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래드 피트 "'부산행' 환상적..봉준호 영화 출연하고파"

강푸른 2022. 8. 19. 1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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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인 할리우드 스타 브래드 피트(59)가 신작 '불릿 트레인'을 들고 8년만에 한국을 찾았습니다. KBS 등 지상파 방송사들과 함께 한 인터뷰에서 브래드 피트는 영화 '부산행'과 '옥자' 등 한국 영화들의 이름을 열거하며 애정을 드러냈는데요. 익히 알려진 봉준호 감독에 대한 애정을 다시 한 번 강조하며 꼭 봉 감독 영화에 출연하고 싶다는 말을 남겼습니다. '불릿 트레인'의 두 주인공 브래드 피트와 에런 존슨과의 인터뷰 전문을 소개합니다.

Q. 시사회를 통해 영화 재미있게 봤다. 열차라는 제한된 공간에서 벌어지는 액션 영화라는 점에서 한국영화 ‘부산행’이 떠오르기도 하고, 기존 영화들 속 액션과는 다른 점이 있었을 것 같다. 액션 장면의 95%를 직접 소화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기자 간담회에서 언급했던 것처럼 성룡이나 버스터 키튼에 대한 존경 때문인지 궁금하다.
(브래드 피트) ‘부산행’은 정말 환상적인 작품이다. 아직도 그 전율과 긴장감을 기억하고 있고 촬영도 엄청나게 잘했다. 움직이고 있는 공간, 그것도 아주 비좁은 제한된 공간에서 할 수 있는 액션을 정말 잘 보여준 영화가 부산행이라고 생각하고 그런 점에서 우리 영화 ‘불릿 트레인’이 비슷하다는 말에 공감한다. 공간이 제한됐다는 점이 우리에게는 오히려 액션과 격투 장면을 더 재미있고 영리하게 디자인할 기회였다. 특히 데이비드 리치 감독과 그의 스턴트 팀은 정말 최고다.
95%의 스턴트를 내가 했는지까지는 모르겠지만, 예전부터 스턴트 배우들을 굉장히 존경해 왔다. 그늘에 있다는 이유로 스턴트 배우들은 마땅히 받아야 할 주목이나 인정을 받지 못한다. 스턴트 배우들을 위한 시상식도 따로 만들어야 하는 게 아닐까? 우리 영화를 포함해 많은 영화에서 정말 혁신적인 역할을 하는 게 스턴트 배우들이다.

성룡을 언급하긴 했지만, 감히 그와 나를 비교하는 건 아니다. 이 영화에서 내가 그의 그림자처럼만 보여도 정말 좋겠다고 생각한다.

(에런 존슨) 성룡의 유머 감각에서 영감을 받은 것도 있다.

(브래드 피트) 성룡 영화의 특이한 유머 같은 것들을 우리 영화에서도 해보려고 했다. 데이비드 리치 감독은 또 ‘존 윅’이나 ‘데드풀2’ 같은 영화를 통해 자신만의 특색있는 필모그래피를 쌓아오고 있는 감독이다. 그의 작품에 참여할 수 있었다는 것 자체가 큰 기쁨이었다.

(에런 존슨) 사실 리치 감독이 예전처럼 브래드의 스턴트를 하길 바랐는데 그러지 않아서 아쉬웠다. 기대했는데! 브래드의 말처럼 아무래도 공간이 제한적이었기 때문에 더욱더 창의적인 액션 연기를 구성할 수 있었다. 브래드를 비롯한 주인공들은 열차 칸 안에서 다양한 액션을 선보인다. 정숙 칸 안에서는 싸우면서도 정숙을 지켜야 하고 포커 페이스를 유지해야 한다. 거기서 점점 더 갈등이 극적으로 변하는데 그게 바로 리치 감독이 잘하는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또 식당 칸에서의 액션 장면에선 젓가락이나 겨자, 주변에서 보는 흔한 사물을 이용해 싸운다. 이런 점이 영화의 재미를 더욱 살려주지 않았나 싶다.

