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윤 대통령 '담대한 구상' 맹비난..비핵화 협상 문턱 크게 높여

정인환 2022. 8. 19. 1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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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 평화]김여정, 윤 대통령 제안 비판
"윤석열 인간 자체가 싫다"
"순항미사일 발사지점도 틀려"
대북 정보능력도 깎아내려
김여정 북한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부부장이 지난 10일 평양에서 열린 전국비상방역총화회의에서 공개 연설을 하고 있다. <조선중앙통신> 누리집 갈무리

북한이 윤석열 대통령이 광복절 경축사에서 밝힌 대북정책 기조인 ‘담대한 구상’을 정면으로 거부했다. 또 ‘인간 자체가 싫다’는 등의 표현을 써가며 윤 대통령을 원색적으로 비난하는 한편 우리 군 당국의 대북 정보능력까지 깎아내리는 등 강도 높은 대남 비방전에 나섰다.

<조선중앙통신>은 19일 김여정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부부장 명의로 된 ‘허망한 꿈을 꾸지 말라’는 제목의 담화문을 내어 “우리의 반응을 목 빼들고 궁금해하기에 오늘 몇 마디 해주는 것”이라며, 윤 대통령이 광복절 77주년 경축사에서 밝힌 ‘담대한 구상’을 조목조목 비판했다. 담화는 전날 발표된 것으로, 대외용인 통신뿐 아니라 대내용인 당 중앙위 기관지 <노동신문>과 <조선중앙방송> 등을 통해서도 공개됐다.

김 부부장은 담화에서 “가장 역스러운 것은 우리더러 격에 맞지도 않고 주제넘게 핵 개발을 중단하고 실질적인 비핵화로 전환한다면 그 무슨 경제와 민생을 획기적으로 개선할 수 있는 ‘과감하고 포괄적인 담대한 구상’을 제안한다는 황당무계한 말을 줄줄 읽어댄 것”이라고 쏘아붙였다. 또 그는 “‘담대한 구상’은 새로운 것이 아니라 10여년 전 리명박 역도가 내들었다가 세인의 주목은커녕 동족대결의 산물로 버림받은 ‘비핵·개방 3000’의 복사판에 불과하다”며 “역사의 오물통에 처박힌 대북정책을 옮겨 베껴놓은 것”이라고 맹비난했다.

이를 두고 권영세 통일부 장관은 이날 오전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아주 무례하고 품격 없는 왜곡된 비판에 대해 대단히 유감스럽다”며 “인내심을 가지고 계속 북한을 설득하고 필요하면 압박도 해서 대화로 유도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기존 남북 간 합의에 대해선 “이어달리기 차원에서 존중하고 계승한다”고 거듭 밝혔다.

앞서 윤 대통령은 지난 15일 “북한이 핵 개발을 중단하고 실질적인 비핵화로 전환한다면 그 단계에 맞춰 북한의 경제와 민생을 획기적으로 개선”하겠다는 내용을 뼈대로 한 ‘담대한 구상’을 제시했다. ‘경제·민생 개선’과 ‘비핵화’를 맞바꾸는 일종의 ‘경제-안보 교환론’인 셈이다.

그러나 김 부부장은 “세상에는 흥정할 것이 따로 있는 법, 우리의 국체인 핵을 ‘경제협력’과 같은 물건짝과 바꾸어보겠다는 발상”이라며 “어느 누가 자기 운명을 강낭떡 따위와 바꾸자고 하겠는가. 아직 판돈을 더 대면 우리의 핵을 어째 볼 수 있지 않겠는가 하는 부질없는 망상에 사로잡혀 있는 자들에게 보내줄 것은 쓰거운 경멸 뿐”이라고 강조했다. 경제(물적 지원)와 안보는 등가교환의 대상이 아니란 뜻이다.

복수의 전직 정부 고위당국자는 “김 부부장의 담화에는 비핵 협상의 전제조건과 내용이 담긴 것으로 볼 수 있다”며 “전제조건은 경제와 안보(핵)를 맞바꿀 수 없다는 것이며, 내용적 측면에선 비핵화를 불가능에 가까울 정도로 어렵게 만들어 협상의 문턱을 기존보다 훨씬 높이겠다는 의도”라고 짚었다. 지난 2018년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에서 제시한 ‘새로운 북-미관계→한반도 항구적 평화체제→비핵화’란 ‘안보 대 안보 교환’ 해법조차 쉽지 않을 수 있다는 얘기다.

한편, 김 부부장은 담화 말미에 윤 대통령 취임 100일이던 지난 17일 북한이 발사한 순항미사일 2발과 관련해 “참으로 안됐지만 발사지점은 남조선 당국이 서투르고 입빠르게 발표한 온천 일대가 아니라 평안남도 안주시의 ‘금성다리’였음을 밝힌다”고 했다. 한-미 군 당국의 미사일 탐지·추적 능력이 허술하다는 얘기다.

온천-안주 간 거리는 90~100㎞다. 김 부부장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순항미사일의 최대 시속(800~900㎞)을 감안할 때 한-미 군 당국은 발사 6분여 뒤 이를 탐지했을 가능성이 있다. 군 당국자는 그러나 “한-미 정보당국의 평가는 변동이 없다”고 말했다.

정인환 권혁철 기자 inhw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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