핀란드 총리 논란, '여성·광란·마약' 앞세운 부끄러운 보도

정지혜 2022. 8. 19. 1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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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나 마린 핀란드 총리가 한 파티에서 신나게 춤추고 노래하는 사적인 영상이 유출돼 갑론을박이 일어난 가운데, 이 내용을 보도하는 국내외 주요 언론의 '선정성 온도차'가 새삼 대비된다.

유출 영상의 캡처 이미지와 함께 '30대', '여성', '광란의 파티', '마약' 같은 자극적인 단어 위주로 헤드라인을 작성한 국내 언론사들과 달리 해외 언론은 훨씬 차분하게 소식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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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핀란드 30대 여성 총리 파티 영상 파장…마약 의혹 부인” (국내 A 언론) vs “핀란드 총리, ‘거친’ 파티 영상의 외부 공개는 부적절하다고 말해” (미국 CNN)

산나 마린 핀란드 총리가 한 파티에서 신나게 춤추고 노래하는 사적인 영상이 유출돼 갑론을박이 일어난 가운데, 이 내용을 보도하는 국내외 주요 언론의 ‘선정성 온도차’가 새삼 대비된다.

핀란드 총리 파티 영상 관련 국내외 언론 헤드라인 비교
유출 영상의 캡처 이미지와 함께 ‘30대’, ‘여성’, ‘광란의 파티’, ‘마약’ 같은 자극적인 단어 위주로 헤드라인을 작성한 국내 언론사들과 달리 해외 언론은 훨씬 차분하게 소식을 전했다.

이 사실이 알려진 19일 국내 포털 뉴스 언론사별 메인 화면을 보면 여러 매체가 마린 총리가 나온 유출 영상을 캡처해 대문에 걸고, 사건의 본질과 거리가 먼 단어를 선정적으로 사용한 것을 볼 수 있다. “‘마약 한거 아냐?’...핀란드 총리, 광란파티”, “핀란드 총리 ‘광란의 파티’ 영상에 발칵...마약 복용 의혹도” 같은 제목이 대표적이다.

이 소식을 메인 뉴스에 건 매체 가운데에는 경향신문만이 “핀란드 총리 춤추며 노는 영상 공개로 곤혹”이라는 팩트 중심의 건조한 기사 제목을 사용했다. YTN은 ‘마약’을 언급하긴 했지만 당사자가 부인했다는 사실을 제목에 포함했다.

특히 마린 총리가 ‘30대 여성’이라는 것은 아무 관계 없는 정보임에도 헤드라인에 사용한 매체도 있었다. 여기에 ‘광란의 파티’나 ‘마약’ 같은 단어를 조합한 것을 보면 자극적인 사진과 함께 ‘젊은 여성의 문란함’이란 이미지를 강조해 클릭 수를 노린 것 아니냐는 지적을 받을 만 하다. 

반면 해외 주요 언론의 헤드라인은 분위기가 한결 다르다.

공인에 대한 소식인 만큼 각 언론사 홈페이지에서 메인 화면에 걸어놓기는 했지만, 제목에 낚시성 자극적인 단어 사용은 찾아보기 힘들다. 대체로 ‘사적 영상 유출’이 적절한지에 논의의 초점을 맞췄고, 본문에서는 당사자의 발언과 해명을 균형적으로 실었다.

확인되지 않은 마약 의혹을 ‘아님 말고’ 식으로 제목에서부터 남발하지도 않았다. ‘젊은 여성의 일탈’에 초점을 맞춘 곳은 더더욱 없었다. 유출된 영상의 캡처 이미지를 메인 화면이나 기사 본문에 활용한 곳도 소수였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이 소식을 “핀란드 총리는 파티에 간다, 그런데 영상이 유출됐다”라는 제목으로 전한 뒤 “마린 총리의 파티 참석에 대한 비판은 휴대폰과 소셜미디어의 시대에 사적인 삶을 유지하는 것의 어려움을 보여준다”는 문장으로 기사를 이어간다.

CNN은 마린 총리가 영상 유출과 관련해 보인 입장을 제목에서부터 중점적으로 다뤘다. 영국 가디언은 마린 총리의 지지자들이 그의 ‘파티 갈 권리’를 주장한 내용을 제목으로 뽑았다. 논란에 연루된 인물이라 해도 당사자의 발언권을 보장하고, ‘마녀사냥’식 공격은 당하지 않도록 균형을 잡는 노력으로서 눈길을 끈다.

문제가 된 마린 총리의 파티 영상은 지난 18일(현지시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퍼져 파장을 낳았다. 영상에서 총리는 핀란드 가수, 방송인 등 유명인사들과 여당 의원 등 약 20명과 함께 한 가정집에서 격정적으로 춤을 추고 노래를 불렀다. 사적인 모임이지만 한 나라의 정상이 보일 만한 모습은 아니라는 지적, 영상 속 코카인을 뜻하는 은어가 들렸다는 보도 등이 나오면서 논란이 일었다.

마린 총리는 “몇주 전 파티를 했는데 술을 마셨을뿐 마약 복용은 하지 않았고 관련해서 본 것도 없다”며 “떠들썩하게 춤추고 노래하며 즐기는 것은 완벽히 합법적인 일”이라고 해명했다. 필요 시 마약 검사를 받겠다고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또래들이 하듯 친구들과 여가를 즐긴 것”이라며 “총리라고 해서 다른 사람이 되지 않으려고 한다. 이 점이 받아들여지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정지혜 기자 wisdom@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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