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회원은 안 받습니다

노현주 2022. 8. 19. 1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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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경골프포위민 노현주 기자]

국가인권위원회에서 골프클럽 정회원 가입 시 여성을 배제하는 것은 평등권 침해의 차별 행위라는 판단이 나왔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골프 회원권의 거래 현황과 대놓고 성 차별을 하는 회원권 실태에 대해 짚어봤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유례없는 호황기를 맞이한 골프업계.
국내 회원제 골프장 회원권 가격은 지난 2년간 5000만 원은 기본, 골프장과 회원권 형태에 따라 1억 원 이상 오른 곳도 있을 정도로 훈풍이 불었다. 올해 들어서는 소폭 조정되고 있다는 것이 업계의 공통적인 의견. 동아회원권거래소 박천주 팀장은 “실제 구매율이 높지는 않았지만 30대가 회원권에 관심을 보일 정도로 열기가 뜨거웠고, 회원권 가격은 계속 올랐다. 그러다 6월 이후 신장세가 주춤했다. 시기적으로 여름이 비수기인 데다 엔데믹으로 인한 해외 골프의 기대감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고 말했다. 물론 양극화 현상에 따라 고급 골프장의 회원권 가격은 소폭 오르거나 유지되는 모양새가 이어지고 있다.

박 팀장은 “최근에는 숙박을 겸할 수 있는 골프 회원권이 인기를 끌어 비수도권 골프장의 회원권 판매가 늘었다. 또 주중 회원권은 여전히 여성 골퍼의 사랑을 받았으며, 2년간 여성의 구매 비율은 소폭 상승했다”고 밝혔다. 주중 회원권은 말 그대로 주중에만 부킹할 수 있다. 재테크나 품위 유지를 위한 정회원권과 달리 오로지 골프를 즐기려는 목적이 강한 상품이다. 최근 골프웨어나 용품 시장에서 여성 골퍼의 구매력이 나날이 증가하고, 회원권 시장에서도 마찬가지라는 점은 여성 골퍼의 저력을 실감할 수 있는 대목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우먼파워가 거세지는 와중에도 여성을 배제하는 골프장 역시 존재한다. 단지 여성이라는 이유로 정회원 가입을 막은 경기 용인의 G골프장과 K골프장, H골프장. 이들은 정회원 가입 자격을 ‘만 35세 이상 내외국인 남성’으로 한정했다. 이 중 한 곳은 남편이나 아버지가 정회원일 경우 가족회원으로 등록하거나 평일 회원이 될 수 는 있지만 조건이 달렸다. 주말에는 여성 혼자 예약할 수 없고 이용 요금도 2배 이상 더 내야 한다는 것. 급기야 골프장 두 곳은 국가인권위원회로부터 ‘여성의 골프클럽 가입을 제한하는 건 평등권 침해’ 라며 제도 개선 권고를 받았다.

●인권위 개선 권고에 ‘변화 움직임’ 있을까

문제의 골프장들은 대부분 30~40년 전 개장 당시의 모집 요건을 그대로 유지한 것이 화근이 됐다. 개선 권고를 받은 골프장들은 당시 골프장 가입자와 이용자가 주로 남성이어서 이 같은 방침을 세웠다고 해명했다. 또한 여성은 가족회원으로 입회가 가능해 정회원에 준하는 혜택을 주는 점, 비회원도 회원 예약 잔여분이 있을 때 성별과 무관하게 이용이 가능하다는 점 등을 들어 자격 제한에 따른 권익 침해가 크지 않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인권위는 “여성이 다른 방식으로 골프클럽을 이용할 수 있다 해도 정회원이 누리는 혜택과 비교하면 큰 차이가 난다. 골프장의 주장대로 개장 당시에는 골프가 남성 중심 스포츠였지만 골프 활동 인구 중 여성의 비율이 현저히 늘어난 현재에도 개장 당시 기준을 유지하는 것에 합리적인 이유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시대가 변했으니 다시 검토해야 할 필요성이 있음에도 그때 기준을 그대로 적용하는 것은 받아들이기 힘들다는 것이다. 한편, H골프장은 여성을 위한 라커룸 등 수용시설이 적어 여성 골퍼들이 방문 시 바구니를 이용해야 하는 상황이다. 아예 ‘수용하지 않는 환경’을 뜯어 고쳐야 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이러한 점으로 볼 때 현실적으로 제도 개선에 속도를 낼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회원권 거래소 관계자 A씨는 “2010년대 들어 대부분 통합 회원권이 됐지만 아직도 남성과 여성의 회원권을 구분해 거래하는 곳이 많다. 남성 회원권 물량이 훨씬 더 많기 때문에 구하기 어려운 여성 회원권은 1억 원 이상 더 비싸진다”고 지적했다. 박 팀장은 “남성과 여성 회원권이 구분 거래되더라도 혜택은 동일한 곳이 많다. 다만 여성의 입회를 막고 혜택을 불리하게 적용하는 행위는 반드시 개선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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