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현금화' 미룬 대법원, 한·일 '강제동원' 해법 적극 모색해야

2022. 8. 19. 2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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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제동원 피해자인 정신영 할머니가 지난 4일 광주시의회에서, 77년 전 화폐가치를 그대로 적용해 단돈 99엔을 지급한 일본 측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에 참석해 눈가를 훔치고 있다. 연합뉴스

대법원이 19일 일본 전범 기업 미쓰비시중공업의 국내 자산 매각 여부에 대한 최종 결정을 미뤘다. 앞서 미쓰비시 측은 특허권 특별현금화(매각) 명령에 불복해 재항고한 바 있다. 재항고 사건 접수 4개월째인 이날은 상고심법상 사안을 따져보지 않고 기각(심리불속행 기각)할 수 있는 마지막 날이었으나 대법원 3부는 결정을 내리지 않았다. 일본 측은 대법원이 재항고를 기각해 미쓰비시 자산 매각이 이뤄질 경우 한·일관계가 파국을 맞을 것이라고 주장해왔다. 외교부도 대법원에 ‘외교적 노력을 경주하고 있다’는 의견서를 제출하는 등 사실상 결정 보류를 요청해왔다. 대법원이 결정을 미룬 것은 이 같은 상황을 고려한 고육책으로 해석된다. 그러나 피해자 측은 “납득할 수 없다”며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현재 한국 정부는 외교부 주도로 출범한 민관협의회를 통한 대위변제안을 해결책으로 검토하고 있다. 한국 정부가 피해자에게 배상금을 지급하고, 이후 일본 기업이 참여한 기금 등으로부터 다시 배상금을 받는 방식이다. 그러나 관련 당사자 간 입장차가 크다. 일본 정부와 전범 기업들은 강제동원 피해자의 청구권 문제가 1965년 한일청구권협정으로 해소된 만큼 자신들은 기금 조성에 참여할 수 없다고 한다. 반면 피해자들은 전범 기업의 사과와 기금 참여가 포함되지 않은 방안은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대법원이 결정을 미루긴 했으나, 주심인 김재형 대법관이 9월 초 퇴임하는 만큼 이달 안에 정식 결정이 내려질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는 피해자 의견을 경청하고 일본과 소통하면서 양측의 접점을 찾는 외교적 노력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 다만 설익은 미봉책을 밀어붙일 경우 역풍이 불 수 있음은 명심하기 바란다. 2015년 ‘한·일 위안부 합의’를 반면교사로 삼을 필요가 있다.

일본 정부도 적극적으로 움직여야 한다. 한국 정부가 알아서 사태를 풀라는 식의 무성의한 태도를 고집한다면 관계 개선은 요원하다. 무엇보다 강제동원은 개인의 생명과 존엄을 짓밟은 반인륜 범죄이다. 시간이 흘렀다고 사안의 본질이 변할 수는 없다. 일본 정부는 과거를 반성하고 전향적 해법을 내놓아야 한다. 미래지향적 한·일관계를 위한 대승적 해법이 마련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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