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김여정 "흥정할 게 따로 있지.." 거친 언사로 '담대한 구상' 거부

이설 기자 2022. 8. 19. 1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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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여정 북한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부부장이 윤석열 정부의 '담대한 구상'을 조목조목 비난하며 '대외총괄'로서의 입지를 재차 부각했다.

그러나 김 부부장은 "흥정할 게 따로 있는 법, 우리 국체(國體)인 핵"은 '경제 협력'과 바꿀 수 없다며 '담대한 구상'이 북한 체제를 고려하지 않은 것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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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대신 담화 통해 첫 공식평가.. '대외총괄' 입지 확인
"'비핵화' 가정부터가 잘못".. "개는 짖어대기 일쑤" 막말도
(평양 노동신문=뉴스1) = 김여정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부장. [국내에서만 사용가능. 재배포 금지. DB 금지. For Use Only in the Republic of Korea. Redistribution Prohibited] rodongphoto@news1.kr

(서울=뉴스1) 이설 기자 = 김여정 북한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부부장이 윤석열 정부의 '담대한 구상'을 조목조목 비난하며 '대외총괄'로서의 입지를 재차 부각했다.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19일 5면에 '허망한 꿈을 꾸지 말라'는 김 부부장 담화를 실었다. 이는 '담대한 구상'에 대한 북한 당국의 첫 공식입장 표명이다. 특히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가 아니라 동생 김 부부장이 전면에 선 것이어서 주목된다.

다만 김 부부장의 이번 담화 기조 자체는 김 총비서의 지난달 27일 '전승절'(한국전쟁 정전협정 체결일) 연설 때 윤석열 대통령 실명을 거론하며 대남 비난을 가했던 것과 유사해 보인다.

김 부부장 역시 이번 담화에서 윤 대통령 실명을 거론하며 "우린 윤석열 그 인간 자체가 싫다"며 "오늘은 담대한 구상을 운운하고 내일은 북침 전쟁연습을 강행하는 파렴치한"이라고 비난하는 등 대남 적개심을 자극했다.

다만 김 부부장의 이번 담화엔 "제발 좀 서로 의식하지 말며 살았으면"이라든가 "입에 담기 미안하다만 개는 어미든 새끼든 짖어대기 일쑤라더니" 등처럼 다른 북한 당국자들 공식 담화에서 보기 어려운 특유의 정제되지 않은 표현이 다수 등장한다.

김 부부장은 '담대한 구상'에 대해 "(이명박 정부) '비핵·개방·3000'의 복사판" "'북이 비핵화 조치를 취한다면'이란 가정부터가 잘못된 전제" "핵을 '경제협력'과 같은 물건짝과 바꿔보겠다는 발상" 등의 표현을 써가며 재차 평가 절하했다.

'담대한 구상'은 북한의 비핵화 수순에 따라 경제·정치·군사적 상응 조치를 제공하겠다는 윤석열 정부의 대북 기조다. '북한이 비핵화 의지만 확실히 보이면 필요한 협력과 지원을 시작할 수 있다'는 게 우리 정부의 설명이다.

(평양 노동신문=뉴스1) =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 [국내에서만 사용가능. 재배포 금지. DB 금지. For Use Only in the Republic of Korea. Redistribution Prohibited] rodongphoto@news1.kr

그러나 김 부부장은 "흥정할 게 따로 있는 법, 우리 국체(國體)인 핵"은 '경제 협력'과 바꿀 수 없다며 '담대한 구상'이 북한 체제를 고려하지 않은 것이라고 주장했다. 북한의 '비핵화'를 전제로 한 '담대한 구상' 자체를 전면 거부한 것이다.

김 부부장의 이번 담화는 우리 정부의 '담대한 구상'을 일찌감치 무력화함으로써 남북관계에서 주도권을 장악하기 위한 행보로 풀이된다.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도 "대남·대미를 총괄하는 김여정이 즉답 형식으로 반응한 건 초기에 '담대한 구상'에 대한 전면 거부 및 정책 추진 동력을 확실히 상실케 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라며 "비난 시점이 역대급으로 빠르고, 비난 수위도 높으며, 비난 주체도 지도부 대표급이란 점에서 이례적"이라고 평가했다.

김 부부장은 특히 이달 10일 비상방역총화회의 토론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북한 내 유입 원인으로 우리 측을 지목하고 대남 대적행동에 관한 '여러 안(案)'을 검토 중이라고 밝힌 데 이어 이번 담화에서도 현 남한 정부와의 관계 개선을 거부했다.

이에 대해 홍 실장은 "북한은 (윤석열) 정부 출범 전부터 일관된 비난 태도를 보여왔다"며 "단순히 새 정부 기선제압용이 아니라 향후 지속적인 대남 정책 기조로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선 김 부부장의 이번 담화가 올 6월 최선희 외무상·리선권 당 통일전선부장 임명 이후 대외총괄로서 보다 활발한 활동을 할 것임을 시사한다는 관측도 나온다. 최선희와 리선권은 앞서 2018년 남북·북미 간 정상회담에서 대미·대남대화에 깊이 관여했던 인사들이다.

이런 가운데 노동신문은 이날 1~4면에 김 총비서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에 투입됐던 군의(軍醫) 부문 전투원들을 챙긴 소식을 대대적으로 보도했다. 김 총비서가 대남 관련 사안보다 내부 결속을 챙긴 모습이 더 크게 다룬 것이다.

sseol@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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