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핵화=경제보상' 협상했던 北, '담대한 구상'은 왜 거부할까

서재준 기자 2022. 8. 19. 1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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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MB 대북정책의 복사판" 주장..과거 악연에 거부 반응 가능성
'신냉전' 구도 속 한미와 '계획적 거리두기' 분석도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와 김여정 당 부부장. 2018.4.27/뉴스1 ⓒ News1 한국공동사진기자단

(서울=뉴스1) 서재준 기자 = 북한이 비핵화에 대한 경제적 보상을 골자로 한 윤석열 대통령의 '담대한 구상'에 대해 일단 거부의 입장을 밝혔다. 지난 2018년 비핵화 협상 때 핵 폐기와 대북제재 완화를 협상 테이블에 올렸던 것과는 다른 모습이다.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은 19일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을 통해 발표한 담화를 통해 '담대한 구상'을 거부하며 노골적인 언사로 대남 비난을 가했다.

그는 담대한 구상이 "실현 가능성과 동떨어졌다"라며 "우리는 절대로 상대해 주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이 담대한 구상에 대한 입장을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정부는 지난 5월 윤 대통령이 취임사에서 '담대한 계획'을 처음 언급한 뒤 이를 계속 발전시켜 '담대한 구상'으로 만들었다.

이 구상은 지난 15일 윤 대통령의 광복절 경축사를 통해 구체적인 내용이 밝혀졌다. 정부가 내세운 구상의 핵심 내용은 '비핵화에 대한 경제적 보상'이었다.

북한은 이날 김 부부장의 담화를 통해 이 대목을 정면으로 거부하는 입장을 밝혔다.

김 부부장은 '북한이 비핵화 조치를 취한다면'이라는 우리 정부의 가정부터 잘못된 것이라며 "세상에 흥정할 것이 따로 있다. 우리의 국체인 핵을 경제협력과 같은 물건짝과 바꿔보겠다는 발상은 천진스럽고 어리다"라고 비난했다.

이같은 북한의 모습은 지난 2018년 문재인 정부,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를 상대할 때와는 다른 모습이다. 당시 북한은 남북, 북미 정상회담을 통해 경제 문제 해결을 위해 외교 무대에 나왔음을 밝히며 협상에 임했다. '민수경제' 문제 해결을 위한 제재 해제를 공식적으로 요구하기도 했다.

그랬던 북한이 윤석열 정부의 제안에 대해서는 노골적인 반감을 드러낸 것이다. 이같이 '달라진' 북한의 입장에는 복합적인 이유가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김 부부장은 이날 담화에서 윤석열 정부의 '담대한 구상'이 과거 이명박 정부의 대북정책이었던 '비핵, 개방, 3000'의 복사판에 불구하다고 말했다. MB정부의 대북정책이 '오물통에 처박힌 것'이라고 비난하면서다.

남북은 MB정부 시절 천안함 피격, 연평도 포격 등으로 극단적인 갈등을 겪었다. '남북 비밀접촉'에 대한 북한의 일방적 폭로로 신경전이 있기도 했다. 북한은 이명박 전 대통령을 '역도, 폭도'라고 부르며 막말 비난을 가했다.

지난 6월에는 대외 선전매체를 통해 윤석열 정부의 인선과 주요 정책이 MB 정부 때와 "닮았다"라고 주장하며 이를 문제 삼기도 했다.

이같은 남북 간 '과거사' 때문에 북한이 현 정부에 대해서도 일단 불신의 눈길을 보내는 것이라는 해석이 가능한 대목이다. 북한은 자신들이 '흡수통일 정책'으로 규정한 MB정부의 대북정책을 현 정부가 그대로 이어받았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동시에 북한의 강경한 대남 입장은 현재 북한이 임하고 있는 '신냉전'이라는 국제정세에 따른, 이미 계획된 전략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북한은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가 신냉전을 직접 언급할 정도로 현재 정세를 '대결 구도'로 잡고 임하고 있다. 북중러 3국 밀착을 통해 한미일을 상대한다는 것이다.

이는 자체적인 판단이라기보다 중국, 러시아와 밀착해야 하는 북한의 외교적 입지가 반영된 진단이라고 볼 수 있다. 현재 정세에서 북한이 자의적으로 한미의 어떤 제안에 임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는 뜻이기도 하다.

이런 구도 하에서 북한이 할 수 있는 가장 손쉬운 '거리두기' 방법이 대남 긴장 고조라는 분석도 있다. 미국을 직접 겨냥하기보다 남한을 멀리하며 자연스럽게 미국과도 거리를 둘 수 있다는 것이다.

때문에 이날 김 부부장의 발언을 글자 그대로 받아들여 남북관계를 판단하기보다 '전략적 구상'을 계속 진화시켜 필요가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북한의 '진의'는 정세에 따라 변할 수밖에 없다는 '대전제' 하에서다.

seojiba3@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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