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미술시장, 매출 1조원 아트바젤 홍콩 넘본다

이한나,김슬기 2022. 8. 19. 17:51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美·유럽 큰손들 전세기 타고 속속 서울로
美 가고시안·英 화이트큐브..
내달 2일 열리는 프리즈 참가
도이치뱅크도 전용기 띄워
유럽 부호 10명 모셔와
데이미언 허스트 나비 설치작
리히터 추상화까지 한곳에
年 9천억대 국내 미술시장
프리즈 계기로 2조 시장 전망

◆ 커지는 K아트 시장 ① ◆

세계 3대 아트페어 중 하나인 프리즈가 다음달 2일 아시아에서 처음으로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KIAF와 나란히 개막한다. 사진은 올해 2월 미국 로스앤젤레스(LA)에서 열린 프리즈 LA에 관람객이 입장하기 위해 대기하고 있는 모습. [사진 제공 = 프리즈]
다음달 초 세계적 화랑들이 수천억 원대 미술품을 들여와 나흘간 프리즈 서울에서 이를 펼친다. 중국이 봉쇄하기 직전에 아시아 최대 아트페어였던 아트바젤 홍콩이 닷새간 1조원 넘는 매출을 거둔 것을 감안하면 서울에서 수확도 이에 버금갈 것이라는 기대가 부풀어오르고 있다.

프리즈 서울을 계기로 한국 시장에 데뷔하는 미국 가고시안과 스위스 하우저앤드워스, 영국 화이트큐브 등 슈퍼 화랑들은 소속 거장들의 고가 작품과 최근 떠오르는 여성·흑인 작가 위주로 구색을 맞춰 물량 공세에 나선다.

하우저앤드워스는 루이즈 부르주아의 조각 'Gray Fountain'과 미국 미술사에 전환점을 찍었다고 평가받는 필립 거스턴의 1972년 자화상 '무제(Outsider)', 생존 흑인 작가 중 최고가(2018년 필립스 경매 157억원) 기록을 보유한 마크 브래드퍼드의 'Overpass' 등 최신작을 선보인다.

가고시안은 미국 미니멀리즘 거장 도널드 저드와 리처드 세라를 필두로 게오르그 바젤리츠, 에드 루샤, 스탠리 휘트니, 쩡판즈, 우르스 피셔 등 스테디셀러 중견 작가들을 내세웠다. 홍콩에서 호평받은 루이즈 보네와 비만 여성 누드화로 유명한 제니 사빌, 1979년생 중국 신성 지아 아일리, 빅뱅 탑과 친분이 있는 1968년생 마크 그로찬 등으로 다양한 취향을 공략한다.

화이트큐브는 앤터니 곰리와 이사무 노구치의 대형 조각, 트레이시 에민의 네온 작품, 안드레아스 거스키와 대런 아몬드의 사진 등 30점을 공개한다.
데이미언 허스트의 전매 특허인 나비가 들어간 지름 182㎝의 원형 회화 'Ordinance'(2018)가 주목된다.

2017년 서울점을 낸 페이스 갤러리는 격자무늬 추상으로 유명한 거장 아그네스 마틴과 독일 추상화 대가 게르하르트 리히터, 1984년생 흑인 작가 아담 펜들턴과 1973년생 토크웨이스 다이슨 작품을 펼친다. 페로탕은 흑인 작가 타바레스 스트라찬 단독 부스를 차리고, 리만머핀도 흑인 맥아서 비니언 대형 회화를 전면에 건다.

프리즈 서울에 몰려오는 컬렉터들이 키아프(KIAF) 매출도 올려줄지 국내 화랑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프리즈를 유치한 한국화랑협회 황달성 회장은 "올해 키아프 매출이 지난해(650억원)보다 3배 증가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전망했다. 이 기간 리처드 암스트롱 구겐하임 관장과 마이클 고반 로스앤젤레스카운티미술관(LACMA) 관장, 수한야 래펄 홍콩 M+ 관장 등이 컬렉터들과 함께 서울을 찾아 국내 작가를 발탁해 해외에 선보일지도 기대된다. 프리즈는 특히 개막 전 지역 미술관이나 화랑과 연계한 '프리즈 위크'라는 축제 주간을 조성해 서울을 미술 도시로 변신시킨다. 대표적으로 타데우스 로팍은 안젤름 키퍼, 페이스는 아드리안 게니의 첫 한국 전시를 연다.

이번 아트페어를 발판으로 아시아 미술 허브로 도약한다면 방탄소년단(BTS)과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 게임' 등 대중문화를 중심으로 급부상하고 있는 서울의 위상을 재정립해줄 것으로 기대된다. K클래식과 함께 고급 예술에서도 아시아의 독보적 도시로 우뚝 설 기회를 잡은 것이다.

환호하는 이면에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국내 수집가들의 해외 작가 선호가 강한 편이라 외국 화랑에 안방을 빼앗길 것이라는 염려다. 겨우 호황으로 돌아선 국내 미술품 수요가 외국 작가와 화랑 공세에 속수무책으로 당한다면 미술시장에 악재가 될 수 있다.

게다가 중국·일본에 비해 한국은 작가군이 두껍지 못하다. 갓 100억원을 돌파한 한국 간판 작가 김환기의 작품가와 비교할 때 중국은 치바이스, 자오우키 등이 경매에서 1000억원 안팎을 기록한 걸작이 즐비하고 황유싱 등 MZ(밀레니얼+Z)세대 블루칩 작가도 보유하고 있다. 일본도 구사마 야요이, 무라카미 다카시, 나라 요시토모 등 수백억 원대 블루칩 작가와 함께 로카쿠 아야코, 도모카쓰 마쓰야마 등 차세대도 존재한다. 프리즈를 한국 미술을 알리는 장으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단색화 이후 히트작을 만들지 못한 국내 화랑과 작가들의 분투가 필요하다.

한 국내 화랑 대표는 "최근 급성장한 키아프가 프리즈 위세에 눌릴 가능성이 있고 국내 중소형 화랑들은 안방을 외국 화랑에 고스란히 내주는 자리가 되지 않을까 걱정된다"면서 "특히 국내 컬렉터는 해외 작가 선호가 높아 향후 국내 전시와 경매가 위축되고 프리즈에만 지갑을 여는 쏠림 현상이 나올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이한나 기자 / 김슬기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