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0:1 뚫은 '우영우' 주종혁, 권모술수·권권복응·권리에리 권민우 [인터뷰 종합]
[OSEN=장우영 기자] 판타지스러운 캐릭터들 속에서 유독 현실적인 캐릭터. 밉상짓을 하지만 미워할 수만은 없는 이유는 너무 현실과 맞닿아있기 때문이다. ‘이대남의 화신’, ‘2030의 자화상’으로 불릴 만큼 과몰입을 부른 권력에 민감한 친구, ‘권모술수’ 권민우의 존재는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신드롬에 큰 힘이 됐다.
ENA 수목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극본 문지원, 연출 유인식)가 지난 18일 방송된 16화를 끝으로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는 IQ 165의 천재적인 두뇌와 자폐 스펙트럼을 동시에 가진 대형 로펌 신입 변호사 우영우(박은빈)가 다양한 사건들을 해결하며 진정한 변호사로 성장하는 휴먼 법정물이다. 최고 시청률 17.5%(20회)를 기록하는 등 대한민국을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신드롬으로 물들였다.
우영우, 이준호(강태오), 정명석(강기영), 최수연(하윤경) 등 법무법인 한바다에는 독특하고 판타지스러운 캐릭터가 가득했다. 반면 배우 주종혁이 연기한 ‘권민우’는 너무 현실과 맞닿아 있어 공감대를 형성하고 몰입도를 높였다. 특히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얄미운 캐릭터를 출중한 연기력으로 소화해내면서 ‘권모술수’라는 별명이 캐릭터 이름이 된 듯 과몰입을 유발했다.
주종혁은 2020년 카카오M 액터스 오디션에서 700:1 경쟁률을 뚫은 검증된 신예다. 독립영화 ‘몽마’로 데뷔해 ‘우리 안의 그들’, ‘기일’, ‘영 피플 인 코리아’, ‘전기기능사’ 등 주연 배우로 작품을 이끌었으며, 넷플릭스 시리즈 ‘D.P.’의 이효상 역으로 얼굴을 알렸다. ‘해피니스’에서는 감염병에 걸린 헬스 트레이너 ‘승범’ 역을, ‘유미의 세포들’ 시즌1과 시즌2에 걸쳐 워커홀릭 게임 개발자 ‘루이’ 역을 연기하며 다양한 장르의 작품에서 존재감을 빛냈다. 이처럼 ‘대세 신인’, ‘대세 신스틸러’로 활약한 주종혁은 ‘권모술수’ 권민우로 인생 캐릭터를 만났다.
▲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잘된 건 알았지만 이 정도 시청률은 예상 못했다”
15.8%에 달하는 최고 시청률을 기록하며 2022년을 흔든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극 중 권민우 역으로 출연한 주종혁도 인기를 실감하고 있다. 시사회 등 행사에서 ‘주종혁’이라는 본명보다 ‘권민우’, ‘권모술수’로 불리는 건 일상이고, 국가대표 선수급 인기를 자랑하며 연기 인생 최고의 순간을 달리고 있다.
“봐주시니까 너무 신기하다. 동료 연예인 분들도 저를 보고 권모술수라고 부르시기도 한다. 그게 고유명사처럼 내 별명이 됐다. 누가 권모술수라고 하면 돌아볼 정도다. 보는 사람들은 재미있을 거라고 확신했다. 대본이 일단 너무 좋았고, 현장에서 연기할 때, 에피소드마다 선배님들 오셔서 연기하는 걸 보면서 우리끼리 감탄하고 그랬다.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너무 재미있었다. 그런데 이렇게 많은 사랑을 받을 줄은 정말 몰랐다. 초반에는 진짜 얼떨떨했고 되게 신기했다.”
변방 채널이라는 ENA에서 17.5%라는 시청률은 지상파로 환산하면 훨씬 더 높은 수치를 의미한다. 이런 성과로 인해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팀은 발리로 포상휴가를 다녀왔고, 황금고래를 받을 예정으로 알려졌다. 15%를 넘었으니 최고 시청률은 얼마나 될지 궁금해진다.
“(배우들끼리는) 그런 이야기를 한 적이 없다. 지금도 일단 너무 기적 같은 일이어서 다같이 박수치고 너무 감사하고 있다. 특히 모든 인물들을 사랑해주시니까 그거에 대한 신기함과 감사함 밖에 없다. 최고 시청률은 예상도 할 수 없고, 유지만 해도 큰 성공이라고 생각한다.”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가 종영을 한 뒤에도 시청자 분들이 드라마를 또 보고 싶어하셨으면 좋겠다. 따뜻해서 다시 한번 볼까라고 생각하게 되고, 다시 한번 보고 싶어지는 드라마가 됐으면 한다.”
▲ “얼마나 미웠으면...코에 점 누르고 뒤통수 때리고 도망가고 싶다더라”
우리는 사실, 주종혁이 연기하는 권민우를 보지 못했을 수도 있다. 주종혁은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오디션 당시 한 에피소드의 캐릭터와 권민우를 준비했다. 당시 주종혁은 우영우에게 페널티를 줘야한다고 주장하는 장면을 연기했는데, 인물의 서사는 알지 못한 상태에서 그 장면만 연기해야 했다.
