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고립되고 있는 독립수사기관 공수처

김지환 기자 2022. 8. 19. 1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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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개 상석(上席)은 문을 바라볼 수 있는 자리다.

하지만 공수처의 신청사 이전 문제는 지난해 '통신자료 조회 논란'이 불거지면서 묻혀 버렸다.

공수처를 떠난 한 검사는 사의 표명 한 달여 전부터 대형 로펌 여러 곳과 접촉해왔고, 공수처 검사 경력보다는 자신의 전문분야를 살렸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 상황 모두 공수처가 논의될 당시 지적됐던 문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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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개 상석(上席)은 문을 바라볼 수 있는 자리다. 수사기관의 조사실도 마찬가지다. 조사실 문을 열고 들어간 피의자가 마주하는 건 안쪽에 앉아 있는 수사관이다. 카메라도 피의자의 정면으로 바라본다. 피의자가 위압감을 느끼게 하려는 의도라고 한다.

반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조사실은 완전히 반대로 돼있다. 문을 마주하는 상석에 검사나 수사관이 앉기는 하지만, 카메라가 조사실 입구 쪽에 달려 있다. 그러다보니 카메라에 검사와 수사관이 찍힌다. 창문도 크다. 준비단 시절 설계된 구조였다고 한다. 현 지휘부가 리모델링하려 했지만, 배선 변경 등 비용 문제로 책상을 90도 돌릴 수밖에 없었다. 공수처가 수사기관임에도 불구하고 ‘수사의 밀행성’이 전혀 보장되지 않는 것이다. 애초부터 들어서 있던 정부청사 건물에 입주하다보니 생긴 문제다.

하지만 공수처의 신청사 이전 문제는 지난해 ‘통신자료 조회 논란’이 불거지면서 묻혀 버렸다. 정치적 중립성을 저버렸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그런데 올해 하반기엔 그런 관심(?)마저 없다. 청사 이전 예산권을 쥐고 있는 국회는 당장 오는 10월 국정감사 준비에 한창이다. 최근 통화한 한 여당 소속 보좌관의 첫 마디는 “공수처 검사 모집의 지원율을 보고자 자료를 요청했는데, 현격히 (지원율이) 떨어졌더라”는 것이었다.

국회의 외면 뿐만이 아니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취임 이후 김명수 대법원장과 유남석 헌법재판소장을 찾았다. 최근에는 이종엽 대한변호사협회 회장도 만났다. 하지만 김진욱 처장을 찾진 않았다. 한 장관 취임 후 석 달가량이 지났지만, 여전히 마찬가지다.

그 사이 법무부는 윤석열 대통령 공약인 ‘공수처법 24조 폐지’를 실행하겠다는 내용의 업무보고를 발표했다. 법무부가 있는 정부청사 1동과 공수처가 위치한 5동은 몇백 미터에 불과하고, 헌재와 공수처는 모두 ‘독립기관’이다.

공수처를 바라보는 여론도 비슷하다. 지난 5월 김 처장이 ‘특수부·공안부’ 출신 검찰 실무진을 우대하겠다고 했지만, 떨어지는 지원율을 두고 외부 평가는 싸늘하기만 하다. 그러는 사이 추가 이탈자도 생겼다. 공수처를 떠난 한 검사는 사의 표명 한 달여 전부터 대형 로펌 여러 곳과 접촉해왔고, 공수처 검사 경력보다는 자신의 전문분야를 살렸던 것으로 전해졌다. 지원율에는 허수가 있고, 개인적인 사정으로 인한 사의라는 게 공수처의 입장이지만 전적으로 동의하기는 어렵다. 공수처 인력이 충원돼도 박영수 특검팀 규모일 뿐이다.

공수처의 탓으로 돌릴 수만은 없다. 이 상황 모두 공수처가 논의될 당시 지적됐던 문제였다. 2019년 말 서울중앙지검 특수부와 비견될 정도의 인력이 필요하다는 의견과 정치적 중립성 문제에 시달릴 수밖에 없다는 의견들이 지속 제기돼왔다. 하지만 더불어민주당은 패스트트랙에 태워 현재의 공수처를 만들었다. 그리고 ‘검찰개혁’으로 포장했다. 공수처의 호소에도 누구 하나 그 법을 고치려 하지 않은 채 외면한다. 탄생을 주도했던 이들도 마찬가지다.

고립이든 독립이든 분명한 것은 공수처가 외면받고 있다는 사실이다. 새 CI처럼 “새롭게 태어나겠다”는 공수처 지휘부의 결단이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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