Q. 최근에 본 한국 영화가 있는지, 같이 작업해 보고 싶은 한국 감독이 있는지?
(브래드 피트) 봉준호 감독이랑 정말 같이 작업해 보고 싶다. 봉 감독이 런던에서 촬영을 시작한 ‘미키7’은 내 제작사인 ‘플랜B’가 함께 만드는 영화이지만, 배우로서도 일해보고 싶다. ‘플랜B’를 통해 이미 몇몇 한국 감독들을 만날 기회가 있었는데 ‘미나리’ 감독인 정이삭 감독과도 차기작을 진행하고 있다.

아까 당신이 ‘부산행’을 얘기해서 계속 그 생각을 하게 되는데, 내가 좀비 영화를 해보지 않았나? 좀비 영화가 얼마나 만들기 어려운지, 특히 창의적인 좀비 영화를 만들기 얼마나 힘든지 잘 아는 입장에서 ‘부산행’은 정말 놀라운 작품이다. 특히 딸로 나온 아역 배우는 정말 가슴 아프게 절절한 연기를 보여 줬다. ‘미나리’의 두 아역 배우도 그렇고 스티븐 연도 주연으로서 자기 몫을 훌륭히 해내는 좋은 배우다.

한국 영화를 포함한 해외 작품들은 언제나 있어 왔지만 미국인의 입장에서 이런 영화들을 한 자리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장을 열어준 건 스트리밍 플랫폼이다. 특히 봉준호 감독은 넷플릭스 영화 ‘옥자’를 통해 미국에서 엄청나게 사랑을 받은 ‘오징어 게임’ 같은 작품들에 문을 열어 줬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영화인 커뮤니티가 전보다 작아졌다고 할까, 이제는 미국 할리우드만의 커뮤니티가 아니라 정말 많은 재능있는 감독들이 서로 배우고 영감을 주고 소통하는 국제적인 커뮤니티가 생겼다고 생각한다.

(에런 존슨) 지금 브래드가 여러 훌륭한 한국 영화들을 많이 언급했는데, ‘기생충’도 정말 좋았다. ‘옥자’가 스트리밍 플랫폼으로 전 세계를 연결하는 마중물 역할을 했다는 브래드의 말에 동의한다. 한국 영화들은 시네마 적이고 장르의 경계를 확장하는 실험적인 도전을 많이 하고, ‘오징어 게임’도 이를 대표하는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브래드 피트) 덧붙이자면 평생에 걸쳐 영화와 드라마, 이야기들을 사랑해 온 입장에서 해외 영화가 수입되면 미국 목소리로 더빙되는 게 너무 싫었다. 더빙은 언제나 영화를 망친다. 하지만 ‘옥자’나 ‘오징어 게임’이후로 젊은 세대들은 자막에 대한 거부감이 전혀 없다. 오히려 오리지널 배우들의 목소리를 그대로 듣고 싶어 하는데 이런 변화가 아주 고무적이라고 생각한다. 원본 그대로를 봐야만 원작자와 배우들을 제대로 존중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Q.봉준호 감독이 말한 ‘1인 치의 장벽’이랑 같은 얘기처럼 들린다.
(브래드 피트) 봉 감독은 정말 시적이다. 내가 15분 동안 한 얘기를 딱 한 문장으로 설명했다.

Q. 이 영화는 여러 캐릭터의 앙상블인데, 처음부터 ‘탠저린’ 역을 원한 이유가 궁금하다. 만약 다른 역할을 맡는다면 극 중 어느 배역이 되고 싶은가?
(에런 존슨) 대본을 읽었을 때 ‘탠저린’은 그 당시 딱 내가 원하던 것이었다. 당시는 팬데믹이 한창이라 봉쇄(락다운)로 다들 힘들어할 때였는데 읽자마자 너무 기쁘고 즐겁다는 생각이 들었다. 즐겁다(joy)는 표현은 맞지 않을지도 모르지만, 액션 자체가 재미있고 흥미진진했다.

