “금융당국이 보는 부실 우려 차주는 우리의 일상적인 고객이자 정상적인 차주”라고 말했다. 또 다른 저축은행 관계자는 “새출발기금이나 저금리 대환 프로그램 모두 업계에 미치는 영향이 부정적”이라고 전했다.
금융당국은 2금융권의 우려를 이해한다는 입장이지만 한편으로는 과거 저축은행 사태 때와는 달라진 업계의 태도에 불편한 기색을 내비치고 있다.
저축은행 업계 총자산은 2010년 말 86조원이었지만 2011년 삼화상호저축은행을 시작으로 하나둘씩 문을 닫으면서 2014년 38조원까지 줄었다. 부실 저축은행 31곳의 구조조정에는 27조2000억원의 공적자금이 투입됐다.
이후 저축은행은 다시 성장세로 돌아섰고 코로나19 사태가 본격화한 2020년에는 총자산이 92조원을 넘어서며 저축은행 사태 이전 수준을 회복했다. 지난해에는 118조원을 기록하며 지난 10년간 가장 높은 성장률(28.3%)을 기록하기도 했다.
캐피털사 총자산도 2019년 80조원에서 지난해에는 98조5000억원으로 대폭 증가했다. 이와함께 전체 2금융권의 대출잔액은 2020년부터 올 6월 말까지 2년6개월 동안 무려 160조4000억원(70.7%) 이나 폭증했다.
오히려 금융당국은 새출발기금이나 저금리 대환 프로그램 실시에 따른 악영향보다는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부실화 등에 따른 건전성 악화를 더 심각하게 보고 있다. 금융위는 최근 금감원에 저축은행의 부실 위험성에 대한 모니터링을 철저히 해달라고 당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복현 금감원장도 지난달 열린 저축은행 최고경영자(CEO) 간담회에서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을 높이고 충당금도 충분히 쌓을 것을 당부했다.
금감원은 저축은행의 PF 대출 중 공정률이나 분양률이 저조한데도 정상으로 분류된 대출 규모가 1조30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유희곤 기자 hul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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