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핵을 물건짝과 바꾸나"..尹제안 나흘만에 걷어찬 北김여정

김성훈,박인혜 2022. 8. 19. 1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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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복절 '담대한 구상' 거부
金 "MB 비핵개방3000 복사판
천진스러운 어리석음의 극치"
낮은 지지율 비꼬며 원색비난
金 "윤석열 인간 자체가 싫다
집적대지 말고 집안 돌봐라"
남북대화 가능성도 일축
金 "절대로 상대하지 않을 것"
대통령실 "北 고립 재촉할뿐"
북한이 윤석열 대통령의 '담대한 구상'을 거칠게 비난하며 거부 의사를 밝혔다. 윤 대통령이 지난 광복절 경축사에서 북측에 제안한 지 나흘 만이다. 정부와 대통령실은 엄중한 유감을 표시하며 모욕적 태도를 보인 북측에 자중을 촉구했다.

19일 북측 대남·대외 총괄 격인 김여정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부장(사진)은 공식 매체를 통해 발표한 담화에서 "실현과 동떨어진 어리석음의 극치"라며 '담대한 구상'을 폄훼했다. 김 부부장은 이 구상이 이명박 정부 때 이미 자신들이 거부했던 '비핵개방 3000'의 복사판에 불과하다고 규정했다. 이어 "우리(북한)의 국체인 핵을 경제 협력과 같은 물건짝과 바꿔 보겠다는 발상이 윤석열의 구상이라고 생각하니 정말 천진스럽다"고 비난했다. 경제적 유인책만으로 체제 안전의 상징인 핵무력을 포기하지 않겠다는 뜻을 명확히 한 것이다. 그는 윤 대통령이 북한이 분명한 비핵화 의지를 갖고 대화에 나선다면 대규모 식량공급 프로그램과 기술·기반시설·금융 지원대책을 강구하겠다고 한 것에 대해 "어느 누가 자기 운명을 강낭떡(옥수수떡) 따위와 바꾸자고 하겠는가"라고 반문했다.

김 부부장은 "(남측이) 앞으로 또 무슨 요란한 구상을 해가지고 문을 두드리겠는지는 모르겠으나 우리는 절대로 상대해주지 않을 것임을 분명히 밝혀둔다"며 추가적인 남북 대화 가능성도 일축했다. 또 "제발 좀 서로 의식하지 말며 살았으면 하는 것이 간절한 소원"이라면서 불쾌감을 감추지 않았다. 그는 "남조선(한국) 당국의 대북정책을 평하기에 앞서 우리는 윤석열 그 인간 자체가 싫다"면서 또다시 '대통령' 직함을 떼고 실명만 언급하며 인신공격성 발언을 쏟아냈다. 또 저조한 윤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도를 거론하며 "북·남(남북) 문제를 꺼내들고 집적거리지 말고 시간이 있으면 제 집안이나 돌보고 걱정하라"며 비꼬았다.

대통령실은 이날 김 부부장 담화에 대해 "대통령 실명을 거론하며 무례한 언사를 이어가고, 우리의 '담대한 구상'을 왜곡하면서 핵개발 의사를 지속 표명한 데 대해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면서 "북한의 이러한 태도는 국제사회에서 고립을 재촉할 뿐"이라고 비판했다. 대통령실은 "담대한 구상을 통해 북한 비핵화와 남북 관계 발전을 추구한다는 우리의 입장에는 변화가 없으며, 북한이 자중하고 심사숙고하기를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북한은 이제껏 한국의 역대 정부 초기에 내놓은 대북 대화·협력 구상에 대해 비난성 입장을 밝히며 초반 샅바싸움을 거는 행태를 보였다. 그러나 이번에는 비교적 이른 나흘 만에 대남 관련 최고위급인 김 부부장을 내세워 윤 대통령의 제안을 걷어차는 이례적 자세를 취했다. 이는 대선 과정부터 이른바 '선제타격론'을 펼치며 대화·협력보다 단호한 대응을 중시해온 윤 대통령에 대만 불만도 함께 담긴 행보로 풀이된다.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은 "대남, 대미 분야를 총괄하는 김 부부장이 즉답 형식으로 (윤 대통령의 제안에) 반응한 것은 '담대한 구상' 관련 정책추진 동력을 확실히 상실하도록 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라며 "새 정부에 대한 기선제압 목적이라기보다는 앞으로 지속될 대남 정책기조로 봐야 한다"는 견해를 밝혔다. 그는 북한이 한미연합훈련에 불만을 표시하면서 앞으로 다양한 방식의 군사적 움직임과 무력시위를 벌일 가능성에 주목했다.

권영세 통일부 장관은 이날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에 출석해 "무례하고 품격 없는 표현으로 담대한 구상을 왜곡해 비판한 것이 대단히 유감스럽다"며 "인내심을 가지고 계속 북한을 설득하고 한편으로 필요하다면 압박해서 대화로 유도할 생각"이라고 설명했다. 군 출신인 신원식 국민의힘 의원은 "북한 김여정이 또 천박한 입을 놀려댔다. 게다가 우리 대통령의 실명을 거론하며 원색적 표현으로 맹비난했다"면서 "정부 간에도 분명한 선이 있고 지켜야 할 예의가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박진 외교부 장관은 이날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과 전화통화를 하고 '담대한 구상' 관련 후속협의와 한미 공조를 점검했다. 외교부는 "(한미가) 북한이 도발을 중단하고 비핵화 대화에 복귀하도록 외교적 노력을 흔들림 없이 추진해 나가기로 했다"며 "블링컨 장관은 담대한 구상에 대한 미국의 강력한 지지를 재확인했다"고 전했다.

한편 김 부부장은 이날 담화에서 지난 17일 자신들의 순항미사일 시험발사에 대해 군당국이 분석한 발사원점이 실제와 다르다고 주장하며 한미의 탐지능력을 평가절하했다. 그는 "우리(북한)의 무기 시험발사 지점은 남조선(한국) 당국이 서투르고 입 빠르게 발표한 (평안남도) 온천 일대가 아니라 평안남도 안주의 '금성다리'였음을 밝힌다"고 전했다.

[김성훈 기자 / 박인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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