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터' 관람하고 "X가터~" 푸념 내뱉은 사람들에게

박생강 칼럼니스트 2022. 8. 19. 1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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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작 '카터', 주원 액션 연기 말고도 돋보인 몇 가지 매력

[엔터미디어=소설가 박생강의 옆구리tv] 넷플릭스 영화 <카터>는 걸작은 아니지만 평작도 아니고 괴작에 가깝다. 하지만 어떤 시청자든 한번 이상 피가 끓는 액션물의 현란한 짜릿함에 감탄사를 내뱉을 것이고, 어느 네티즌의 감상평처럼 한번 이상 'X가터'라고 푸념을 내뱉을 만한 영화다.

특히 북한으로 가는 도중 비행기에서 뛰어내려 공중전을 벌이는 카터(주원)는 진심 난감하다. 어쩌라고? <카터>는 바이러스 호러 설정이 들어가기긴 했지만 액션물 기반이지, 슈퍼맨 같은 판타지히어로물은 아니지 않은가? 물론 <카터>는 호러물의 장점 역시 전혀 갖추고 있지 못하다. 이 영화에 조여 오는 공포나 긴장감은 없다. 멈출 수 없는 러닝머신 같은 속도감만 있을 뿐.

여러 모로 중간도 없고, 빌드업 따위 걷어차고 시작하지만, 어쨌든 끝까지 주인공 카터(주원)가 격렬하게 싸우고 달린다. 그럼에도 <카터>는 삼류 액션물로 잊어버리기엔 눈여겨 볼 요소들이 있다. 일단 <카터>를 본 시청자들은 배우 주원의 몸을 사리지 않는 액션에 연기에는 엄지를 들 수밖에 없다. 주원이 연기한 기억을 잃은 북측 군인 카터는 영등포의 한 모텔에서 깨어난 후, 사우나에서 티팬티를 입고 100대 1 정도의 패싸움에서 승리를 거둔다. 이후 남한에서 북한까지 거의 일분일초도 쉬지 않고 격렬한 싸움을 한다. 이건 람보나 코만도, 터미네이터도 한국에 와서 큰절하고 돌아갈 수준의 고행인 셈이다.

주원이 주인공 카터로 보여준 장점은 액션만이 아니다. <카터>는 거의 기초수준의 감정적 정서만이 있는 영화다. 이 때문에 심오함이라고는 전혀 없는 악역, 북한군 김종혁을 연기한 이성재는 좋은 배우임에도 종종 우스꽝스러워진다. 카터 역시 감정 연기를 보여줄 구석이 없다. 그저 본인의 미션을 수행할 뿐이다. 액션좀비처럼 정병호(정재영) 박사의 딸 하나를 구하고 기억을 찾은 후에는 북한에서 김종혁과 다시 한 번 대결한다. 그런데 김종혁과 달리 카터에게는 나름 사연이 많다. 기억을 잃고 아내를 알아보지 못하고, 친딸은 바이러스에 감염된 상태다.

하지만 카터에게 주어진 액션 장면은 많아도, 카터가 감정을 보여줄 장면은 거의 없다. 하지만 주원은 KBS 드라마 <제빵왕 김탁구>부터 서러운 악역의 짠내를 절절히 그린 배우답게, <카터>에서 표정과 흐느낌만으로 시청자에게 카터의 분노는 물론 슬픔까지 전해준다. 아마 그런 부분이 아니었다면, 카터는 그저 게임캐릭터와 다를 바 없었을 것이다.

<카터>의 또 다른 매력은 미장센이다. 영등포의 모텔에서 시작해, 사우나, 뒷골목, 버려진 상가까지. <카터>는 우리가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도시의 풍경을 영화 속으로 끌어들인다. 그런데 우리가 일상에서 보아온 이 공간이 영화 안에서는 흔히 보지 못한 독특한 배경이 된다. 익숙한 한국의 도시 풍경을 나름 글로벌한 액션 활극에 어울리는 무대장치로 만들어놓은 셈이다. 중간 중간 삽입되는 국악풍의 사운드트랙 또한 의외로 영화에서 겉돌지 않는다.

또 <카터>는 시청자에게 새로운 비주얼 체험을 전해주기도 한다. <카터>는 거침없는 액션에 카메라 워크는 현란하다. 등장인물의 수에 비해 전투 장면도 굉장히 대규모다. 그렇기에 생생한 게임 같은 비주얼에 감탄이 나올 때도 있다.

허나 이런 체험이 꼭 좋은 것만은 아니다. 시청자는 어느 순간 강.강.강.강.의 세계에서 지루함을 느끼기 때문이다. 영화는 게임처럼 내가 게이머가 되어 참여할 수 있는 가상현실이 아니다. 시청자는 관객의 입장으로 지켜보며, 그를 유혹하기 위해서는 그의 감정을 건드리는 멈춤의 순간과 그의 이성을 자극하는 퍼즐의 방식이 필요하다. <카터>는 빠른 전개의 액션으로 달리느라, 이것들을 좀 내팽개친 감이 있다. 그러다보니 <카터>의 재미는 감탄에서, 어느 순간 낄낄대며 밑도 끝도 없는 액션전개를 지켜보는 것으로 흘러간다. 그냥 이렇게 잊기에는 나름 매력적인 요소가 많지만, 그것들이 모두 현란한 액션의 블랙홀 속으로 사라지는 것이다.

칼럼니스트 박생강 pillgoo9@gmail.com

[사진=넷플릭스 영화 <카터>스틸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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