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세동의 시론>'이재명 리스크' 갈수록 설상가상

기자 2022. 8. 19. 11:51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김세동 논설위원

‘이재명 당 대표’로 방탄막 완성

이전 민주당과 완전히 다른 성격

홍위병 앞세운 정치로 폭주 위험

이재명 ‘발언 리스크’도 치명적

‘사법 리스크’보다 위험할 수도

신뢰성 없는 정치지도자 어려워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선 패배 2개월 만에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다시 2개월 뒤에 당 대표 선거에 연거푸 출마하는 등 짧은 기간 큰 선거 3수를 통해 2중 방탄막을 거의 완성했다. 성남시장과 경기지사를 지낸 전 대선 후보가 송영길 전 대표가 낙승해 온 민주당 강세지역에 아무 명분 없이 출마해 국회의원의 불체포 특권을 얻은 데 이어, 오는 28일 전당대회에서 당 대표로 선출되면 2차 방탄막이 완성된다.

정치권의 관행과 상식에 맞지 않은 6·1 인천 계양을 보선 이재명 출마설이 돌 때부터 이런 구도를 그렸을 것으로 짐작된다. 대선 패배 직후 5년 레이스의 대선 2차전을 공개적으로 다시 시작하는 건, 정치적으로 큰 위험을 감수하는 모험이지만 대장동·백현동 개발 비리 의혹, 성남FC 불법 후원금 모금 의혹, 경기도청 법인카드 사적 유용 의혹, 변호사비 대납 의혹 등 사법 리스크를 피하는 게 급선무이기 때문일 것이다. 5년 후 대선 유불리는 한가한 걱정이고 당장 사법 리스크를 피하는 건 죽느냐 사느냐의 문제로 인식했음 직하다.

9일 뒤 확정될 ‘이재명 대표와 친명(親明) 강경파 최고위원’ 체제의 민주당은 이전과는 성격이 완전히 다른 새로운 단계로 들어서게 된다. 비상대책위원회에서 제동이 걸려 절충안으로 타협되긴 했지만, 당직자의 직무 정지 기준을 ‘기소’에서 ‘하급심 금고 이상 판결’로 당헌 80조를 개정하려던 친명 의원들과 ‘개딸’의 시도는 이전 민주당과의 깊은 단층을 상징한다. ‘이재명 민주당’은 김대중·노무현의 민주당은 물론 문재인 민주당과도 다른 성격의 정당이 될 것이다. ‘조국 사태’로 대표되는 문재인 정부는 오만과 독선, 거짓말을 밥 먹듯 해 ‘내로남불’ 정권이라고 불렸지만, 겉으로는 바른말을 하는 위선(僞善)이라도 보였다. 대놓고 비민주적 독선 정치를 하겠다고 선언하진 않았다. 그러나 ‘문빠’보다 훨씬 악성인 개딸이 반명 의원들에 대해 야만적인 ‘수박 사냥’을 감행한 점에 비춰보면 이재명의 민주당에선 극악스러운 팬덤을 앞세운 ‘홍위병 정치’ 일상화로 반대파가 소멸된 1인 정당으로 폭주할 위험성이 크다.

민주당에 드리운 또 다른 위험은 한없이 가볍고 조변석개(朝變夕改)하는 ‘이재명 발언 리스크’에서 발생할 공산도 크다. 어떤 측면에선 사법 리스크보다 치명적일 수 있다. 대선 후보를 지냈고, 곧 당 대표가 될 인사가 문제적 발언을 마구 던지고, 그게 논란이 되면 언론 탓을 하며, 그런 왜곡도 쉽지 않은 상황이면 “농담을 진짜로 믿으면 어떡하냐”고 눙치고 들어온다. 이런 식이면 앞으로 이재명의 어떤 말도 믿기 어려워진다. 정치의 대부분이 말로써 이뤄지는 민주주의 체제에서 지도자가 말의 신뢰성을 잃으면 지도력을 유지하기 어려워진다.

이 의원 부인 김혜경 씨의 법인카드 유용 의혹 관련 핵심 피의자인 배모 씨의 지인 김모 씨가 참고인 조사를 받고 극단적 선택을 하자 하루가 멀다고 말이 계속 바뀌었다. 처음 이 의원은 “(나와) 아무 관계 없는 사람이 검찰, 경찰의 강압수사를 견디지 못해 돌아가셨는데 그게 이재명과 무슨 상관이 있느냐”고 반발했다. 이어 대선 경선 당시 김 씨가 김혜경 씨의 수행기사였다는 증언이 나오자 이 의원 측은 “김혜경 씨 차량을 운전한 사람은 전혀 다른 인물”이라며 “없는 인연을 억지로 만들려는 음해와 왜곡”이라고 대놓고 부인했다. 하지만 이 의원 측이 선관위에 제출한 지출 명세서에 김 씨에게 선거캠프 운전기사 급여를 지급한 사실이 드러나자 “배우자실의 선행 차량을 운전했다”고 해명했다. 후보 캠프에 소속된 김혜경 씨 수행팀원은 맞지만, 김 씨가 탄 차량을 운전한 것은 아니라는 것으로, 눈앞의 위기만 모면하려 계속 거짓말을 한 셈이다.

“과반 승리로 위기의 민주당을 구하겠다”고 지방선거와 같은 날 치러진 국회의원 보선 출마 명분으로 삼았던 이 의원은 최근 대표 후보 토론회에서 “대통령 취임 후 곧바로 치러지는 선거는 결과가 나쁠 것이라는 건 다 예측된 건데, 더 나은 성과를 생각한 것은 동의하기 어렵다”고 또다시 자신의 말을 뒤집었다. “존경하는 박근혜 전 대통령이라고 그랬더니 진짜 존경하는 줄 알더라”라는 유권자 우롱성 발언 전력까지 고려하면 그의 ‘언어 리스크’는 고질병 같다.

[ 문화닷컴 | 네이버 뉴스 채널 구독 | 모바일 웹 | 슬기로운 문화생활 ]

[Copyrightⓒmunhwa.com '대한민국 오후를 여는 유일석간 문화일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구독신청:02)3701-5555 / 모바일 웹:m.munhwa.com)]

Copyright © 문화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