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19 이후 국내관광, 위기에서 기회로

2022. 8. 19. 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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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지리학자들의 시선] 지역기반관광의 질적 성장을 다시 생각할 때

[최서희 경희대 이과대학 지리학과 조교수]
코로나19는 전 세계 관광산업에 크게 타격을 주는 한편 국내관광을 다시 돌아보고 기회 요인을 새로 찾아보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한국문화관광연구원(2022)을 비롯한 최근 조사 및 연구에서도 엿볼 수 있듯이 코로나19 이후 관광객들은 덜 붐비는 국내 관광지로 여행하고자 하는 경향을 보인다.

따라서 지금까지 한국에서 관광목적지로 덜 알려졌던 지역을 중심으로 코로나19로 인한 위기를 기회로 전환할 수 있는 시점이 바로 지금이다.

이는 국내의 지역기반관광에도 시사점이 있다. 우리나라의 지역기반관광은 공정관광과 맞물려 대두되었다. 공정관광은 공정무역의 '공정' 개념을 관광에 적용한 것으로, 관광에 관여하는 생산자 및 소비자 모두가 혜택을 보는 것이 핵심이다.

지역기반관광은 지역에서 이루어지는 관광 경험을 제공하는 데 있어 지역주민들이 주도적으로 참여하고, 지역주민이 의사결정에 통제력을 가지며, 관광 개발의 혜택이 지역주민들에게 돌아가는 것을 원칙으로 삼는다. 국내의 많은 곳이 '지방소멸'의 위기에 직면해 있는 상황에서 지역기반관광은 지역불균형 문제 해결에도 기여할 것이라 기대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2013년에 시작된 관광두레가 지역기반관광의 대표적인 사례이다. 관광두레는 지역주민이 주도하여 지역 고유의 관광자원을 발굴하여 꾸린 사업체를 육성하는 사업이다. 각 지역의 관광두레 PD는 지역주민들과 긴밀한 관계를 맺으며 관광두레 사업체의 역량 강화 및 사업 운영을 돕는다.

지역기반관광에서 중심이 되는 주체는 바로 지역주민이다. 지역주민들은 그들이 사는 지역에 대해서 잘 알고 있으며, 지역에 대한 애착을 강하게 갖고 있다. 또한 관광을 통한 지역의 지속가능성한 발전에 큰 관심을 두고 적극적으로 행동한다고 여겨진다. 지역주민이 주도하는 관광에서는 관광객과 지역주민 간 의미 있는 교류도 가능하다. 이에 따라 관광객들은 지역의 진면모를 효과적으로 경험할 수 있다.

이러한 장점에도 불구하고 지역기반관광은 이해관계자들 간 조율 실패, 지역주민의 참여 저조, 관광객 방문 저조 등 여러 제약 요인에 직면하곤 한다. 시행착오를 겪는 과정에서 지역기반관광이 정착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리기도 한다. 또한 관광뿐 아니라 관광 외적인 면에서 지역기반관광의 파급 효과가 있을 수 있다.

따라서 지역기반관광이 주어진 기간 내의 양적인 성과 지표 달성을 지향하는 데 그친다면 장기적으로 지역, 그리고 여러 참여자들에게 어떠한 영향을 미쳤는지 총체적으로 이해하기가 힘들어진다.

마카야(Melphon Mayaka) 등(2019)은 지역기반관광의 목표 설정 시 접근법을 두 가지로 본다. 첫 번째, 지역기반관광 사업체가 수익을 창출할 수 있을 정도로 발전시키는 것, 두 번째, 관광을 수단으로 지역 전체의 발전을 도모하는 것이 그것이다.

전자에 초점을 맞출 경우 관광상품화를 위해 지역공동체의 발전 방향을 무리하게 수정해야 하는 경우도 발생한다. 후자의 경우 지역기반관광의 가치는 경제적 가치 이외에도 다양하다는 점을 인식하며, 지역 외부보다는 내부에서 세우는 목표 달성에 더욱 초점을 맞추게 된다.

두 접근법 모두 의의가 있지만 현재 국내 지역기반관광에서 후자의 접근법에 더 무게를 실어 준다면 질적인 성장을 도모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지역기반관광에서는 지역의 관광자원을 활용하여 관광객에게 선보이기까지 관광 프로그램 개발을 위한 노하우, 마케팅, 정부 및 다른 참여자들과의 소통 및 협상 등에 대한 지역주민의 역량 강화 및 다자간 협력이 필요하다. 이 때문에 정부, NGO, 지역 외부 사업체, 지역을 기반으로 한 활동가, 전문가 등이 여기에 관여하는 경우가 많다.

지역기반관광이 중앙정부 등 지역 외부의 자원 및 자금에 일정 기간 의존하는 경우 지원기간 내 수익 창출 등 단기 목표 달성을 위해 시간에 쫓기는 경우가 많다. 이때 주어진 시간 내에 성과를 보여주지 못할 경우 지속적인 관심 및 지원을 받기 힘들다.

