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같은 날 두 차례 대통령기록관 압수수색 나선 검찰
검찰이 19일 오전과 오후 두 차례에 걸쳐 대통령기록관을 압수수색했다. 오전에는 ‘월성원전 1호기 경제성 조작 의혹’을 수사 중인 대전지검이, 오후엔 ‘탈북 어민 강제 북송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이 각각 압수수색을 실시했다. 2007년 대통령기록물관리법 제정 후 검찰이 대통령기록물을 열람한 사례가 일곱 차례 있었는데, 8·9번째 압수수색이 같은 날 이뤄진 것이다. 극히 이례적이다.
월성원전 관련 의혹은 문재인 정부가 월성 1호기의 경제성이 없는 것처럼 평가 결과를 조작했다며 시민단체가 관계자들을 고발한 사건이다. 대전지검이 대통령기록관을 압수수색한 것은 월성 1호기 조기 폐쇄를 결정하는 과정에서 청와대가 산업통상자원부에 위법한 지시를 내렸는지 확인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탈북 어민 북송 사건 수사는 문재인 정부가 2019년 11월 동료 선원 16명을 살해한 것으로 추정되는 탈북 어민 2명의 귀순 의사를 무시하고 강제로 돌려보냈다는 의혹에서 비롯했다. 북송 결정 과정에서 청와대 국가안보실이 어떤 역할을 했는지 확인하는 게 서울중앙지검의 압수수색 목적으로 짐작된다.
문재인 전 대통령 재임기간 중의 대통령기록물은 지난 5월 대통령기록관으로 모두 이관됐다. 대통령기록물은 최장 15년(사생활 관련 자료는 최장 30년) 동안 열람이 제한된다. 국회 재적 의원 3분의 2 이상이 찬성하거나 관할 고법원장이 영장을 발부할 경우만 열람이 가능하다. 이같이 열람요건을 엄격하게 규정한 것은 시대를 증언하는 귀한 사료인 대통령기록물이 정략적으로 악용되는 사태를 방지하기 위한 것이다. 이러한 취지를 모를 리 없는 검찰이 동시다발적으로 대통령기록관 압수수색에 나선 것은 ‘문재인 청와대’를 겨냥한 수사의 신호탄으로 볼 수밖에 없다. 특히 윤석열 대통령이 검찰총장으로 ‘친윤’ 성향의 이원석 대검찰청 차장검사를 내정한 다음날 압수수색이 벌어진 데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전 정권이든 현 정권이든 의혹이 있다면 진상을 규명하고, 위법이 드러나면 죄를 묻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서로 다른 검찰청에서 같은 날 앞서거니 뒤서거니 대통령기록관을 뒤지는 게 적정한 수사인지는 의구심이 든다. 이원석 내정자는 지난 18일 “검찰의 중립성은 국민 신뢰의 밑바탕이자 뿌리”라며 “이 가치를 소중하게 지키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내정자는 총장 직무대리도 겸하고 있다. 전 정권을 타깃으로 진행 중인 수사에서도 이런 다짐을 지켜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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