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에서 확인한 OTT 파워

김익현 미디어연구소장 2022. 8. 19. 1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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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버트 터섹의 '증발'에는 흥미로운 전망이 나온다.

하지만 주변을 조금만 살펴보면 상상 속 얘기만은 아니란 사실을 알 수 있다.

 '본방 사수'나 '모여서 보기'에 익숙했던 그 동안의 미디어 소비 행태를 뒤집는 얘기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OTT들이 변화를 이끌어낸 측면도 무시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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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익현의 미디어 읽기] 몰아서 보기 vs 모여서 보기

(지디넷코리아=김익현 미디어연구소장)“전국민이 같은 시간에 TV앞에 앉아 같은 프로그램을 시청했다고요?”

로버트 터섹의 ‘증발’에는 흥미로운 전망이 나온다. 미래 어느 때가 되면 선형적 편성표’에 의존하는 TV 시청 방식이 사라질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 때가 되면 손자/손녀들이 “모든 사람들이 똑 같은 시간에 똑 같은 프로그램을 시청하던 때가 있었다”는 사실을 신기하게 받아들일 수도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미래 학자 특유의 상상력이라고 눙칠 수도 있다. 하지만 주변을 조금만 살펴보면 상상 속 얘기만은 아니란 사실을 알 수 있다. 이미 미디어 소비 생활에도 변화의 물결이 강하게 몰려오고 있기 때문이다.

(ENA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갈무리) © 뉴스1

■ 미국 TV 시장의 변화…OTT가 케이블까지 제쳤다 

점심 식사를 하면서 동료들과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얘기를 하게 됐다. 어제 끝났다고 했더니, 한 동료가 “그 동안 안 봤는데, 이제 본격적으로 몰아 봐야겠다”고 이야기했다.

깜짝 놀라서 “관심 있으면서 왜 안 봤냐”고 물어봤다. 그랬더니 한 편씩 보고 다음 화 나오기를 기다리는 게 너무 지겹다고 했다. 그래서 드라마는 끝나고 난 뒤 몰아서 본다고 했다.

어느 정도 짐작은 하고 있었지만, 직접 들으니 흥미로웠다. ‘본방 사수’나 '모여서 보기'에 익숙했던 그 동안의 미디어 소비 행태를 뒤집는 얘기였기 때문이다.

흥미롭긴 했지만, 특별히 놀랄만한 얘기는 아니었다. 시장 수치를 살펴봐도 이런 변화를 한 눈에 알 수 있다. 미디어 전문기업 닐슨(Nielsen)이 오늘 발표한 자료에 변화된 미디어 소비 행태가 잘 담겨 있었다. 

미국 TV로 시청하는 비중 (자료=닐슨)

지난 7월 미국에선 사상 처음으로 넷플릭스 같은 OTT 서비스가 케이블TV 이용량을 뛰어넘었다.

닐슨에 따르면 7월 미국 TV 소비시간 중 스트리밍 서비스 시청 점유율은34.8%로 집계됐다. 반면 케이블TV 점유율은 34.4%였다. OTT가 케이블 점유율을 넘어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1년 전만 해도 스트리밍 시청 점유율은 28.3%로 케이블(37.7%)에 크게 뒤졌다. 하지만 1년 사이에 스트리밍 이용 시간은 22.6% 증가한 반면 케이블은 8.9% 감소하면서 둘의 순위가 뒤집어졌다.

‘모래시계’나 ‘사랑이 뭐길래’ 같은 고색창연한 드라마에 몰입했던 세대들에겐 이런 변화가 생소할 수도 있다.

SBS 창사 특집극이었던 ‘모래시계’는 한 때 ‘귀가시계’로 불렸다. 본방 사수를 위해 직장인들이 서둘러 귀가하던 세태 때문에 생긴 말이었다. ‘사랑이 뭐길래’가 방영되던 시간에는 수돗물 이용량이 급격하게 줄었다.

그 시절엔 전국민이 같은 시간에 같은 드라마를 보는 게 당연했다. 피치 못할 사람들이나 재방송을 보는 것으로 생각했다. 이런 시대엔 “드라마 끝났으니 몰아서 봐야겠다”는 말은 생소할 수밖에 없다.

■ '자기만의 스크린'을 갖고 있는 세대의 달라진 미디어 소비 행태 

왜 이런 변화가 생겼을까? 스마트폰이 필수품이 되면서 TV가 ‘아재/아지매들의 기기’로 전락한 영향도 적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OTT들이 변화를 이끌어낸 측면도 무시할 수 없다. 특히 넷플릭스는 ‘하우스 오브 카드’를 비롯한 인기 오리지널 시리즈물을 한꺼번에 전편 공개하면서 큰 바람을 몰고 왔다.

흔히 넷플릭스의 강점으로 탁월한 데이터 분석 능력을 꼽는다. 이용자 분석을 토대로 한 맞춤형 추천이 매력적이란 것이다.

하지만 넷플릭스가 미디어 소비 행태에 몰고 온 가장 큰 변화는 오히려 ‘몰아보기(binge watching)’였다. ‘원하는 때, 원하는 방식’으로 시청할 수 있도록 해주기 때문이다. 이런 '방송 방식 혁신' 덕분에 새로운 미디어 소비 문화를 만들어낼 수 있었다. 여기엔 '자기만의 스크린'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모바일 세대들의 달라진 욕구도 중요한 변수로 작용했다. 

이런 여러 조건들이 맞아떨어지면서 레거시 미디어 시대의 시청 문법인 '모여서 보기'를 뒷전으로 밀어낼 수 있었다고 해도 크게 그르진 않을 것 같다. 

점심 때 대화를 할 때는 차마 ‘모래시계 세대' 얘기는 꺼내지 못했다. 너무 고색 창연해 보일 것만 같았다. 그나저나, 오늘 저녁엔 OTT 서비스에서 어제 안 본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마지막 회나 봐야겠다.

김익현 미디어연구소장(sini@zd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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