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의 영업이익률'에도 웃지 못한 기업들
영업이익률 30% 이상 43곳
휴마시스·HMM 60% 넘어
오히려 주가는 대부분 부진
크래프톤·DB하이텍 40% 뚝
성장 지속여부·업황 살펴야
19일 매일경제가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의뢰해 코스피·코스닥 상장사 1815곳의 연결 기준 상반기 실적을 분석한 결과 영업이익률이 30% 이상인 상장사는 코스피 8개, 코스닥 35개 등 총 43개사인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상장사 평균 영업이익률은 6.5%였다.
60%가 넘는 '꿈의 영업이익률'을 거둔 상장사도 두 곳 나왔다. 코로나19 자가진단키트 업체 휴마시스가 61.9%의 영업이익률을 기록해 1위에 올랐고 HMM은 61.1%로 뒤를 이었다. 휴마시스 외에도 수젠텍(59%), 랩지노믹스(55%), SD바이오센서(44%), 지노믹트리(42%) 등 진단키트 업체들이 높은 영업이익률을 기록했다.
다만 진단키트 업체들의 높은 영업이익률은 주가엔 큰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 수젠텍과 랩지노믹스 등 연초 대비 주가가 하락한 곳이 더 많았다. 실적 '피크아웃'(고점 통과) 우려가 불거졌기 때문이다. 휴마시스의 경우 1분기에 매출 3264억원, 영업이익 2032억원을 기록했지만 2분기에는 각각 1148억원, 698억원으로 직전 분기 대비 절반 이하로 실적이 급락했다. 다른 진단키트 업체도 비슷한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투자 시 산업 사이클에 주목할 것을 당부했다. 김학균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영업이익률이 높더라도 산업 사이클이 고점에 도달했다고 시장이 판단하면 주가가 부진할 수 있다"며 "주가수익비율(PER) 등 밸류에이션이 높으면 펀더멘털이 좋더라도 주가가 과잉 반영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기 쉽다"고 설명했다.
HMM 역시 실적 피크아웃 우려로 주가가 부진한 사례다. 국내 최대 컨테이너선사인 HMM은 올 상반기 6조858억원에 달하는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153% 증가한 수치로, 상반기 기준 역대 최대 실적이다. 1분기에 3조1486억원, 2분기에 2조9371억원의 흑자를 내며 역대급 기록을 썼지만 주가는 연초 대비 12% 넘게 하락했다. 에프앤가이드가 집계한 실적 컨센서스(증권사 전망치 평균)에 따르면 HMM의 연간 영업이익 규모는 올해 10조7649억원을 기록하고 내년에는 6조원대, 내후년에는 4조원대로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 급등했던 운임이 올해 초부터 조정 국면에 진입한 것이 영업이익 감소 전망의 배경으로 꼽힌다.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업체 DB하이텍은 스마트폰 등 IT 기기 수요 부진으로 인한 반도체 업황 악화에도 선방하고 있다. 영업이익 전망치가 올해 7565억원, 내년 7498억원으로 실적 피크아웃 우려가 덜한 편이지만 물적분할 우려가 주가의 발목을 잡고 있다. 디스플레이구동칩(DDI) 등 시스템 반도체를 설계하는 자체 브랜드 사업 부문을 분사한다는 소식이 알려진 이후 주가가 곤두박질쳤다.
게임사 크래프톤은 상반기에 50%에 달하는 높은 영업이익률을 기록했다. 1분기에 매출 5230억원, 영업이익 3119억원으로 영업이익률이 60%를 기록했지만 2분기에는 각각 4237억원, 1623억원으로 영업이익률이 38%로 떨어졌다. 이렇다 할 신작이 없었던 데다 PC·콘솔 버전 배틀그라운드 무료화의 영향으로 실적이 하락한 것으로 분석된다.
[박윤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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