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가 인정한 스타트업 '포티투닷'.. "자율주행, 양산 효율 확보"
현대차그룹 4270억원 투입.. 포티투닷 지분 93.2% 확보
현대차그룹은 SDV(소프트웨어로 정의되는 차량) 개발 체계 조기 전환 및 경쟁력 강화를 위해 그룹 SW 역량 개발을 주도할 ‘글로벌 SW 센터’도 국내에 설립한다. SDV는 소프트웨어가 주행 성능을 비롯해 각종 기능, 품질까지 규정하는 차량을 의미한다. 차량이 ‘이동 수단’에서 ‘서비스’로 진화하면서, 차량SW 역량이 향후 성패를 좌우할 것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19일 자동차·자율주행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는 지난 16일 사내 설명회를 열고 모빌리티 서비스를 총괄하는 TaaS본부와 인공지능(AI) 기술 전담 조직 ‘에어스(AIRS) 컴퍼니’의 핵심 기능을 포티투닷(42dot)으로 합친다는 내용을 발표했다. 포티투닷은 현대차의 SDV개발 체계를 총괄한다. 앞서, 지난 12일 현대차는 글로벌 SW 센터 구축의 일환으로 포티투닷을 인수한다고 발표했다. 포티투닷은 자율주행 소프트웨어 및 모빌리티 플랫폼 전문 스타트업이다.
◇ 현대차, 포티투닷 인수... 글로벌 SW 구축 “소프트웨어 역량 강화”
모빌리티 업계에서 벌어지고 있는 가장 두드러진 특징은 차량의 서비스화다. 자동차 제조 산업에서 서비스 산업으로, 운전자에서 승객으로, 운전에서 ‘이동하는 공간’으로 무게 중심이 옮겨지고 있는 것이다. 운전대가 완전히 사라지고 도로 위 모든 차량이 완전 자율주행이 되는 시대가 되려면 자율주행을 위한 센서 신호처리부터 주변 환경 인지, 학습, 판단, 제어 등을 담당하는 AI 기술의 중요성이 더욱 강조되고 있다.
현대차가 포티투닷을 인수한 것도 그 연장선이다. 내연 기관에 이어, 전기차 시장에서도 하드웨어로 인정 받은 현대차는 자동차의 두뇌 격인 자율주행·도심항공교통(UAM) 즉 소프트웨어 중심으로 완전히 체질을 개선하겠다는 의지로 읽힌다.
포티투닷은 네이버랩스 대표 겸 네이버 최고기술책임자(CTO) 출신인 송창현 대표가 지난 2019년 3월에 설립한 스타트업이다. 송 대표는 현대차그룹이 지난해 4월 신설한 모빌리티 조직인 TaaS본부의 초대 본부장을 겸직하고 있다.
포티투닷은 비싼 라이다 대신, 풀스택(full-stack·차체 개발 센서 및 운영 시스템) 형태의 접근으로 자율주행 기술을 개발 중이다. 설립 초기부터 알고리즘, 경량화 지도, AI 가속기, 하드웨어 플랫폼 등 기술 성능은 높이고 비용은 낮춰 양산 효율성을 확보하고 있다.
포티투닷은 도심형 통합 자율주행 솔루션 ‘유모스’(UMOS) 구현에 주력하고 있다. 유모스에는 자율주행 센서 및 소프트·하드웨어 등 시스템 전반 ‘에이키트(AKit)’와 최적의 이동을 제공하는 모빌리티 플랫폼 탭(TAP!) 등 두 가지 핵심 기술을 담고 있다.
이같은 비전과 기술력을 인정받은 포티투닷은 지난해 말 시리즈A(첫 번째 기관 투자)에서 1040억 원 상당의 대규모 투자를 유치했다. 누적 투자 유치액은 1530억 원이다. 이는 시리즈A 기준 국내 스타트업 최다 투자 유치액이다. 글로벌 투자 시장에서도 시리즈A 기준으로 1000억원대는 최상위 수준이다.
포티투닷은 아시아태평양 지역 100대 이머징 자이언트(Emerging Giant) 가운데 49위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글로벌 회계·컨설팅 기업인 KPMG는 아시아태평양 12개국에서 5억 달러 가치로 평가되는 6472개의 기술 스타트업을 조사해 ‘아시아태평양 이머징 자이언트 동향’ 보고서를 만들었다. 100대 이머징 자이언트 가운데 국내 스타트업은 포티투닷을 포함해 3곳 뿐이다.
◇ 자율주행 유상운송 1호 기업... 직원 70%가 개발자
포티투닷은 자율주행업체 최초로 국내 유상 운송 1호 면허를 받은 기업이기도 하다. 지난해 11월부터 서울 상암동에서 시민을 대상으로 자율주행 운송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동시에 여러 업체의 자율주행차량을 통합 호출, 배차할 수 있는 자율주행 운송 플랫폼(TAP!) 사업자로도 단독 선정되기도 했다. TAP! 앱으로 자율주행차를 부르면 승객과 가장 가까운 승차 정류장으로 차량이 배차된다. 자율주행차뿐 아니라 다른 업체의 자율주행차도 이 앱을 통해 이용할 수 있다.
또 포티투닷은 국내 자율주행 연구 개발 생태계 조성에 기여하기 위해 지난 6월 자체 구축한 데이터셋을 공개하기도 했다. 포티투닷의 데이터셋은 국내의 다양한 도심 도로 환경에서 취득한 영상과 라벨링 정보가 담겼다. 지금까지 국내 자율주행 연구는 대부분 해외 기관에서 제공하는 데이터셋을 활용해 왔다. 이 때문에 기존 데이터셋은 교차로나 이면도로, 곡선로가 많은 국내 도로 환경에 적용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많았다.
포티투닷의 차선 인식 데이터셋은 국내 고속도로 뿐만 아니라 복잡한 도심 내 도로에서 자율주행을 위해 수집한 3만 9000여장의 고해상도 이미지를 제공한다. 또 포티투닷은 멀티카메라를 활용한 다중 객체 추적 데이터셋(MCMOT)도 공개했다. 포티투닷의 멀티카메라 시스템은 전면 카메라 3대에서 다양한 도로 정보를 취득하고, 영상에 나타난 객체의 종류, 위치, 고유한 ID를 제공한다.
포티투닷은 개발자들 사이에서도 혹독한 채용 과정으로 유명한 기업이다. 포티투닷은 최대 9번의 면접 및 단계별 전형이 진행된다. 직군에 따라 과제도 주어진다. 업무역량 중심의 검증도 철저히 하지만, 지원 동기 및 비전. 포부까지도 본다. 이러한 검증된 채용 절차 때문에 삼성전자, LG, 네이버, 카카오, 현대차 등 국내 주요 대기업 출신은 물론 GM 크루즈 등 글로벌 개발자들도 빠르게 합류하고 있다. 지금도 글로벌 빅테크 출신이 채용을 앞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포티투닷 직원 200여 명 가운데 70%가 개발자다.
모빌리티 업계 관계자는 “미국과 중국이 자율주행 기술개발에서 빠르게 움직이면서 상대적으로 속도가 느리다고 여겨지는 한국 내 조바심이 느껴지기도 한다”면서 “시장에서 요구하는 자동차를 선제적으로 준비하고 자율주행 기술 및 서비스 품질, 안전과 신뢰성을 높이는 동시에 차량 개발의 복잡성을 줄이고 미래 모빌리티 시장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수순인 것 같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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