특히 ‘탠저린’은 배우가 연기할 수 있는 풍부한 요소를 가진 재미있는 캐릭터다. 사실 데이비드 리치 감독이 전작을 찍을 때도 같이 하자는 얘기를 했었는데 그때는 싫다고 거절했었다. 그런데 이 대본은 봤을 때는 관심이 생겨서 하겠다고 했더니 이미 다른 배우들이 줄을 서 있다며 오디션을 보라고 하더라. 하지만 캐릭터 자체가 너무 매력적이었기 때문에 오디션을 통해 역할을 쟁취해 냈다.
다른 역할을 맡는다면 내 상대역인 ‘레몬’도 좋았을 것 같다. 내가 ‘레몬’인지 ‘탠저린’인지 헷갈릴 정도로 동질성을 느꼈으니까. ‘레이디버그’는 이미 브래드가 택했기에 감히 탐내지 못할 것 같고. 조이 킹이 맡은 ‘프린스’ 역할도 영화를 다시 보며 눈에 들어오더라. 미세하게 사람들을 조종하며 다른 전술로 살인을 벌이는 모습이 매력적이다. 연기도 정말 잘했고. 이 영화에서 킬러들은 각자 가진 역량과 전술이 다 다른데 이 점도 영화를 즐길 수 있는 재미있는 요소다.

(브래드 피트) ‘불릿 트레인’의 장점은 모든 캐릭터가 자기만의 서사를 가지고 있다는 거다. 영화 포스터에서는 사실 주변에 있는 캐릭터들이 저기 커다랗게 나온 나를 보조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전혀 그렇지 않다. 캐릭터 각자 그들만의 사정과 내러티브가 있고 모두 색깔이 다르다. 이 영화에 처음 합류한 게 에런인데 에런의 ‘탠저린’ 연기 영상을 보고 이 영화가 잘 될 거라는 확신을 했다.

Q.최근 액션 영화들이 점점 강하고 독해지고 있는데, ‘불릿 트레인’만이 가진 차별점은 무엇인가? 타란티노나 가이 리치 영화를 연상시킨다는 평가도 있는데?
(브래드 피트) 다른 액션 영화에 대해 평가하는 게 망설여지긴 하지만 틀에 박히고 정형화되고 있다는 느낌은 있다. 당연히 독창적인 액션을 선보이는 진지한 영화들도 물론 있지만 모든 것들이 좀 비슷한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할까?

반면 ‘불릿 트레인’에서 내가 좋아하는 점은 액션 장면이 캐릭터들의 서사와 연관돼 있다는 점이다. 그냥 캐릭터들이 터프해 보이려고 넣은 게 아니다. 액션 장면에서 나오는 캐릭터들의 행동들, 즉 그들이 어떻게 싸우는지, 그 상황을 어떻게 헤쳐나가는지 등은 각각의 역할을 설명하고 묘사해 주는 캐릭터의 일부다. 거기에 유머까지 더해진 것도 차별점이고.

가이 리치 영화를 연상시킨다는 건 아마도 속도감 있는 편집 때문에 그런 얘기가 나오는 것 같고, 타란티노는 비교된다는 것 자체가 칭찬이라고 생각한다. 우리 시대의 가장 위대한 감독 중 하나니까. 사실 나는 타란티노 감독이 봉준호 감독과 함께 전 세계 최고의 감독 5명 안에 든다고 생각한다.

(에런 존슨) 액션 영화에서 중요한 건 톤을 잘 설정하는 거다. 이 영화는 데이비드 리치 감독만의 톤이 잘 살아있다. 타란티노의 끝내주는 액션 영화인 ‘킬 빌’과 비슷한 시퀀스가 있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리치 감독만의 스타일이 있다. 질문 서두에서 요즘 액션 영화가 폭력적이고 잔혹한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했는데, 그게 바로 우리 영화가 가진 차별점이다. 잔인함만 있는 게 아니라 현실이 녹아 있고, 엔터테인먼트적인 요소도 있다. 롤러코스터를 타는 것처럼 긴장되고 무서운 장면도 있지만 궁극적으로는 사랑과 유머를 느낄 수 있다.

강푸른 기자 (strongblue@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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