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인년 여름 끝자락에 띄우는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전 상서 [Oh!쎈 레터]

김재동 2022. 8. 19. 10:02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OSEN=김재동 객원기자] 우변!

유난히 소란스럽던 올 여름도 저물어갑니다. 기상이변 타령으로 시끄럽던 무더위도, 115년 만의 서울 물난리도, 또 그로 인한 우왕좌왕도, 아침 저녁 한결 선선해진 바람 덕에 시나브로 한 걸음씩 멀어져 갑니다.

사실은 아직도 아우성 중이긴 하지요. 집으로 돌아가지 못한 이재민이 몇 명입니까? 산정도 끝나지 않은 피해액은 또 얼마구요. 그렇더라도 아픔이란 것은 시간따라 희석되기 마련이죠. 마음을 어루만져주는 위안이 더해진다면 상처는 더욱 빨리 아물겁니다.

그런 점에서 먼저 감사드립니다. 우변이 대중 앞에 모습을 보인 게 6월 29일이지요? 그리고 8월 18일 작별을 고했으니 딱 여름 한 철을 함께 해주었군요. 모두가 지치고 모두가 힘들었던 그 계절을 함께 하며 우변, 참 많은 이에게 위로를 전했더군요.

닐슨코리아가 시청률을 조사했더니 우변이 마지막 인사 하던 날 전국 유료플랫폼 가입 가구 기준 17.534%, 수도권 가구 기준 19.21%를 기록했다 합니다. 놀랍지요. 놀라운 기록입니다. 그리고 그 수치만큼의 시청자들은 우변이 전하는 위로에 가슴이 따뜻해졌을 겁니다.

감사 인사와 함께 축하도 드려야겠군요. 마침내 회전문을 넘어서셨더군요. 지켜보는 입장에서도 참 고약하다 싶던 회전문인데 당사자인 우변은 얼마나 곤혹스러웠겠습니까?

솔직히 말씀드려 스텝은 좀 엉망이었습니다. 하지만 스텝따위 아무렴 어떻습니까? 넘어선 것이 중요하지요. 한 번이 두 번 되고 스텝은 나아지기 마련이니까요. 고작 회전문인데 백조처럼 우아할 필요까지야 있겠습니까? 그저 우변에게 고약 떨던 회전문이 스스럼없이 곁을 내주었던 남들처럼만 지나다니면 되는 거지요.

몸으로 마음으로 완벽하게 이해한 감정도 하나 생겼지요? 본인이 정의하신 뿌듯함, 틀림없이 남들이 느끼는 감정 그대롭니다. 그러니 또 축하합니다. 그렇게 우변은 또 한 걸음 우변을 둘러싼 세상과 가까워지셨네요.

우변! 본인을 길 잃고 흰고래 무리에 속해 지내는 외뿔고래에 빗대셨지요? 힘드셨겠습니다. 외뿔고래 무리 속이었으면 길이나 재면서 외모자랑에나 쓰였을 그 뿔이 아버지 우광호씨처럼 다가서는 흰고래를 상처 주고 내쫓았을테니까요.

혹시 조성모 노래 ‘가시나무’를 아시나요? ‘내 속엔 내가 너무도 많아서/ 당신의 쉴 곳 없네..’ 하는 노래 말입니다. 노랫말 주인공이 딱 우변의 심정이었을 겁니다. 그이는 지쳐 날아왔다가 결국 본인 가시에 찔려 되날아가는 어린 새를 보며 가슴아파했지요. 우변도 본인의 외뿔에 상처입을 것이 저어돼 이준호씨를 보내려 하셨죠? 그 심경이 많이 안타깝더군요.

하지만 우변답게 그렇게만 끝내진 않았죠. 외뿔고래 얘기 끝에 말씀하셨죠. “모두가 저와 다르니까 적응하기 쉽지 않고, 저를 싫어하는 고래들도 많습니다. 그래도 괜찮습니다. 이게 제 삶이니까요. 제 삶은 이상하고 별나지만 가치있고 아름답습니다”라구요.

정말 현명하십니다. 과연 우변이었습니다. 사실 주변의 동족과도 갈등하는 흰고래들이 얼마나 많습니까? 우변처럼 뿔로 자란 어금니도 없으면서 주변에 상처 주는 이들은 뜻밖에도 참 많답니다. 그 뿐인가요. 서 푼 가치도 없는 자괴감에 빠져 스스로의 가치를 팽개치는 이들은 또 얼마나 많구요.

그런 우변이라서, 개인적으로 우변을 보면서 스스로 많이 순화됨을 느꼈습니다. 멀쩡한 줄만 알았던 제 어딘가에 뿔이나 가시가 돋아 있는 건 아닌지, 그것들로 혹시 남을 상처준 것은 아닌지 돌아 보게 됐고 자취만 남았던 배려심도 다시 생겨나는 걸 느꼈습니다. 그러다보니 삶도 조금쯤 아름다워진 것 같더군요. 그렇게 둔감한 저까지 포함해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많은 분들이 우변에게 감화되었으리라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그래서 작별이 못내 서운하군요. 다시 한번 고맙습니다.

그런 고마움을 담아 임인년 여름의 끝자락, 가을의 초입에 마지막 인사로 몇 자 적어 올립니다.

추신: 2024년이면 다시 만날 수 있을 거란 소식을 들었습니다. 부디 그 소식이 사실이길 바라며 다시 만날 날 기대해 봅니다.

/zaitung@osen.co.kr

Copyright © OSEN.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