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N사설] 쌓이는 재고에 기업은 R의 공포 걱정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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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창고에 중장기 재고가 빠른 속도로 불어나고 있다.
최근 주요 기업들이 공시한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반도체, 가전, TV, 디스플레이, 석유화학 기업 대부분의 재고 자산이 전년 동기 대비 크게 늘었다.
재고 자산은 경기 변동을 보여주는 선제적 지표다.
재고 급증으로 기업들은 이미 가동률을 낮추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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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낸셜뉴스] 기업 창고에 중장기 재고가 빠른 속도로 불어나고 있다. 최근 주요 기업들이 공시한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반도체, 가전, TV, 디스플레이, 석유화학 기업 대부분의 재고 자산이 전년 동기 대비 크게 늘었다. 삼성전자의 경우 상반기 재고자산이 사상 처음으로 50조 원을 넘어섰다. 전년 동기와 비교하면 55%나 급증한 수치다. 다른 기업도 다르지 않다. SK하이닉스는 33%, LG전자는 16%가량 불어났다.
재고 자산은 경기 변동을 보여주는 선제적 지표다. 재고가 쌓인다는 것은 그만큼 수요가 줄고 시장이 위축되고 있다는 말이다. 창고마다 재고가 차면서 'R(Recession·경기 침체)의 공포'가 이미 현실화했다는 분석까지 나온다. 안 팔리는 제품 리스트에 TV, 냉장고, 섬유 등 국내 주요 수출 품목 대부분이 올려져 있다. 국내 주력 제조업도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 된 것이다.
국내외 시장이 동시에 침체의 길로 빠지고 있다는 점에서 재고를 줄일 해법도 마땅치 않다. 최대 수출국 중국 시장의 불안감은 갈수록 더하다. 제로 코로나 정책 고수로 툭하면 봉쇄령이 발동되는데다 현지 소비 위축도 뚜렷하다. 글로벌 투자사들은 최근 올해 중국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대로 잇달아 깎아내렸다. 미국 시장도 계속 요동친다. 인플레이션 정점론, 금리 인상 숨 고르기 등의 주장도 나오고 있으나 지나친 낙관이다. 월스트리트저널은 18일(현지시간) "월가는 연방준비제도의 금리인상 의지를 과소평가해선 절대 안 된다"라는 분석도 내놨다.
국내 경기 둔화 경고음은 석 달째 이어지고 있다. 기획재정부는 19일 '경제동향(그린북) 8월호'에서 "대외여건 악화 등으로 높은 물가상승세가 지속되고 향후 수출회복세 제약 등 경기둔화가 우려된다"라고 진단했다. 지난 6월 처음 경기둔화 우려 표현을 쓴 이후 3개월 연속 비슷한 진단이다. 소비 동향은 4개월 연속 감소세로 이는 24년 만이다.
문제는 침체의 악순환이 더욱 공고해질 수 있다는 점이다. 재고 급증으로 기업들은 이미 가동률을 낮추기 시작했다. 시설, 설비투자도 줄줄이 축소될 수 있다. 투자를 줄이면 고용, 소득, 소비가 줄고 성장률 저하의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미·중 충돌의 여파에 우리 기업이 유탄을 맞게 된 상황도 악재다. 19일 서울 외환시장에선 원달러 환율이 장 초반 달러당 1328원까지 오르며 연고점을 갈아치웠다. 요동치는 환율도 기업에 부담이다.
이 다급한 국면에서 정부와 정치권이 비상한 대책 수립에 일조를 해야 한다. 침체의 고리를 끊어낼 수 있게 다각도로 방법을 강구해야 길이 열린다. 그런데도 정쟁에 바쁜 정치권을 보면 안타깝기 그지없다. 각종 감세, 규제 개선 법안에 손놓고 있을 여유가 없다. 더 속도를 내라.
#재고 급증 #R의 공포 #환율 연고점 #그린북8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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