“처음엔 오디션을 봤다. 권민우 역할과 한 에피소드의 역할을 같이 봤다. 그때는 권민우를 한 장면만 봐서 이 인물이 어떤 인물인지는 모르고 갔는데, 그 장면을 봤을 때 권민우가 자기 자신을 되게 단정하게 하고 그럴 것 같았다. 그렇게 오디션을 봤는데, 감독님과 작가님이 권민우 그 자체다라고 해주셨다. 그 장면이 우영우 페널티 안 주냐고 항의하는 거였는데, 그냥 맞는 말을 되게 못되게 하는 캐릭터인가 해서 준비를 하게 됐다. 그때는 권모술수까지는 생각은 못했고, 시기나 질투가 많은 친구인가 정도로 생각했다.”
권민우가 처음부터 이렇게 미움을 받았던 건 아니다.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초반에는 자폐 스펙트럼을 가진 우영우를 모두가 도와줘야 하는 약자라고 생각했지만, 권민우만큼은 우영우를 라이벌로 바라본다는 점에서 편견이 없는 인물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그의 별명이 ‘권모술수’이고, 우영우와 같은 사건을 맡을 때도 경쟁에서 이기고자 편법을 쓰고, 우영우의 출생의 비밀을 알고 법무법인 태산으로 직장을 옮기고자 뒤에서 공작을 펼치는 모습이 공분을 샀다. 권민우에 대한 평가는 5회를 기점으로 완전히 바뀌었다.
“초반에 시청자 분들이 권민우를 보고 오히려 편견이 없이 우영우를 라이벌, 경쟁자로 인식한다면서 좋게 봐주셨다. 이후 권모술수라는 별명이 나오고, 권민우가 ‘이대남의 화신’ 또는 ‘2030의 자화상’이라고 하시기도 하던데, 되게 어려운 것 같다. 개개인의 생각 차이가 큰 건데, 내가 만약 권민우라면 권민우처럼 하진 않았을 것 같다. 오히려 우영우를 같은 편으로 만들고 싶어 할 것 같다. 사실 권민우가 어느 정도 맞는 말을 하기도 한다고 생각을 한다. 연기할 때도 그 부분에 대해 납득이 돼서 연기를 했다. 어느 정도 연기할 때는 되게 이해가 갔던 부분인데, 실제 나라면 게시판에 글을 쓰거나 그렇게 페널티를 주장하지는 않았을 것 같다.”
블라인드 게시판에 우영우의 취업비리를 고발하는 글을 쓰고, 태수미(진경)에게 거래를 제안하는 모습은 과몰입을 불렀다. 하지만 극 후반부에 접어들면서 권민우의 서사가 조금씩 풀리고, ‘우당탕탕’ 우영우, ‘봄날의 햇살’ 최수연에게 융화되면서 최종 빌런까진 가지 않았다.
“정명석도 그렇고 우영우, 최수연은 모두 서울대인데 권민우만 하나대다. 거기에 대한 열등감과 그런 게 있어서 표출하는 게 있다. 어떻게 보면 되게 현실적인 캐릭터다. 인간의 본성에는 권모술수가 어느 정도 있을텐데, 그런게 있는 캐릭터다. 밉상짓을 많이 하긴 했지만 나쁜 사람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아등바등, 최선을 다해서 살아가는 인물이다.”
“(권민우는) 되게 보여지는 그대로인 것 같다. 혼자 뭔가 계략을 만들어서 상대방을 무너뜨려야겠다고 하는데 그 수법 자체가 너무 단순하고 1차원적인 방법이다. 단순한 만큼 적잖게 당황하기도 한다. 어떻게 보면 그래도 좀 귀엽게 표현이 된 것 같다. 다른 인물들은 판타지스러운 면모들이 있다. 대본을 보면 다 따뜻한데, 진짜 권민우는 현실적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더 현실적으로 표현을 하고 싶었고, 고민을 많이 했다. 직장 내에 꼭 있는 사람처럼 보일 수 있을까 고민하고 노력했다.”
“기억에 남는 건 코에 있는 점을 벨처럼 누르고 뒤통수 때리고 도망가고 싶다고 하시더라. 좀 유치한데 신박해서 기억에 남는다. 점까지 꼴뵈기 싫다고 하셔서 신박했다. 그래도 (권민우는) 내게 못되지만 귀여운 캐릭터로 남을 것 같다. 끝까지 빌런으로 남지 않아 다행이다.”
▲ 박은빈·강태오·강기영·주종혁·하윤경 ‘한바다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의 법무법인 한바다에는 우영우, 이준호, 정명석, 권민우, 최수연으로 이뤄진 팀이 있다. 시니어 변호사 정명석이 신입 변호사 우영우, 권민우, 최수연을 이끌고 송무팀 직원 이준호가 서포트하는 방식이다. 시청자들은 ‘한바다즈’의 케미스트리에 스며들어 약 두 달의 시간 동안 웃음, 감동, 눈물 등 다양한 감정을 겪었다. 배우들과 ‘한바다즈’로 호흡을 맞춘 주종혁 역시 마찬가지였다.
