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금 때문에 화난다고?..18세기엔 빛, 공기에도 매겼다 [Books]

김슬기 입력 2022. 8. 19. 16:27 수정 2022. 8. 19. 2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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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금의 흑역사 / 마이클 킨·조엘 슬렘로드 지음 / 홍석윤 옮김 / 세종 펴냄 / 2만2000원
[사진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인류의 역사는 세금의 역사다. 기원전 2500년 전 수메르 점토판에 새겨진 글도 세금 납부 영수증이었다. 역사 속 통치자의 특징은 대개 세금을 부과하는 권력을 어떻게 행사하느냐에 따라 정의됐다. 토크빌의 말처럼 "거의 모든 공적인 문제는 세금에서 발생하거나 세금으로 끝난다"는 것은 진리다.

블록체인을 닮은 명나라의 하천 통과세, 로마 칼리굴라 황제의 독특한 세금 관념, 파나마 페이퍼스가 폭로한 탈세, 가상화폐 과세, 코로나19 이후 조세 전망에 이르기까지 수천 년에 걸친 세금의 역사를 돌아보는 책이다. 국제통화기금(IMF) 공공재정국 부국장 마이클 킨과 미시간대 경제학과 교수 조엘 슬렘로드가 공저했다. 슬렘로드는 '상속세율이 하락 추세면 사망 신고를 늦춘다'는 사실을 밝혀내 기발한 연구에 주는 이그 노벨상을 받기도 했다.

"처음에는 약탈이었던 것이 세수라는 완곡한 명칭을 갖게 되었다."

미국의 급진적 자유주의 사상가 토머스 페인은 세금을 이렇게 노골적으로 조롱했다. 세금을 둘러싼 갈등이 해결된 적은 없었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세금 징수와 탈세를 둘러싼 노력은 놀라울 만큼 창의적이었다.

1697년부터 1851년까지 부과된 영국의 창문세가 대표적인 예다. 당시 정부가 직면한 문제는 세금 부과의 타당한 명분을 찾는 것이었다. 공정해야 하고, 쉽게 검증해야 하며, 직전 폐위된 스튜어트 왕조에서 난로 개수를 확인하려고 조세원들이 집 안까지 들어갔던 끔찍한 난로세를 대체해야 했다. 그래서 생각해낸 게 창문이었다. 실제로 창문 수와 크기는 부동산 가치에 비례해 오늘날 컴퓨터 기반 대량가정평가의 단순 버전이라 할 수 있다. 숱한 문제는 있었다. 애덤 스미스는 "시골 사람이 더 많은 세금을 내는 문제가 발생한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납세자들은 세금을 줄이려고 창문을 막아버렸다. 집 안에 빛과 공기가 사라지면서 비타민B가 부족해져 아이들 성장에 문제가 생겼다. 반대론자들은 이 세금을 '천국의 빛'에 대한 세금이라고 비난했다. 정부와 납세자의 머리싸움은 치열했다. 영국인들은 창문을 모서리에 설계해 하나의 창문으로 두 방에 빛이 들어오게 집을 지었고, 정부는 1747년 하나 이상의 방에 빛을 비추는 창문은 방마다 세금을 부과하는 법을 도입했다.

1798년 프랑스는 영국보다 한술 더 떠 창문뿐 아니라 문에도 세금을 매겼다. '레미제라블'에서 미리엘 주교는 "신이 인류에게 공기를 주셨는데, 법이 그것을 판매하는구나!"라고 탄식했다.

창문세는 세금제도의 중요한 개념인 '초과 부담'의 적절한 예다. 납세자가 세금 때문에 겪는 손실이 실제로 낸 세금보다 큰 것을 뜻한다. 이 책은 창문세가 불완전한 제도였지만 전혀 엉터리는 아니었다고 변호한다. 세금제도 설계에서 중요한 도전을 보여준다는 이유에서다. 정부가 최소한의 공정성을 추구하기 시작했음을 보여줬고, 납세자들의 권리를 침해하지 않는 방식으로 부과하려고 노력한 결과였다.

세금 부과를 위한 인류의 창의성은 매관매직을 통한 수입을 창출하기도 했다. 프랑스에선 매관매직이 일상적이었다. 1630년대에는 왕실 수입 중 4분의 1을 차지할 정도였다. 혁명 직전 성인의 1%가 돈으로 관직을 산 사람들이었다. 어리석음에 대한 세금도 있다. 복권세다. 고대 중국 한나라 시대부터 복권은 정부 수입의 원천이었다. 당첨 가능성을 과대평가하기에 정부가 돈을 벌 수 있지만 사실 복권은 저소득층이 더 많이 구매해 역진세에 가깝다.

이 책은 세금의 역사에서 몇몇 오해를 바로잡기도 한다. 1381년 영국에서 농민 반란을 불러온 세금은 사실 인두세가 아니었으며 역사상 가장 유명한 조세 저항으로 알려진 보스턴 차 사건도 세금 인상이 아니라 세금 삭감 탓에 일어났다고 해석한다.

지구를 구하겠다고 내놓은 탄소세도 귀족에게서 나라를 구하려 했던 제정 러시아 황제 표트르 1세의 세금정책에서 실마리를 얻었다. 황제가 귀족계급에게서 나라를 구하려고 귀족의 상징인 수염에 세금을 부과한 사례와 원칙에서 큰 차이가 없다.

저자가 들려주는 세금에 관한 11가지 교훈을 통해 알게 되는 것은 세금은 절대로 저절로 걷히지 않는다는 원칙이다. 역사 속 수많은 반란, 폭동, 혁명, 개혁의 본질은 정부의 강압적 세금 부과와 관련되지 않은 적이 드물었다.

이 책은 공정하고 효율적인 과세의 어려움을 '성배를 찾는 일'에 비유한다. 부유세의 기능을 하는 토지세나 자산세는 과소 신고나 탈세, 자산의 해외 이전 등 부작용을 부르며, 완벽한 세금의 원칙이란 존재할 수 없다. 대안이 있을 뿐이다. 세금에 관한 독보적 연구자 프랭크 램지는 역탄력성의 원칙을 주장해 후대에 교훈을 남겼다. 담배, 주류, 연료 등 수요나 공급의 탄력성이 0에 가까울수록 무거운 과세를 하자는 것이다.

책의 말미에서는 세무 행정기관의 이상적 크기, 징수 업무 민영화의 장단점, 세금 징수의 규칙 등 '누군가는 해야 할 일'의 구체적 원칙에 대한 고민도 담았다.

이 책의 결론은 좋은 세금과 나쁜 세금을 구분하는 많은 원칙이 오랜 역사를 통해 형성됐다는 것이다. 세금의 역사를 이해하는 것만이 약탈의 이미지를 벗겨내고, 나라의 재정을 튼튼하게 만드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조언한다.

[김슬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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