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원한도 낮고 절차 복잡..'전세안정' 힘 못쓰는 공공임대

2022. 8. 19. 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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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 반영 못하는 '정부 주거안정사업'
작년 전세임대 계약 2명중 1명 '포기'
서울은 전국 평균比 5.4%포인트 낮아
전셋값 폭등, 적합한 주택 찾기 어려워
공공전세 공급 목표치 20%도 못미쳐
서민층의 주거 안정에 집중하던 임대주택 정책이 새 정부 출범과 함께 변화의 조짐이 엿보이고 있다. 그동안 공공 주도의 임대주택 정책이 곳곳에서 허점을 노출하자, 민간의 역할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변화하고 있다. 특히 중산층을 타깃으로 한 고급 임대주택에서 민간의 역할을 강화하고 있는 흐름도 감지된다. 사진은 서울 강서구 가양동 SH 영구임대 아파트 가양 4단지와 5단지 일대 전경. 임세준 기자

정부가 국민 주거생활 안정을 위해 도입한 각종 전세 관련 공공임대사업들이 좀처럼 원활하게 작동하지 않고 있다. 취약계층을 위해 마련된 전세임대주택은 턱없이 낮은 지원금과 절차적 번거로움 등으로 입주대상자가 계약을 포기하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중산층 3~4인 가구를 위한 공공전세주택은 서울 재고물량이 지난해 기준 500여가구에 그치며 전세난 해갈에 큰 도움이 되지 못하고 있다.

▶지원 한도 안 맞아...전세임대 2명 중 1명은 계약 포기한다=19일 국회예산정책처·한국토지주택공사(LH) 등에 따르면 지난해 전세임대주택 계약안내 통보 대비 계약률은 51.0%로 집계됐다. LH가 입주대상자로 선정해 계약안내를 통보한 건수가 총 7만3313건이었는데 실제 계약체결까지 이어진 건 3만7412건에 불과했다. 2명 중 1명은 계약을 포기한 셈이다. 전세임대주택은 입주자가 주택을 고르면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주택소유자와 전세계약을 체결한 뒤 입주자에게 저렴하게 재임대해주는 공공임대주택이다. 지난해 공급 목표 달성률이 93.5%라는 점을 고려하면 LH가 계약을 포기한 입주대상자 대신 추가 대상자를 선정하는 과정을 반복해왔다는 의미로 읽힌다.

유형별로 보면 일반 전세임대주택의 계약안내 통보 대비 계약률이 48.1%로 가장 낮았고 청년 유형과 신혼부부 유형이 각각 51.5%, 54.3%였다. 지역별로는 서울의 계약률이 45.6%로 전국 평균 대비 5.4%포인트 낮았다. 계약률이 이처럼 낮은 이유는 전세임대에 적합한 주택을 찾기 어렵기 때문이다. 전세의 월세화로 전세물건이 줄었고 몇 년간 전셋값이 급등해 지원한도에 맞는 주택은 드문 실정이다.

수도권을 기준으로 일반·청년 전세임대 지원한도는 1억2000만원이고 신혼부부의 경우 1유형이 1억3500만원, 보증금 부담이 큰 2유형이 2억4000만원까지 각각 한도를 두고 있다. KB부동산 집계 기준 지난달 수도권 주택의 평균 전셋값 3억7836만원과 격차가 크다. 연립주택만 봐도 평균 전셋값은 1억7825억원 수준으로 대부분의 지원한도를 넘는다.

국회예산정책처는 전세임대 지원한도와 실제 전세가격 간 격차가 클수록 입주대상자는 계약을 포기하거나 주거환경이 열악한 지역에 거주하게 된다고 분석했다. 추가 부담금을 내고 전세계약을 체결할 수는 있으나 부담 여력이 없는 경우 계약 포기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여기에 전세임대 진행 시 권리분석 절차가 필요하다는 점, 계약체결 시 LH 측 대리인인 법무사, 집주인, 본인, 부동산 중개인 등이 모두 참여해야 한다는 점 등이 임대인의 계약 거부, 중개인의 미협조 등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봤다.