지역기반관광을 통한 지역 발전은 종종 긴 호흡으로 이루어진다. 이 경우 다양한 주체들이 동등하게 참여하여 충분한 의사소통을 거친다는 점을 많은 학자들이 지적해 왔다. 지역주민들이 주도하여 참여한다고 해서 항상 수월하게 추진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주민 간 갈등 구조가 심화되는 경우도 존재한다.

또한 갈등 해결을 통해 궁극적으로 더 긍정적인 합의점에 이를 수 있기 때문에 갈등 및 갈등 해결 과정에서 이루어지는 의사소통을 무조건 부정적으로 보지도 않는다. 이러한 이유 때문에 지역 커뮤니티에서 구성원들의 의사결정에 종종 시간이 많이 걸린다. 

또한 지역기반관광 사업체 운영 경험이 부족한 경우에는 관광시설 및 관광프로그램 개발 과정에서 법적 규제 등 예상치 못한 장벽에 직면하여 사업이 지연되는 경우가 태반이다. 이러함에도 불구하고 많은 지원 사업은 정해진 시간 내에 끝나곤 하며, 지역주민을 기다려 주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

또한 지역기반관광의 기본 철학이 소외된 사람들을 고려하는 포용적 발전임에도 불구하고 단기간 내 대외적 성과 달성에 급급하다 보면 지역 내에서 소외되는 사람들을 포용할 겨를이 없다. 지역기반관광은 지역 내 소수가 주도하는 관광이 아니고 주민들이 공동체로서 함께 만들어 나가는 관광이 되어야 하며, 주민 모두가 참여하지 않더라도 이들 전체의 공감대가 전제되어야 한다는 것이 기본 원칙인데도 말이다.

유엔세계관광기구(United Nation World Tourism Organization, UNWTO)의 포용적 관광 개발 원칙을 살펴보면 소수민족 등의 소외계층을 고려하고 이들의 역량을 강화하고자 노력하는 점을 엿볼 수 있다. 지역주민은 동질적인 집단으로 간주하기 힘들며, 지역기반관광에서 소외되는 지역주민이 존재함을 많은 학자들이 지적해 오기도 했다.

하지만 지역기반관광은 주어진 시간 내에 특정 사업에서 성과를 거둘 가능성이 큰 주민사업체들을 선별적으로 지원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경향이 지방소멸에 대한 대책의 일환으로 이루어지는 청년 지원, 귀농귀촌인구에 대한 지원과 맞물리면 불리한 위치에 처하게 되는 주민이 생기게 된다.

문서작성 및 행정적 역량, 사업경험 등이 부족하지만 지역에 오랫동안 터전을 두고 살아온 사람들, 지역에 대한 애착은 누구보다 강하며 지역을 위해 기여해 보고 싶은 장년층 및 노인 등이 이에 해당된다.

지역기반관광의 성과는 경제적 성과에 그치지 않고, 관광에 국한되지 않는다. 지역기반관광에 참여하는 주민 및 사업체 수, 총 매출액 등의 양적인 측면을 넘어선 가치, 즉 지역공동체의 응집력 강화, 지역주민 전체의 역량 강화 등의 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 

지역기반관광 사업 진행 자체는 지지부진하더라도 지역 커뮤니티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도 있으며 그 반대일 수도 있다. 따라서 지역기반관광을 진행할 경우 관광사업체 자체의 성공사례를 통한 시사점을 찾는 데에서 나아가 사업체들이 지지부진하다면 왜 그러한지, 혹은 실제로 이들이 지역 전체에는 어떠한 파급력을 가졌는지 함께 파악할 필요가 있다.

마지막으로 지역기반관광 발전을 위해 힘쓰는 많은 활동가들이 있다. 능력 있는 활동가들이 이러한 현장에 진입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들이 지역에서 안정적으로 활동하고 이들의 역량이 더욱 성장할 수 있도록 돕는 것도 필요하다.

코로나19 이후 우리나라의 지역기반관광은 새로운 국면을 맞이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최근 논의가 한층 가속화되어 왔으며 양적으로도 성장해 온 한국형 지역기반관광이 도약하기 위해서는 이제 지역기반관광의 질적 성장을 생각할 때이다.

■ 필자소개

경희대학교 이과대학 지리학과 조교수이다. 이동성을 가진 사람들이 여러 지역을 어떻게 인식하고 이에 대해 어떠한 행동 패턴을 보이는지에 관심이 많다. 이와 함께 지역 관광 문제, 공공외교, 교육을 통한 지역 이해, 이주자의 여가에 관한 연구를 주로 수행 중이다.

■ 참고문헌

-한국문화관광연구원. (2022). 2022년 코로나 19에 따른 국내·외 여행 행태 조사 [1분기 결과]

-Mayaka, M., Croy, W. G., & Wolfram Cox, J. (2019). A dimensional approach to community-based tourism: Recognising and differentiating form and context. Annals of Tourism Research, 74, 177-190. 

[최서희 경희대 이과대학 지리학과 조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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