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동시각]한계 부딪힌 '담대한 구상'

유인호 입력 2022. 8. 19. 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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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15일 광복절 경축사에서 "북한이 핵 개발을 중단하고 실질적인 비핵화로 전환한다면 그 단계에 맞춰 북한의 경제와 민생을 획기적으로 개선할 수 있는 담대한 구상을 제안하겠다"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윤석열 대통령은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북한 체제보장은 대한민국 정부가 (보장)해줄 수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밝히면서 담대한 구상에서 안전보장 방안을 염두에 두지 않고 있다는 점을 사실상 시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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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핵 중단땐 단순한 경제적 보상
안전보장 방안은 사실상 빠져

[아시아경제 유인호 기자]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15일 광복절 경축사에서 "북한이 핵 개발을 중단하고 실질적인 비핵화로 전환한다면 그 단계에 맞춰 북한의 경제와 민생을 획기적으로 개선할 수 있는 담대한 구상을 제안하겠다"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지난 5월10일 대통령 취임식에서 담대한 구상을 밝힌 후 98일 만에 구체적인 방안을 제시한 것이다.

대규모 식량 공급 프로그램을 비롯해 발전과 송배전 인프라 지원, 국제교역을 위한 항만과 공항의 현대화 프로젝트, 농업 생산성 제고를 위한 기술 지원 프로그램, 병원과 의료 인프라의 현대화 지원, 국제투자 및 금융 지원 프로그램 등의 내용이다. 북한이 핵을 포기하면 대규모 식량 공급부터 각종 인프라 지원까지 패키지로 경제협력을 제공하겠다는 것이다.

한국과 국제사회가 북한의 광물자원을 받고 식량과 생활필수품 등을 지원하는 ‘한반도 자원식량교환 프로그램’(R-FEP)은 비핵화 협상 초기단계에서 아무런 조건 없이 시작할 수 있다는 것이다.

나머지 경협사업은 비핵화 협상이 본격적으로 추진되면 ‘동결→신고→사찰→폐기’의 단계로 나아가는 데 따라 ‘남북공동경제발전위원회’를 가동해 제공한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이들은 경제적 보상에 불과하다. 당초 담대한 구상은 ‘경제와 안보’라는 두 축으로 구성될 것으로 예상됐다.

뚜껑을 열자 북한이 핵 개발의 명분으로 앞세워온 대북 적대시 정책 우려를 불식할 만한 안전보장 방안은 빠졌다.

윤석열 대통령은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북한 체제보장은 대한민국 정부가 (보장)해줄 수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밝히면서 담대한 구상에서 안전보장 방안을 염두에 두지 않고 있다는 점을 사실상 시사했다.

이는 지난달 권영세 통일부 장관이 대통령 업무보고 후 브리핑에서 "담대한 계획 안에 북한이 제기한 안보 우려 및 요구사항을 포함해 경제적·안보적·종합적 차원의 상호단계 조치를 포괄적으로 담는 방안을 보고했다"고 밝힌 것과 사뭇 다르다.

이 때문에 윤 대통령의 담대한 구상은 한계에 부딪힌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북한은 최근 몇 년간 국제사회의 인도적 식량 지원도 마다하며 ‘자력갱생’을 외치고 있는 만큼 이를 받아들일 가능성은 낮다.

더구나 최근 한층 강경해진 대남 기조를 보이는 북한이 담대한 구상에 호응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가 지난달 정전협정 체결 69주년 기념행사 연설에서 윤 대통령의 실명을 직함 없이 거론하며 ‘전멸’을 위협했다.

여기에 김여정 당 부부장도 최근 코로나19의 발병 원인을 남측에 전가하며 ‘보복성 대응’을 거론하는 등 북한의 대남 기조는 더욱 강경해졌다.

북한의 이런 강경 기조는 윤 대통령 취임 100일째인 17일 순항미사일 2발을 발사하면서 현실화했다.

북한은 ‘담대한 제안’에 직접 반응을 보이지 않고 미사일 발사로 화답한 셈이다. 그리고 이틀 뒤인 19일엔 김 부부장이 노동신문에 자신 명의의 담화를 통해 "윤석열의 담대한 구상이라는 것은 실현과 동떨어진 어리석음의 극치"라며 "우리는 절대로 상대해주지 않을 것"이라며 거부 의사를 밝혔다.

‘담대하다’의 사전적 의미는 ‘겁이 없고 배짱이 두둑하다’이다.

윤 대통령이 광복절 경축사를 통해 밝힌 북한 비핵화 로드맵 ‘담대한 구상’에는 아무리 들여다 봐도 담대한 내용은 없다.

상대가 혹할 만한 요인이 없고, 타이틀만 그럴싸한 북한 비핵화 로드맵에 불과하다. 담대한 구상의 최종 버전이 지금과 같다면 과거 실패한 북한 비핵화 로드맵의 길을 걸을 것이다.

유인호 기자 sinryu007@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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