실제 올해 초 계약안내를 통보받은 한 신혼부부는 서울에서 전셋집을 구하다가 경기도 수원으로 이첩까지 했지만 결국 계약을 포기했다. 그들은 “들어갈 집이 반지하 말고는 없었다”고 토로했다. 노모와 사는 김 모씨도 “지원대상자로 선정되기는 했는데 매물도 없고 지원금도 1억2000만원 밖에 안 돼 집 구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라고 했다.

▶공공전세 공급도 목표치 20%에도 못 미쳐...저조한 성과=국토교통부와 LH 등이 추진하는 공공전세사업의 지난해 공급실적(준공기준 재고량)도 전국 1779가구로 당해 공급 목표량(9000가구)의 19.8%에 그쳤다. 이 중 서울(534가구)을 포함한 수도권 물량은 1352가구였다. 지난해 서울과 수도권의 목표치(각 3000가구·6500가구)에 한참 못 미치는 성과를 낸 것이다.

공공전세는 2020년 11·19 전세대책에서 등장한 새로운 개념의 공공임대로, 도심 내 다세대·다가구·오피스텔 등 신축주택을 매입약정 방식(기존매입·약정준공) 등으로 사들여 중산층 가구에 전세로 공급하는 주택을 말한다. 기존의 매입임대나 공공지원 민간임대 등은 월세 형태로 공급해왔는데, 전세난이 심화하자 월 임대료 없이 보증금만 있는 전세 유형을 공공임대에도 신설한 것이다. 중산층 가구를 대상으로 한 만큼 방 3개 이상에 전용면적 50~85㎡의 신축주택을 매입 대상으로 하고, 소득·자산 기준 없이 추첨을 거쳐 무주택자의 최대 6년(4+2년) 거주를 보장한 점이 특징이다.

전체 1779가구 중 올해 상반기까지 임대가 이뤄진 물량은 601가구에 불과했다. 나머지는 공급준비 547가구, 공고진행 중 505가구, 공가 126가구 등이다.

매입약정 계약을 체결한 뒤 준공을 기다리는 물량(약정체결 기준)을 포함하더라도 지난해 수도권 3732가구를 비롯해 전국 4515가구를 확보하는데 그쳤다. 이는 당해 목표치의 절반(50.2%)을 간신히 넘어선 수준이다. 서울만 보면 목표달성률은 28.2%(3000가구 중 847가구)로 더 낮았다.

국토부는 대책 발표 당시 2021~2022년 한시적으로 사업을 벌여 첫해 서울 3000가구 등 9000가구, 이듬해까지 서울 5000가구 등 1만8000가구를 공급하겠다고 공언했으나, 사업 추진에 좀처럼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실제 입주 가능한 물량은 물론 매입약정 물량조차 제대로 확보하지 못한 배경에는 ▷주택가격 상승세 지속 및 상승 기대감 ▷2·4 대책의 도심 공공복합사업 추진 기대감 ▷토지비·건축자재비·대출금리 등 건설원가 상승에 따른 사업여건 악화 등이 있다고 국토부는 설명했다. 이런 요인으로 인해 기존 주택 보유자의 사업 참여가 저조했다는 게 국토부의 시각이다.

또 사전 매입약정을 체결하더라도 준공까지 시간이 소요되기 때문에 실제 시장에 물량이 공급되려면 6개월에서 1년가량 시간이 더 필요하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실제 지난해 매입약정 방식으로 확보한 3448가구의 시기별 준공 물량을 보면 연내 준공이 예정된 물량은 30%인 1035가구뿐이다. 확보 물량의 70%인 2413가구는 2023년 이후 준공된다. 사실상 공공전세가 지난해 심화했던 전세난을 해소할 방안으로 역부족이었던 셈이다.

국회예산정책처는 “지난해 상반기 중 3000가구, 하반기 6000가구를 목표로 했으나 매입약정 계약 체결 기준으로도 목표량을 달성하지 못했다”면서 “실제 공급까지도 장기간 소요되고 있으므로 국토부는 목표치 달성을 위해 사업관리를 철저히 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양영경·김은희 기자

y2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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