“미니시리즈 형태의 작품 호흡이 만히 없어서 어려움이 있을 거 같아 걱정도 많이 됐다. 그래서 더 많은 준비를 하고 긴장의 끈을 놓지 말아야겠다 했는데 첫 촬영을 하는 순간 그 걱정이 다 사라졌다. 이들과 그냥 같이 만들어가는거면 즐겨도 되겠다, 그냥 되게 즐겁게 해도 권민우가 잘 나오겠다 생각했던 것 같다. 행복했던 만큼 또 많은 사랑을 받는 게 너무 감사하다.”
“연기하면서 각자의 연기하는 방향성에 대해 감탄하면서 봤다. 먼저 원로배우, 대선배 박은빈은 진짜 강단 있고 너무 잘해서 이런 사람이 주인공을 하는 거라고 진짜 많이 느꼈다. 강기영은 진짜 센스가 있다. 본인이 탁 쳐야 할 때 치고 들어 가야 될 때를 너무 잘 알고 있는 느낌이다. 그래서 그 장면들이 너무 재미있게 잘 살았다. 나도 따라해보고 싶다.”
“강태오는 원래도 강태오라는 배우가 되게 잘한다고 생각을 했는데, 정말 준비를 많이 해오는 배우이면서 노력형이다. 진짜 열심히 한다. 하윤경은 진짜 재미있다. 어느 역할을 맡아서 어떤 사람과 붙어도 다 잘 받을 수 있는 배우다. 그런 부분에 있어 유연한 배우다.”
“나는 그 안에서 그들 거를 받기만 했다. 받기만 해도 권민우로서의 리액션이 만들어졌다. 그래서 되게 감사하고 재미있던 현장이었다. 모든 배우들이 서로 피드백을 해주면서 아이디어를 냈는데, 그런 부분에서 첫 촬영 때부터 케미가 좋았다.
▲ ‘권모술수’ 권민우? ‘권권복은’ 주종혁
권모술수.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권민우의 별명으로, 권세와 모략, 술수를 가리지 않고 목적을 달성하고자 꾀하는 술책이나 계책, 계략을 의미한다. 그리고 2022년 현재, ‘권모술수’는 배우 주종혁의 새로운 이름이 됐다.
“요즘은 권모술수로 더 불린다. 이름보다 익숙하고 친숙한 느낌이다. 요즘은 인터뷰를 하고, 시사회에 초대를 받으면서 더 실감하고 있다. ‘비상선언’ 시사회 때 다리에 힘이 풀려서 잠깐 의자에 쓰러졌는데 그 영상도 많이 화제가 되고 있다. 다른 분들에게 안 보이는 줄 알고 그냥 드러누웠는데 많은 분들이 보시고는 영상으로 찍어서 SNS에 올리셨다. 그런 반응들이 신기하고 재미있다. 그리고 SNS에 게시물을 올리면 권모술수 댓글이 달린다. 주종혁과 권민우를 안 구분하고 저를 아예 권민우로 보는 분들이 많더라. 그 또한 관심이고, 드라마를 많이 봐주고 계시는 거라고 생각하기에 기분이 좋다.”
‘권’씨라서 ‘권모술수’, ‘우’씨라서 ‘우당탕탕’.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는 신선한 별명으로 각 캐릭터를 시청자들의 뇌리에 깊게 각인시켰다. 그렇게 주종혁은 ‘권모술수’가 됐지만, 그는 자신이 연기한 권민우에게 ‘권권복응(拳拳服膺, 마음에 깊이 새겨 잊지 않고 간직함)’이라는 별명을 지어줬다. 그리고 ‘권리에리’(권민우+살리레리)라는 별명도 안겼다.
“권권복응. 늘 마음에 두고 정성껏 지킨다는 뜻이다. 항상 정성껏 지켜 잠시도 잊지 않는다는 뜻인데.. 많이 사용하는 단어는 아니라서 낯설으실 것 같다. 다른 별명으로는 권리에르(권민우+살리에르)다. 법정에서 우영우가 재판하는 걸 보며 살리에르가 이런 감정이었을까라는 대사가 있엇는데, 감독님과 이야기를 많이 하다가 아마데우스도 다시 보며 살리에르의 감정을 권민우에게서 느꼈다. 2인자 콤플렉스. 권민우도 유능한 변호사인데 스스로 가지는 콤플렉스에 사로잡혀있다. 보시는 분들이 자신을 남들과 비교하기보다 자신에게 집중해서 자신을 더 사랑했으면 한다.”
“권모술수는 내게 너무 기분 좋은 단어로 남을 것 같다. 권고사직 등 여러 별명이 있었는데, 훗날 추억해보면 너무 행복한 기억으로 남을 것 같다. 권모술수로 많은 사랑을 받았으니, 다음 작품이나 캐릭터로도 많이 사랑을 받고 싶다. 지금까지의 인생 캐릭터는 권모술수 권민우지만, 앞으로 계속 새롭게 인생캐릭터를 만들어가는 게 내 꿈이다.” /elnino8919@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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